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전히 팬심으로 본 영화 <Ballad of a Small Player>. <아워 바디> https://ashland.tistory.com/559066 의 비싼 호텔 엔딩에서 억지로 연결해 보는 따끈따끈한 영화. 한국어로는 '푼돈 도박꾼의 노래'라고 한다고 함.
짧게 말해 마카오의 비싼 호텔에서 콜린 패럴이 흥청망청 먹으며 도박하는 영화. 배우든 감독이든 다작을 하면 좋다. 물론 그 배우와 감독을 이미 좋아하고 있다는 상태에서 더 좋게 만드는 요소일 거다. 콜린 패럴의 지금까지의 출연 영화 포스터만 다 늘어놓으면 상당히 현란하고 중구난방이다. 정말 온갖 영화를 다 찍는다. 그럼에도 없어 보이지 않는다. 콜린 패럴이라는 맥락에선 전부 수용가능하다. 할리우드가 위스키 잔이나 쥐어주고 소비할만한 아일랜드 배우는 확실히 아니다.
콜린패럴이 영화 배트맨과 드라마 <펭귄>에서 가공할만한 특수분장으로 자기 얼굴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수트빨도 세울 수 없어서 팬들에게 미안했는지 이 영화에서는 거의 <화양연화>에서 수십 벌의 치파오를 갈아입는 장만옥급 비주얼을 선보인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장도 아마 콜린 패럴을 전부 담아내지 못했을 거다. 마카오나 되니깐 뭔가 그 아시아 특유의 과잉된 색감과 돈냄새가 그 의상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콜린 패럴이 연기한 영국인 로드 도일 경은 스스로 '경'을 붙였다는 것에서 이미 그가 도박꾼이기 이전에 사기꾼임을 알려준다. 화려한 옷에 뜬금없는 노란 장갑을 끼고 과장된 억양과 행동으로 귀족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꾸며낸 정체성으로 인해 늘 불안하고 불안하니깐 더 꾸미고. 호텔의 제일 비싼 방과 화려한 룸서비스, 최고급 시가에 돔페리뇽에 돈지랄을 하지만 돈이 없는 상태에서 그러고 있다는 것에서 이미 보는 사람도 불안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 인간에게 그림 같은 탈출구가 생길 것이라 희망하는 것은 우리가 은근히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콜린 패럴의 눈빛은 워낙에 선해서 킬러 역할을 해도 약간 희생양같고 모진 역할은 더더욱 잘 안 어울린다. 근데 도박꾼이라니 이미 벌써 불쌍하다. 분명히 돈을 잃겠지. 제발 도박빚에 어디로 끌려가서 얻어맞지 않아야 할 텐데. 이미 돈을 많이 잃고 있는 상태여서 정말 제대로 된 한방이 아니면 회생의 기회가 없을 거라는 걸 그도 알고 우리도 안다. 하지만 저런 사기꾼이자 도박꾼을 응원해야 한다는 모순에 빠질 때마다 콜린 패럴은 비웃기라도 하듯 탐욕과 방탕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더 멀리 달아난다. 그런 콜린 패럴이 도박 중독자들의 채무를 담보로 잡는 사채업자이지만 이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덧없음을 깨닫기 시작한듯한 역시 선량한 눈빛을 가진 여인 다오밍(팔라 첸)과 만날 때 패럴 그 자신은 물론 관객들조차 구원의 가능성을 본다.

영화 중간쯤 돈도 없는 콜린 패럴이 비싼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계속 음식을 시켜먹으며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그리고 다오밍이 데려간 하우스 보트에서 그녀의 보살핌 속에서 기력을 회복한다. 영화의 이 부분은 콜린 패럴이 휘황찬란한 마카오를 벗어나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이전까지의 자신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에 매달렸고 자기 파괴적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관객도 그렇게 되리라 기대하지만 당연히 그러지 못한다. 그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없다. 그리고 그녀가 숨겨놓은 돈을 발견해서 마지막 도박을 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마지막 한판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손실을 회복할만한 돈을 손에 쥔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꿈인지 그의 사후세계인지 그의 상상인지 아니면 정말 그가 살아난 상태의 경험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식이어도 좋다. 그가 그 채워지지 않는 탐욕과 허세와 공허함에서 어쩌면 해방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준다.

보통 '원맨쇼'라고하면 누군가의 출중한 재능을 부각할 때 쓰는 말이지만 사실 그 단어가 적합하려면 그 사람의 재능만 가지고는 안된다. 그 전체적인 결과물은 좀 기대에 못 미쳐야 한다. 예를 들면 짐캐리의 마스크를 원맨쇼라고 부르기엔 살짝 망설여진다. 모든 것이 훌륭했고 심지어 고개를 삐딱하는 마일로(짐캐리의 개)의 연기마저 수려하기 때문에. 하지만 이 영화는 아쉽게도 풀어말하자면 콜린 패럴의 원맨쇼에 가깝다. 뭔가 조금 아쉽다.
콜린 패럴의 상대역으로 나온 진혜림을 떠올리게 했던 배우 팔라첸도 좋았다. 약간 무간도의 정신과의사처런 패럴을 치유해줄것 같은 포스를 풍긴다. 하지만 틸다 스윈튼은 정말 영화에 필요했다면 다른 스타일이면 좋았을 것 같다. 감독의 의도라기보단 배우의 의견이 반영된듯한 캐릭터였고 이 배우가 이 영화에서 또 이런 모습으로 나온다는것에 너무 놀랐다.
예전에 봉준호 감독 인터뷰에서 틸다네 집에 놀러 갔더니 애들이랑 가지고 노는 장난감 상자 같은 것에서 이상한 안경이나 뭐 그런 것들이 많이 있어서 가지고 놀았다.였나 뭐 아무튼 그 저택 같은데 놀러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아마 그런 자유로운 놀이와 발상들이 함께 영화를 만드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듯한 인터뷰였다. 틸다 스윈튼은 영화제 같은 곳에서는 최대한 완전 무결한 모습으로 카펫을 밟길 원하지만 어떤 영화 속에서는 좀 망가진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나보다. 마치 계약서에 제 분장에 쓸 소품은 제 애장품으로 가져갈게요. 고데기도요.라고 적어놓기라도 한 것처럼. 설국열차까지는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었지만 이젠 잘 모르겠다. 그냥 좋은 옷 입고 파파라치 사진에 찍힌 그 모습으로 나오는 영화들이 결국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배우는 그런 실제 삶 속의 자신을 탈피하는 순간에 희열을 느끼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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