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대부분의 제니퍼 코넬리의 영화는 참 우울했다. 그렇기때문에 굳이 그의 영화라면 찾아보는건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며 21그램에서의 나오미 왓츠 역을 제니퍼 코넬리가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한때 두 아이의 엄마였던 나나 쿠닝은 불치병을 앓던 둘째 아들을 사고로 잃고 첫째 아들은 할아버지에게 맡겨둔채 극지방으로 떠난다. 자연 치유사로서의 스스로의 능력을 받아들이고 누군가를 돕고자 하지만 자신의 아들은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그 상실감으로부터도 도피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아픈 동생으로 인해 항상 희생을 강요받았던 남겨진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엄마와의 이별은 가혹하다. 다행히 그는 사냥용 매를 조련하는 할아버지와 자라나고 가정을 이룬다. 하지만 엄마에게 받은 상처는 그대로 지닌채이다. 이 영화는 20년동안 떨어져 살던 모자의 만남과 자연 치유로 유명해진 나나 쿠닝을 취재하고 싶다는 목적으로 그들을 만나게 해주는 연결자가 되면서 스스로의 병도 치유받고자 하는 프랑스 여기자의 이야기이다. 황량하고 척박한 극지방에서 투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닥친 불행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극복해보려고 하는 어떤 사람들, 조금만 더 걸어가면 갈라져버릴 것 같은 얼음 바다이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삶이기에 결국 선택지 없이 얼음 바다위를 하루하루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때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잘 만들었다, 멋있다 생각하며 그냥 그 느낌 자체에 반하고는 했지만 이제는 이런 우울한 영화는 보기가 좀 힘들다. 스릴러물도 아닌데 보는 내내 몹시 불안했고 보고나서도 시리고 어두운 여운이 잔뜩 남는다. 드라마를 보며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며 긴장을 풀 수 없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어쩌면 타인의 불행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데에서 오는 죄책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나에게도 충분히 닥칠 수 있는 불행이었고 단지 나를 간신히 비켜간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저렇게 됐고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거라고 자신의 삶을 넘어 타인의 불행까지 설명하는데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설명에 힘을 쏟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현실을 받아들이는것을 좀 더 수월하게 하기때문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불행의 인과 관계에 집착하는 것은 그런 불행히 나를 비껴간것은 내가 좀 더 잘나서 잘 대처했기때문이라는 오만한 생각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설명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왜? 왜 굳이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하나 라고 절규하는 어떤 영화 속 인물들, 그들의 행동들을 열거하며 무엇이 그들을 비극으로 몰고가는지를 나름 논리적으로 묘사하지만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나면 함부로 말하기 힘들어진다. 나라면 그러지 않을거야 라는 생각으로 타인에게 엄격했던 순간들, 제니퍼 코넬리의 눈물이 생각나면서 다시 조금 슬퍼진다.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Big night (1996) (4) | 2019.03.28 |
---|---|
Supersonic (2016) (3) | 2019.03.21 |
A coffee in Berlin (2012) (1) | 2019.03.20 |
바이킹스 시즌 6을 기다리며 잡담 (0) | 2019.03.01 |
The hunt (2012) (0) | 2019.02.26 |
Lost in Paris (2016) (0) | 2019.02.21 |
La melodie (2017) (0) | 2019.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