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뜬금없이 비디오 영상을 보내오셨다. 이렇다할 코멘트도 없이 비디오 전송만 하셨다. 마음에 드는 한 순간을 캡쳐해보았다. 이른 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중에 찍으셨는데 보통 창밖 풍경에 촛점을 맞추시다 버스가 멈추자 뒷자석에서 내려다보이는 버스 전경으로 카메라를 옮겨가셨다. 버스는 용두역을 지나 마장동 축산물 시장을 지나고 있었다. 버스 창문은 얼마나 깨끗하게 닦여있던지 아직 차들이 많이 다니기 직전 바깥 공기의 청신함이 느껴졌다. 물론 미세먼지가 있었다고 하겠지만 풍경만으로는 말끔한 시골 공기를 떠올리게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몇 안되는 승객들은 머리를 숙인채로 약간의 미동과 함께 잠을 자고 있는듯 했다. 졸릴법한 와중에 영상을 찍으시는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루 세끼중 아침 먹는것을 제일 좋아하는나, 예전에 한국에 살때는 자다가도 누가 아침 먹는 소리를 들으면 한술이라도 뜨고 다시 들어가서 자곤 했다. 이번에 갔을때는 일찍 출근하시는 아빠와 아침을 자주 먹어야지 했는데 정작 아빠는 미숫가루 같은것으로 요기를 하시고 후다닥 나가시는 바람에 저녁을 주로 같이 먹었다. 버스가 정차하고 새로운 승객이 올라타는 와중에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헨델의 리날도 울게하소서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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