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sinki_2006
그 시기 여행에서는 스마트 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디지털 카메라가 있긴 했어도 그다지 많은 사진을 남겨오지 않았는데 나름 시시콜콜한 몇 장의 사진을 마주하고 있자니 사진과 사진 사이의 기록되지 않은 순간들까지 속속들이 떠오르며 긴 회상에 잠기게 된다. 새벽에 호스텔에 들어서서 도미토리의 침대를 할당 받자마자 길고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다. 허허벌판 16인실 도미토리에는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둠속을 파헤치고 부스럭거리며 들어가는 소리에 몸을 뒤척이며 반응하는 다른이가 없다는 것은 일인용 침실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가는 안락함과는 다른 종류의 쾌감이 있다. 문을 열자마자 탁자에 내동댕이쳐지는 열쇠가 뿜어내는 짤랑거림에도 움츠러들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만끽 할 수 있는 곳과 겨우겨우 짐을 내리고 대충이나마 무거운 옷을 겉어내고 이불속으로 들어갔을때에야 이제 됐다라고 느끼는 안도감의 질량은 분명 다르다. 잠을 한참 자고 일어났어도 다른 침대는 비어 있었다. 헬싱키 시내를 여행하고 저녁에 돌아왔을때에는 한 두개의 침대가 비어있을뿐이었다. 서점에서 헬싱키 건축 지도를 샀고 일본 식료품 점에서 저녁으로 먹을 레토르트 마파두부를 샀다. 아직 하얼빈에 가기 전이라 중국의 오리지널 마파두부를 먹어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헬싱키의 마파두부는 훌륭했던 것 같다. 새벽의 하얼빈 학생 식당에 가면 항상 처음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반찬이 마파두부였는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으로 그 마파두부를 먹었다. 차이점이라면 하얼빈의 마파두부는 반 접시에 한국돈으로 100원도 안했고 저 마파두부와 쌀은 8.75 유로였다. 그리고 뻬쩨르에서 못 다 먹고 가져온 소세지도 나와 함께 였다. 여행 중 해먹은 음식들은 멋진 건물만큼 근사한 풍경만큼 큰 추억으로 남는다. 레토르트여도. 그냥 까먹는 소세지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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