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1001beforeyoudie.com 이라는 사이트.
가끔 서점에 들를때마다 습관적으로 훑어보는 책들 중 하나인 '죽기 전에'시리즈를 모아놓은 곳이다.
예쁘장한 다이어리들과 함께 서점 계산대 주변에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비치되어 있는 약간의 정크푸드 냄새가 가미된 책들.
아마존에서 싼 가격에 운좋게 구입하면 모를까 제 값을 주고 살 생각을 하면 왠지 아까워서 결국은 그냥 놓아버리고 마는.
한편으로는 '수박 겉 핥기'식의 장식용 책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오리지널 포스터들과 매끈한 사진들이 빼곡히 들어 차있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나름 유용한 책인것도 같다.
사실 우리가 가진 시간의 의미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그것은 보다 많은것을 경험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라기 보다는
보다 많은것을 꿈꾸고 욕망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라고 보는게 더 정확하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고 뭔가를 욕망하는데에 추가적인 시간이나 돈이 요구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는 하지만 아는것만 많고 본것은 하나도 없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다.
평범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 시리즈에 나열된 모든 영화들과 장소들 음식들을
죽기 전에 전부 맛보고 방문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는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시간이 많을때는 돈이 없고 돈이 있을때는 시간이 없고 돈과 시간이 있을때는 건강이 따라주지 않는 등등
여러모로 완벽하지만은 않은 삶의 구조에서 그나마 이런책들은
세상을 채우고 있는 미세한 가치들을 알아가려 욕망하는 대부분의 우리 같은 user 들에게 모종의 희망을 준다.
꼭 가보지는 못하겠지만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우연히라도 박물관에서 마주치면 누가 그린 그림인지는 알 수 있겠지 하는.
파리에서 방문한 많은 장소들은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혹은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타이틀을 가진 장소들이 많았다.
파리는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철저한 계획과 프로젝트에 의존한 도시라는 인상을 주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비현실적이고 인공적이라고 느껴진 장소가 바로 베르사유의 정원이었다.
우리가 산 티켓은 궁전과 정원,그랜드 트리아농과 쁘띠 트리아농이 전부 포함된 티켓이었지만
폐장 시간까지 쉬지 않고 걸어다녔어도 궁전과 정원을 보는데에 만족해야했다.
어차피 다 보지 못할바에 정원이라도 제대로 보자는 생각에 공사중이라서 막아 놓은 정원을 제외하고는
지도에 표시된 모든 조각상과 정원 구석구석을 밑줄을 그어가며 걸어다녔다.
언제 또 파리 여행을 오겠느냐며 베르사유를 절대 빼먹을 수 없다는 시어머니가 아니었더라면
베르사유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있었을까?
다수가 좋다고 하는것 가치있다고 하는것에 항상 의기소침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아직 젊기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이가 많이 들면 그저 꿈꾸는 행위 자체가 가치있다는 지금의 내 생각도 변하게 될까.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같은 책은 두려움에 펼쳐 볼 생각도 하지못할 정도로
내가 경험하지 못한것들에 대한 절박함에 아쉬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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