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과 커피. 나로 하여금 수십잔의 커피를 마시게 한 도시. 당분간은 다른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대신 이곳에만 자주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 그곳에 갈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찾아가고 싶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듯한 정말 마음에 드는 나만의 카페를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곳.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난 누군가가 몹시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카페에서 손수 고른 예쁜 에스프레소 잔과 커피콩과 엽서를 선물받았다. 베를린도 아닌 드레스덴에서 가슴이 따뜻해졌던 유쾌한 만남이 있었다. 이 정열적이고도 몽환적인 커피잔은 프라하의 에벨이라는 카페문을 나서서 똑같은 이름이 적힌 종이 가방에 담겨져 노란 꿀벌 버스를 타고 나에게로 왔다. 꿀벌이 날라다 준 커피. 어찌 달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조만간 프라하로 달려가 커피에 메도브닉을 먹으라는 토끼님의 계시라고 받아들였다.
그 낯선 도시에서의 급조된 만남이라는것은 때마침 프라하로 휴가를 오신 블로그 이웃인 토끼님과 프라하와 베를린의 중간 쯤인 드레스덴에서 조우한것이다. 사실 드레스덴은 베를린보다는 프라하에서 오히려 더 가까웠지만 갑작스럽게 성사된 만남은 새벽 버스도 마다하지않고 국경을 넘어와주신 덕택에 가능했던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식당을 찾아 일요일의 드레스덴 시내를 조금 걸었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고 차와 커피를 마셨다. 나는 오스트리아 슈니첼은 본래 송아지 고기로 만든다는 사실과 와인 chianti 를 챤티가 아닌 키안티로 읽는다는것을 토끼님을 통해 알게되었다. 블로그를 통해 접했던 토끼님의 일상이나 삶의 방식, 향기로운 홍차 냄새와 달콤한 조각 케잌들. 물병에 담긴 장미들. 아름다운 발레리나들. 모든 소소한 감상들과 이미지들, 짧은 댓글을 통해 나눴던 교감들이 지지직 거리는 3D 프린터를 통해 드레스덴의 카페 테이블 건너편에 토끼님을 구현해낸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마주하고 있었지만 실감하기 힘든 만남이었고 5시간 남짓한 시간이 거꾸로 세워놓은 유리병속의 모래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짧았지만 실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토끼님의 블로그를 우연히 알게되어 가장 먼저 읽게된 포스팅의 주제도 베를린이었던걸로 기억한다. 7년전에 베를린에 왔던것도 프라하를 여행하다 충동적으로 기차를 잡아 타고 온것이기에 내게 프라하와 베를린은 여러 경로로 항상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있다. 언젠가 프라하에 다시 가게된다면 베를린과 드레스덴을 통해서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카페 에벨에도 꼭 가보고싶다. 엘베강이 흐르던 드레스덴. 그리고 에벨. 드레스덴이 딱히 마음에 드는 도시는 아니었지만 에벨 덕택에 엘베는 절대 잊지못할 이름이 되었다. 꼭 다시뵈요. 토끼님. 그곳이 리가이든 뻬쩨르이든 프라하이든 빌니우스이든 이문동 영화장이든요. 감사해요!
'Berl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Berlin 10_각자의 프레임 속에서 (2) | 2017.06.22 |
---|---|
Berlin 09_잠시 드레스덴에서 03_토마스 제퍼슨 (5) | 2017.06.21 |
Berlin 08_잠시 드레스덴에서 02_토끼님과 보위와 로스코 (3) | 2017.06.12 |
Berlin 06_100번 버스를 타고 (4) | 2017.06.05 |
Berlin 05_붉은 파라솔 사이로 (3) | 2017.06.04 |
Berlin 04_베를린 쾌변의 뮤즈들 (3) | 2017.06.03 |
Berlin 03_케밥집 앞 횡단보도 (10) | 2017.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