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내렸다가 정오의 햇살에 휘감겨 없었던 듯 사라졌던 3월 중순의 눈.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 가까스로 도착한 봄의 존재도 덮어버렸다.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르고 몇 십년 동안 동굴 같은 곳에 숨어 살았다는 일본인을 가끔 떠올린다. 물론 아주 오래 전에 신문이 집으로 배달되던 시절의 해외토픽에서 읽었던 이야기이다. 세상이 거대한 오랑시가 되어버린 요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오해하는 편이 가장 쉬워보인다. 저 눈이 조금만 더 오래도록 내렸더라면. 누군가가 밟고 지나간 자취를 한 번 정도 덮어버릴 만큼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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