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2020. 3. 21. 06:14

 

 

 

이른 아침에 내렸다가 정오의 햇살에 휘감겨 없었던 듯 사라졌던 3월 중순의 눈.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 가까스로 도착한 봄의 존재도 덮어버렸다.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르고 몇 십년 동안 동굴 같은 곳에 숨어 살았다는 일본인을 가끔 떠올린다. 물론 아주 오래 전에 신문이 집으로 배달되던 시절의 해외토픽에서 읽었던 이야기이다. 세상이 거대한 오랑시가 되어버린 요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오해하는 편이 가장 쉬워보인다. 저 눈이 조금만 더 오래도록 내렸더라면. 누군가가 밟고 지나간 자취를 한 번 정도 덮어버릴 만큼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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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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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스크는 밤새 눈보라가 휩쓸고 지나고 이른 아침 햇님과 함께 평온한 하늘이 등장하는 마치 꿈같은 하루하루 입니다. 워낙 현실 감각 무디게 사는 편이기도 하나...... 요즘은 더욱더 어제의 일들이 모두 꿈이었나를 생각하는 아침을 맞이해요. 그저 오랜 습관으로 BBC 라디오를 틀며 시작하는 아침....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으며 아..... 어제 일들이 꿈이 아니었구나........ 하는...... 오늘도....... 씁쓸한 아침의 시작입니다.
    그래도 변함없이 고운 글과 사진을 올리시는 영원한 휴가님 블로그를 보며......... 건강하여 고운이들이 더 많은 지구에 살고 있는 지금에 또 감사하게 됩니다.

    2020.03.23 16: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잘지내시죠. 얼마 전에 밀라노에 사는 친구부부와 안부를 주고 받고나서 가본 적없는 치비달레를 떠올렸네요. 부디 그곳도 민스크도 무탈하게 지나가기를요.

      한편으론 모두가 애써 자취를 감춘 요즘만큼의 평화로움이 이 시기가 지나고서도 두고두고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결국 과부하에 걸렸던 것은 세상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요.

      2020.03.24 04:0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