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기다리는 동안 푹 빠져들 수 있는 어떤 생각들과 풍경들이 있다면 그 기다림이란 것이 사실 그리 지겹고 버거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내 차례가 거의 다가왔을 때 일부러 또다시 은행의 번호표를 뽑기도 했다. 그리고 마음이 바빴던 누군가는 몇 초간 머물다 그냥 넘어가는 전광판의 나의 옛 번호를 보고 잠시 행복해했겠지. 그리고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번호들을 보았을 땐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었을지 모른다 생각하며 속으로 웃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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