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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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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80_너, 그 자체. 늘상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좀 더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일때 아름다워지는 것. 도시도 예외는 아니겠지. 그랬으면.
Vilnius 79_계절의 정문 Vilnius_2018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문 근처에서 들어갈까말까 서성이고있는데 어디서 쏟아나왔는지도 모르는 갑작스런 인파에 밀려 엉겁결에 빨려들어가고 마는 어떤 계절의 초입.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너른 공간 한 가운데에 뚝 떨어져 서성이는 순간은 오히려 온화하다. 빠져나올때쯤은 오히려 아쉽다. 겨울은 항상 그렇다. 더 이상의 새 손님 맞이를 사양한채 꽝 닫혀진 겨울은 오히려 따사롭다. 지금이 가장 춥다. 열려있는 곧은 문이, 한 발짝 들이기만 하면 되는 그 문이 가장 커 보이고 가장 차갑다. 이른 아침 대성당 근처를 걸었다. 못보던 국수집이 보였다. 이제 이곳 사람들도 겨울의 국물과 조금씩 친해지려나보다.
Vilnius 78_공사중 그냥 부수고 새로지을 수 없는 건물. 이런식으로 외벽을 그대로 놔두고 속을 채워나간다. 이리저리 휘어진 철근으로 가득한 공사장 대신 이렇게 해골 바가지처럼 뻥 뚫린 건물을 보면 아슬아슬한 동시에 스산한 기분이다. 날이 맑아서 파랗다면 다행이다. 저 빈틈이 온통 회색으로 채워질때도 더러 있다.
Vilnius 77_활강 직전의 무당벌레 리투아니아에서도 무당벌레는 행운의 상징이다. Boružė, 신의 벌레, 자알 보면 보인다. 의외로 자주 날아오는 이들을 매번 행운을 빌고 날려보내주는 것이 조금은 민망할때도 있지만. 무리에서 굴러나온 팥알 마냥 주위를 두리번 배회하다 날개를 열고 날아가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 자신만의 세상에서는 그것이 독수리의 활강과 그닥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이곳이 그렇다. 나만의 리듬으로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않는 곳. 리투아니아의 노래 한 곡을 적어보는 중. Boružėlė septyntaškė, Panaši į mažą braškę, Lia lia lia lia, lia lia lia lia 무당벌레, 일곱점박이, 조그만 딸기 같아. 라라라 Boružėlė lipa delnu, lia lia l..
Vilnius 76_라즈베리 마트 앞에 집합한 가판대 위의 수부룩한 열매들과 함께 빌니우스의 여름이 절정을 향한다. 숲에서 혹은 자신의 여름 별장에서 채집한 열매와 버섯, 직접 기른 래디쉬나 오이, 파 같은 것들을 소량씩 얹어놓고 파는데 그것들이 다 모이면 꽤나 풍성하고 다채로운 풍경이 된다. 잼이 들어간 도너츠를 잘 안먹지만 그래도 가끔 골라 먹던 도너츠는 라즈베리잼이 들어간 도너츠. 그 까탈스러운 생김새와 생뚱맞은 식감과 맛 때문에 여름 열매들 중 가장 마음이 간다. 특히나 가판대 위의 라즈베리는 마트 속 라즈베리와 달리 크기도 들쑥날쑥하고 아주 작은 것들은 큰 것들에 치어서 거의 이즈러져 있다. 자유로이 드나드는 벌레들도 함께이다. 한 봉지 사들고 집으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씻기 번거로운 과일. 그래서 씻지 않고 먹으려하면..
Vilnius 75_우주피스의 짤순이 빌니우스를 여행했던 첫날 우주피스 Užupis 의 빌넬레 강은 꽁꽁 얼어있었다. 지금의 3월 말 기온과 12년 전의 그것은 아주 달랐으니. 이 강이 졸졸 흐르는 봄과 여름이 되었을때 꼭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어쩌면 언 강이 녹는것처럼 시간이 흘러 저절로 이루어질 소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주피스를 휘감으며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 강을 볼때마다 그때 생각이 난다. 그리고 이 사려깊은 전시물은 아마도 지금보다 수심이 깊었을 저 강 기슭에서 빨래 방망이를 휘둘렀을 아낙네들을 위한 것이리라.
Vilnius 74_처음처럼 마지막 Vilnius_2018지난 겨울. 친구가 빌니우스를 떠나기 전 선물해준 물병의 마지막 모습. 물을 졸졸 흘리는 와중에 여전히 열심히 벌서고 있는 아틀라스와 기념 촬영.
Vilnius 73_빨강파랑노랑초록 Vilnius_2018 현금이 없어서 매번 지나치는 노란색 딸기 천막. 며칠째 30도에 가깝던 기온이 오늘 13도까지 뚝 떨어졌다. 하늘은 높고 거센 바람에 떨어져 뒤따라오는 싱그러운 나뭇잎 소리에 몇 번을 뒤돌아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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