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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

[리투아니아생활] 리투아니아의 결혼식 전통


얼마전 다녀온 친구의 결혼식. 빌니우스에서 가장 오래된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이 열렸고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피로연이 진행되었다. 빌니우스에서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것은 처음이라 기대가 됐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5월즈음부터 주말이 되면 빌니우스 구시가지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웨딩 촬영중인 신랑신부들을 만날 수 있다. 햇살이 가득한 구시가지 전체가 웨딩촬영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배경이기도 하고 결혼식이 진행되는 교회도 가까우니 하객들이 피로연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혹은 친한 친구들은 아예 신랑신부들과 함께 구시가지 곳곳을 누비며 촬영이 진행될때도 있다. 리투아니아의 결혼식 풍습에 여러가지 재밌는것이 있지만 이번 결혼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촬영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신랑 신부를 피로연장에서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기 직전 문턱에서 신랑신부가 소금이 얹어진 검은빵과 보드카를 들이켜야 했던것. 



사실 이 전통은 결혼식이 끝나고 시부모님이 있는 남편의 집으로 돌아와서 부부가 집으로 발을 들이기 전에, 그러니깐 요즘처럼 결혼을 하자마자 신랑 신부가 독립적인 보금자리를 꾸리지않고 신부가 친정을 떠나 시부모님과 함께 살림을 시작하는것이 일반적이었던 그 옛날부터 시작된 것인데,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알리는 상징적인 순간에 검은빵과 소금 그리고 물을 들이키던것에서 장난처럼 물 대신 보드카를 놓는 것으로 변형된것이다. 정석대로라면 3일간 진행되는 리투아니아의 결혼식이 술을 논하지 않고 이루어지긴 불가능하므로. 축제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에게 시쳇말로 '오늘 먹고 죽을 준비해' 라는 시작을 알리는것이라고 보면 될까. 검은빵은 리투아니아의 주식이 되는 빵으로 해외에 사는 리투아니아인들이 그리워하는 대표적인 음식중 하나. 집안에 검은빵이 떨어지지 않도록 결혼 이후의 삶이 물질적으로 풍요롭길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다. 쉽게 썩지 않는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하는 소금의 성질은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고 물은 생명, 모든것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전통 혼례를 올렸는데 커다란 검은 빵 한덩어리를 시어머니가 공수해오셨던것이 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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