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은 일요일에 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아서 한국의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 해당하는 슈파티 Spati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일요일에는 물건이나 식품을 살 수 있는곳이 많지 않다고 한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일요일에 카페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와서 느끼지만 내가 파리에 가기전에 어렴풋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일상적인 느낌을 베를린에서 오히려 많이 받고 있다. 건조하고 무뚝뚝한것 같으면서도 나름 친화적인 사람들, 도시 곳곳의 크고 작은 공원들, 청결이라는 강박에서 해방된 도시, 유럽의 대도시 하면 바로 떠오르는 파리 로마 런던이라는 카테고리에도 쉽사리 집어 넣기 힘든 이곳이 그런 이유로 더 마음이 간다. 어쩌면 리투아니아 생활을 오래하면서 알게모르게 뼛속에 스며든 정서가 구동독의 사회주의적 마인드를 더 친근하게 흡수하는것도 같다. 지난 일요일엔 우리도 동네 카페에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사실 브런치라는 단어는 내게 한없이 낯설다. 한국의 비싼 브런치 카페를 생각하면 그것이 음식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고급 소비재로써의 폐쇄적인 정서를 너무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것이다. 베를린의 커피 값은 정말 큰 야외 정원을 가진 사람이 바글바글한 알려진 카페조차도 한국보다 월등히 싸다. 가장 비싼 커피라고 해도 3유로를 쉽게 넘지 않는것 같다. 1.5유로 정도면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다. 이날 나는 위스키를 베이스로한 바나나 익스트랙트에 적신 프렌치 토스트를 먹었다. 베를린은 전반적으로 음식양이 많아서 초반에 각자 음식을 시키고 같이 먹을 것 하나 정도를 시키고 나니 항상 포장해서 돌아와야할 상황이 생겨 음식 하나는 작은 포션으로 주문하고 하나는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토스트를 한조각만 시키고 친구는 햄, 치즈와 빵이 곁들여진 브랙퍼스트 플레이트 같은것을 주문했다. 약간의 과일과 버터, 잼도 같이 나와서 따로 시킨 스콘까지 먹으니 정말 배가 불렀다. 매우 간단해 보이는 프렌치 토스트이지만 집에서 만들려고 하면 정말 어렵다. 카페에서 먹는 수준의 프렌치 토스트를 먹으려면 과연 몇장의 식빵을 말아먹어야할까. 어쨌든 난 아몬드와 사과조각이 촉촉한 방석에 낙엽처럼 내려와 앉아있던 저 프렌치 토스트를 야금야금 잘라먹고 가장 맛있는 한 조각을 맨 마지막에 먹겠다는 생각으로 잘라서 남겨두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스콘에 버터를 발라먹고 햄과 치즈를 접어서 입안에 구겨넣고 커피를 홀짝홀짝 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음식옷을 입고있던 그릇들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싸늘한 시체처럼 덩그러니 남아있는 프렌치 토스트가 보였다. 그리고 가장 맛있음을 음미하려고 남겨뒀던 그 한 조각은 너무나 맛이 없었다. 그 순간. 여러 많은것중의 하나는 의미를 가지기 힘든가. 그 하나의 의미를 지속 가능한 가치로 유지해 나가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음식들을 조금 등한시하고 계속 토스트를 곁눈질하며 위장의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해야했을까?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다 먹어버린 상태였더라면 스콘 같은것은 자연스레 덜 먹게 됐을까? 실제로 음식은 한 입 더 먹고 덜 먹고의 차이가 큰것 같다. 토스트만 먹었더라면 저 한 조각은 정말 더할나위없는 달콤함의 가치로 남았겠지만 버터 바른 부드럽고 뭉툭한 스콘의 향기도 잊어서는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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