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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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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p_Disco 2000 (1995) 오랜만에 주스를 사서 마셨다. 그리고 떠오른 추억의 노래 한 곡. 과육을 Pulp 라고 하는지 처음 알았다. 펄프...재밌다. 우리네 봉봉 쌕쌕은 정말 펄프로 가득 찬 주스 였구나. 당신은 펄프가 넘쳐나는 오렌지 주스를 마십니다. 이 정도면 이 단어 까먹지 않겠지. 사실 펄프하면 펄프 픽션도 있겠지만 더 애정을 가지고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물론 영국 밴드 펄프이다. 대개는 수트 차림이었던 내숭없는 열정의 아이콘 자비스 코커. 창백한 얼굴 위로는 머리카락이 쏟아지고 몸과 따로 노는듯 휘청거리던 그의 긴 다리. 이들은 물론 브릿팝의 황금기 훨씬 이전의 80년대 부터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전성기의 그들은 오아시스와도 블러와도 라디오 헤드와도 너무나 달랐었다. 오히려 가장 독특했고 복고적 음..
Fastball_The Way 베를린을 떠나는 날. 밤 10시 비행기여서 점심을 먹고도 집에서 밍그적 밍그적 거리던 날. 학원에 가야 하는 친구를 가지말라고 구슬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음악을 듣는 와중에 친구가 무심코 던진 영어 문장이 어떤 노래의 가사일까를 추리하는 와중에. (Where were they going without ever knowing the way 부분이었다) 이미 그 노래가 무엇인지를 찾아낸 친구가 그럼 이 노래를 맞추면 가지 않겠다고 문제를 낸 노래이다. 결국 이 노래는 못맞췄다. 그래도 친구는 학원에 가지 않았다. 이 노래가 유행하던 시기에 덩달아 유행하던 몇몇 곡들이 (혹은 비슷한 스타일이어서 항상 헷갈렸는지도) 있었다. Wallflowers 의 One headlight 나 Hoobastank의 T..
Pink floyd_Comfortably Numb 핑크 플로이드도 몹시 좋아하는 밴드이다. 좋아한다기보다는 경외의 대상이라고 보는게 맞겠지만. 이 밴드에 드리워진 고질적인 암울함을 경배한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세월을 겪어낸 이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초월적인 에너지 같은것이 있다. 밴드 초반의 기틀을 잡고서도 정신병이라는 신변상의 문제로 밴드를 탈퇴한 시드 배럿이 드리운 그림자, 그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그를 영원히 기리면서 남은 멤버들이 함께 만들어가던 또 다른 음악들. 다시 시작된 로저 워터스의 부재로 데이비드 길모어가 혼자서 만들어가던 또 다른 음악들. 특히 그들이 함께 전성기를 이끌던 때, 로저 워터스와 데이비드 길모어의 목소리가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이 노래는 그들이 함께하지 못했던 여러 공연에서 상대의 파트를 다른 뮤지션들이 채..
Slowdive_Machine gun 하루에 하루를 더하는 삶속에 반복되는것들이 여러가지 있다. 예를들어 지속적으로 구멍이 나는 고무장갑 같은것들. 오늘은 표면히 거칠거칠한 철제 찜기용 삼발이(?)를 닦다가 이렇게 세게 닦다간 새로 산 고무 장갑에 구멍이 나지 않을까 살짝 겁이났다. 그런데 왠지 조심해서 닦고 싶지가 않았다. 구멍이 나려치면 작은 생선 가시조차도 감당해 내지 못하는 이 장갑들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날 구멍이라면 지금이든 나중이든 차이가 있을까. 차라리 이런 일상적인 배반들을 저당잡아 요즘의 나를 사로잡은 강렬한 감정을 영원으로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절대권력 같은것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안된다면 그 감정에 대한 기억만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슬로우 다이브의 이 노래는 슈게이징 명반 souvlaki 중 ..
The Man in me_Bob Dylan (Seoul_2017) 며칠전에 홍대를 걷다가. 상아 레코드가 없어진것을 확실히 확인했다. 그곳에서 많은 음반을 산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홍대나 신촌에 가면 성지순례를 하듯 항상 들리던 곳이었다. 이번에 와서 몇번을 갔지만 홍대가 오히려 크게 변한것 같진 않다. 구불구불 굽이지고 경사진 곳들은 특유의 보존력을 지니는것도 같다. 특히 홍대를 등지고 왼쪽으로 쌈지 스페이스나 재머스 같은 장소를 지나 백스테이지에 이르러 신촌으로 향하던 언덕 길에서의 느낌은 언젠가 찾아 올 나를 위해 방부처리된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그것은 아마 그 길에 예나 지금이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일거다. 그렇게 걸어다니다 서교동 성당 앞에서 음반 가게를 발견했다. 어딜 여행하든 기념품처럼 음반 하나를 함께 데리고 돌아가..
Yellow_Coldplay (Seoul_2016) 빌니우스에는 첫눈이 온지 오래인데 서울은 여전히 따뜻하다. 숲은 가을을 붙잡아두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노란 낙엽들이 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너를 향해 빛나고 있는 별을 봐 라고 노래하던 누군가도 떠올랐다.
Across The Universe_Rufus Wainright 길거리의 담장보고 생각난 노래, 비틀즈의 'Across the universe' 정확하게 말하면 루퍼스 웨인라잇의 커버곡이다. 그제 숀펜이 나오는 더건맨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래서라도 더 생각났을거라고 생각했다. 어릴때에는 동네 담장이나 벽들을 보면 우둘투둘 뭉툭하게 불규칙적으로 붙어있는 콘크리트들이 많아서 어떤 조각들이 어떤 동물이나 물체를 닮았는지 살펴보고 지나칠때마다 이즈음에 있었지, 혹시 모양이 변하지는 않았나 확인하곤 했으며 나만의 행성처럼 나만 아는 장소처럼 간직 할 여지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두드러지고 튀는 벽대신 말끔하게 채색이 되어있거나 벽화가 그려진 장소가 많아진것 같다. 그나마 칠이 벗겨진 담장과 다닥다닥 붙은 전화번호 스티커들 사이에서 맨살로 살아남은 곳들이 나름의 모양을 만들어 ..
Sonic Youth_Wish Fulfillment 날씨가 너무 추워졌다. 장갑이 생각날정도인데 아직까지는 장갑 챙기는것은 매번 깜박하게 된다. 대신 커피를 걸어다니며 마셔야할때 컵을 쥐면 이젠 뜨겁지 않고 손이 따뜻해지니 매번 컵에 맞는 커피 슬리브를 챙길 필요가 없어서 좋을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길에 잠깐 '삐뚤어진 코' 카페에 들렀다. (http://ashland.tistory.com/444) 혹시 가게 주인이 있으면 코가 삐뚤어졌을까 유심히 보려고 했지만 없었다. 매번 만나는 여인이 커피를 만들어 주었다. 오늘은 일부러 가장 신 커피를 달라고 해서 마셨다. 항상 뚜껑을 열어 커피콩 냄새를 맡게 해주는데 '사실 냄새만 맡아서는 무슨 차이인지 잘 모르겠어요' 라고 하자 여인도 '사실 저도 그래요' 라고 대답했다. 여인이 전보다 훨씬 긴장을 푼것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