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피스짜리 중고 퍼즐 한 상자. 상자 속의 퍼즐 봉지가 뜯지 않은 상태였고 그림들이 재밌어서 다같이 하려고 샀다. 레스토랑의 번잡한 주방이 배경이라 서빙하다 넘어지는 웨이터들과 술 취한 셰프들, 애벌레 나오는 요리들 등등 비교적 분명하고 개성 있는 삽화여서 복잡한 퍼즐은 아니다. 어떤 퍼즐이든 그 완성에는 다소의 인내심이 요구되겠지만 그건 맞추기 힘든 조각을 집념을 갖고 찾아내는데 쓰이는 인내심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완성되지 않은 퍼즐을 오래도록 그냥 펼쳐두고도 관조할 수 있는 체념의 인내심 같기도 하다. 눈에 띄는 조각이 보이면 설득력 있는 좌표에다가 놔두고 그냥 지나가거나 오며 가며 한 두 조각씩 맞추는 식이라면 편하고 가볍다. 퍼즐을 잘 맞추는 사람들은 확실히 눈썰미가 좋으니 그냥 전체 그림만 몇 번 훑고 나면 조각만 봐도 위치 파악이 되는지 그냥 다짜고짜 막 맞추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림을 정말 꼼꼼하게 분석한 다음에 조각들을 색깔별로 분리한 후 맞추면 훨씬 수월한 게 맞긴 하지만 보통은 뭔가 완전한 어느 한 부분을 보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초반부터 저렇게 자극적이고 과시적인, 퍼즐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아줌마의 빨간 땡땡이 치마 같은 것에 불나방처럼 달려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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