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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유로 기념주화 - 세계 인권 선언 60주년 기념주화


이 동전은 11월에 연극 보기 전에 극장 앞 카페에 잠깐 들어갔다가 거슬러 받았다. 커피가 요란하게 갈렸고 막간을 이용하여 바리스타는 뒤돌아서서 또 다른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내 커피가 나올 반대편 지점에 서서 계속 동전을 쳐다봤다. 처음 봤을 때는 인권 수호에 진심인 누군가가 작정하고 미친 듯이 긁어서 아주 훌륭한 장난을 쳐놓은 건 줄 알고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세계 인권 선언 60주년을 기념해서 2008년에 핀란드에서 발행된 기념주화였다. 이 동전은 총 백오십만 개가 발행되었다. 백사십구만구천구백 개 정도는 여전히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거고 구십구 개는 어디 트레비 분수나 벨베데레 궁전의 분수대에 던져졌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온 하나는 잠시 선반 위에 놔뒀다.


Tapio Kettunen이라는 핀란드 조각가의 디자인이라고 한다. 여전히 현역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듯한데 움직이는 사람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유난히 많다. 심장에 새겨진 사람이 그냥 서있는 전신이 아니라 가슴에 손을 얹고 있어서 훨씬 동적으로 보인다. Human rights의 알파벳 A 아랫부분에 적혀 있는 글자 FI는 이 동전이 명백히 핀란드 동전임을 증명하고 있지만 처음엔 프랑스 동전 일까 생각했었다. 지금까지 본 핀란드 동전들에 새랑 열매 같은 것이 줄곧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비교하면 화끈하고 직설적이라고 해야 할까. 동전의 느낌은 어쨌든 어두웠다. 세상은 이미 마구 난도질당한 상태이고 간신히 안식처를 찾은 것 같지만 오히려 여전히 불안정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온 사방에서 심장을 꼬집어서 잡아당기고 있는 느낌도 들고 완전히 짓밟힌 인간이 간신히 마지막 남은 심장의 근육을 끌어다가 버티고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이 동전에서는 암울하고 거친 소음이 뿜어져 나왔다. 거칠면서도 서정적인 데프톤즈 음악이 생각났고 절망적인 감정을 끌어안고 밤의 강변을 홀로 걷던 드니 라방, 소년 소녀를 만나다의 알렉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동전 사진을 찍을 때 줌으로 당겨서 찍으니깐 훨씬 잘 나오는데 그런 생각을 못하고 지금까지 동전 바로 앞에다가 폰을 들이대고 계속 초점이 움직이는 것에 안타까워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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