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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

[리투아니아생활] 리투아니아에서 산후조리하기




아이를 갖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임신 과정이나 아이 상태에 관한것이라기 보단 의외로 산후조리에 관련된것이었다.
아이를 낳으러 한국에 들어올것인지 리투아니아에 한국과 같은 산후조리원 문화가 있는지 산후조리는 누가 어떻게 해줄것인지에 관한것들이었는데.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리투아니아에는 특별한 산후조리 문화는 없다. 대다수가 이용하는 한국의 산후조리원도 이곳에선 일반적이지 않다.
요양원같은 시설은 있을 수 있지만 오로지 산후조리만을 위한 산모를 위한 전문적인 기관은 없다고 보면 된다.
산모와 신생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병원에선 보통 출산 후 3일 후 퇴원을 시킨다.
그리고 배우자에게는 한달간의 출산휴가가 주어지고 아마도 그 기간동안 집에서 자연스럽게 산후조리가 이루어지지 않나 싶다.
주변의 아이를 낳은 친구들에게서도 맞바람을 조심하라던가 무거운것을 들지말라는 조언외에는 별다른 주의사항을 듣지 못했다.





임신기간동안에도 그렇고 출산후에도 뭘 먹어야 할지는 나에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태아에게 좋고 안좋고, 먹어도 되는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에 대한 고민은 둘째치고 최소한 끼니를 거르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것이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를 열면 내 냉장고가 아닌 엄마의 냉장고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던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항상 밥솥에 밥은 가득한데 보장된 반찬은 계란 후라이뿐. 가끔 굽는 김과 실리콘 냄비에 데워서 간장 뿌려먹는 두부.
찢은 양상치에 토마토 한개 몽당몽당 썰어 넣어서 기름을 두른것들이 주메뉴였던듯.
외국생활을 하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겠지만 살다보면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된장국을 밥없이 그냥 식전 수프 먹듯 떠먹게 되고 카레를 빵에 발라 먹기도 하며 남은 치킨 육수에 스파게티와 감자를 넣어 칼국수처럼 먹는다던가
아주 잘 익어서 거의 버터처럼 되어버린 아보카도를 밥에 짓이겨 먹기도 하며
따신 밥에 간장게장을 먹는게 아니라 각종 차가운 통조림 용품들을 곁들여 먹기도 하고 말이다.



산후조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무이한 준비라면 내가 먹고 싶을지 모를 음식들과 다들 먹어야 한다고 이구동성 부르짖는 미역국을 끓여 냉동시키는것.
지프락 봉지에 생각보다 음식이 많이 들어가서 그다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냉동실을 채울수 있었다. 냉장고가 초소형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준비는 아주 유용했던것 같다. 출산에 임박해서 냉동실의 얼린 음식들을 보며 마음이 편해지곤 했으니.
타지에서 남편이외의 주변인없이 혼자 아이를 낳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얼리기를 추천한다.
우선은 파에야용 후라이팬을 샀기도 했으니 파프리카와 토마토를 섞은 파에야용 소프리토를 한 솥 끓였다.
물을 부으면 수프로 먹을 수 있고 만두나 라비올리에 얹으면 멋진 소스가 되는 여러모로 아주 유용한 놈이다.




이것 역시 해동해서 크림을 넣으면 치킨 크림 수프가 될 것이고 고형카레를 넣으면 카레가 될 기특한 놈이다.
만두도 한 100개정도 빚었고 떨이로 파는 딸기 2킬로를 설탕과 섞어 얼려놓기도 했다.
음식을 해서 얼린적은 만두를 빚거나 스파게티용 소스를 만들때 뿐이었는데 여러모로 자주 이용해야겠다.




스파게티 소스로 쓰거나 역시 물을 부어서 바로 수프를 끓일 수 있는 라구소스를 평소처럼 한 솥 끓여 얼렸다.
지금보고 있으니 고추장 불고기의 느낌이 나는데 고추장 안넣은 간장 불고기 같은것도 해서 얼리면 괜찮을것 같다.



이것은 출산당일에 만든 아스파라거스 리조토인데,
비싼 아스파라거스가 3일후 병원에서 돌아왔을때 썩어있을걸 염려해서 진통의 시작과 함께 필사적으로 만들었다.
계속 육수를 보충해가면서 밥을 익히는 리조토, 진통이 오고 멈추는 시간이 물을 보충하고 밥을 휘젓는 타임과 교묘히 맞아들어가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한봉지는 이미 먹고 한봉지가 남았는데 맛있긴 했지만 밥요리는 사실 그다지 얼릴게 못되는듯.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나마 내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산후조리용 음식이라 생각해 미역국도 세 번 정도 큰 냄비에 끓였다.
지프락이 워낙에 작아보여 출산 이주전에 매일매일 끓여서 얼려놓자 생각했지만
국그릇에 한끼양을 담아서 계산해보니 이렇게 꽉채워 얼리면 세끼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 될듯했다.
딴에는 냉동홍합도 넣고 소고기도 넣었지만 솔직히 별로 미역국맛을 느낄 수 없었다.
국간장이 없어서 인가. 맛이 날때까지 간장을 넣었다간 까만국이 될것 같고 소금도 별로 넣고 싶지 않아 그냥 먹기로 했다.
국자로 국을 퍼담으면서 남편에게 '부인이 사골국을 끓여 냉동실에 얼리기 시작하면 남편은 긴장해야한다'는 한국의 우스개소리를 알려주었다.
그럼 부인이 미역국을 끓여 얼리기 시작하면 출산에 임박했다는 소리인가.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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