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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의 유로 동전 - 키레니아의 배 (10ct,20ct,50ct)

 


유로 동전 속에서 항해 중인 배 한 척을 보면서 한국의 1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님을 떠올렸다. 이순신 장군님의 모습도 충분히 타당하고 멋있지만 거북선이 그려진 동전이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냥 상상했다. 사실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바다 위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장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문관의 모습에 가까워서 다른 지폐에 그려진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모습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왠지 이순신 장군의 머릿속은 백성의 안위와 앞으로 벌어질지 모르는 전투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운동 에너지로 충만한듯한 느낌인데 동전 속에서는 장군의 공을 치하하려는 왕을 알현하기 위해 목욕재계하고 평소에 안 입던 옷을 입고 한양으로 올라가실 때의 느낌처럼 너무 정적이랄까. 해야 할 연구가 산더미여서 여전히 시골 학교에 파묻혀 있기를 바라는 학자가 노벨상을 타기 위해 밍그적 밍그적 십 년 동안 안 맨 넥타이를 매고 동그란 거울 앞에 선 듯한 그런 머쓱한 모습 말이다.

그렇다면 넘실대는 파도 위에서 결코 유쾌하지 않은 각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 미지의 배는 무엇일까. 사실 넘실댄다고 하기에는 좀 출렁이는 것 같고 휘몰아친다고 하기에는 좀 소심한 이 파도는 알고 보니 지중해 바다이다. 완전한 영어 알파벳은 아니지만 몇 글자 만으로 추측이 가능한 이 동전은 지중해 국가 키프로스의 유로 동전. 키프로스가 2008년부터 유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하니 첫 해에 주조된 조금 소중한 동전이다. 물론 동전 수집은 하지 않으므로 키프로스 선박 동전은 아주 오래전에 써버리고 없다. 주조 연도 옆으로 나란히 쓰인 국명은 왼쪽은 그리스어ΚΥΠΡΟΣ 오른쪽은 튀르키예식 KIBRIS 표기이다. 그리스어와 튀르키예어가 키프로스의 공식 언어이자 공용어라니 심상치 않다.

키프로스의 지도를 찾아보았다. 이 나라의 역사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도만 딱 봐도 이들도 참 쉽지 않은 삶을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튀르키예,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이집트가 키프로스의 오른편을 의뭉스럽게 휘감고 있고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는 그리스가 튀르키예 뒤에서 키프로스를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다. 또 그런 그리스를 늘 그렇듯이 저 멀리 미국이 걸리기만 해 봐라 하고 감시하고 있을 것이며  저 위의 영국은 우아하게 스콘에 홍차를 즐기면서 틈이 날 때마다 잽을 넣으며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다.

키프로스는 지중해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꿈쩍도 하지 않는 지중해의 큰 바위 같은 모습의 이 나라가 지금의 형태로 남기까지 그리고 동전에 자신의 배를 새기기까지 역사를 더듬어 보니 역시 모두가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던 섬이 맞다. 지금의 키프로스 섬은 엄연한 분단국가이고 이 섬은 니코시아가 수도인 키프로스 공화국과, 튀르키예 정부만 국가로 승인해 사실상 튀르키예의 지배를 받고 있는 북 키프로스, 유엔이 관할하는 완충지역, 영국의 군사기지까지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저 배는 저간의 키프로스의 파란만장한 사정을 생각하면 해상전투에서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한 선박 같지만 그렇진 않다. 키레니아라는 무역선으로 공식적으로 해적에 의해 약탈된 가장 오래된 난파선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원전 4세기에 침몰한 것을 20세기에 그리스계 키프로스인 다이빙 강사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200회 이상의 끈질긴 잠수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고 한다. 지중해에서 패권다툼을 하던 그리스나 로마 제국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리스 동전들에 선박들이 그려진 것들은 쉽게 납득이 간다. 그렇다면 키프로스도 자신들의 동전에 선박 하나를 새김으로써 지중해에서의 자신들의 지분과 뿌리를 조금은 드러내고 싶었던 걸까. 동전에 새겨진 기원전 4세기의 침몰 선박을 보고 있자니 수세기에 걸친 열강들의 지배 속에서 자신들이 가장 반짝이고 독립적이었던 순간을 찾고 또 찾다 약탈당한 선박의 잔해에서 찾은 듯한 느낌이 뭔가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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