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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아티쵸크와 젤소미나


(이미지출처_Pinterest)




가끔 들여다보는 남의 부엌들.  어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두개의 부엌 이미지에 나란히 아티쵸크가 그려져 있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잘 먹지 않는 채소이고 손질하기도 번거로워서 잘 사지 않지만 너무 예뻐보일때 충동적으로 사놓고 쳐다보다 썩을 기미를 보이면 부랴부랴 먹어버리는 채소이기도 하다. 





(이미지출처_Pinterest)



아티쵸크하면 항상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몇번을 봐도 항상 울게되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라 스트라다 이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젤소미나와 일 마토의 대화.  대충 기억나기로는 '젤소미나, 너 정말 못생겼다. 아티쵸크 닮았잖아...세상에 무의미한것은 없어. 길거리 자갈들도 존재의 의미가 있어. 그들이 무의미하다면 세상 모든게 무의미 하지. 너도 그래. 너도 누군가에게는 의미있는 존재일거야' 라는 말로 젤소미나를 울상짓게도 하고 행복하게도 만들었던 일 마토.  잠파노가 그를 때려 죽였을때 정말 너무 슬펐다.  젤소미나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냥 항상 안타깝고.  1:29 구간에 젤소미나가 입꼬리를 축 내리며 울상짓는 부분이 너 아티쵸크 닮았다고 하는 부분인데 아무리 돌려들어도 아티쵸크가 나오지 않아 검색해봤더니 이탈리아어로 아티쵸크는 carciofo 라고 한다. 나중에 이태리가서 메뉴에 이렇게 써있으면 꼭 먹어봐야겠다. 카르치오포. 카르치오포. 근데 우리나라에서 못생김을 묘사할때 오이나 호박같은 채소에 비유하는것처럼 이태리에서 아티쵸크를 그런 경우에 쓰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이것도 나중에 이태리 사람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난 이 영화의 이 장면 때문에 자갈을 뜻하는 pebbles 라는 단어도 엄청 좋아하게 됐는데.  언젠가 카우치 서핑으로 우리집에 며칠 있었던 어떤 여행자의 리뷰에 내 딴에는 정말 정말 좋은 의미로 깊은 애정을 담아 '세상을 방황하는 이 pebble 을 만나면 꼭 주저말고 그들과 지내보세요' 뭐 이런 식으로 썼다가 상대가 기분 나빠해서 당황했고 함께 지내면서 얼마간 교감했을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내 의도를 오해한것에 약간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아티쵸크하면 젤소미나부터 자갈까지 그리고 그 외국인 친구까지 연거푸 떠오른다. 06:39 부분에 일 마토가 넘겨준 작은 자갈을 들고 두 눈에 눈물이 흥건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젤소미나를 봤다면 그 친구도 내 의미를 이해했을텐데...아니지. 그 의미를 이해했을사람이라면 영화를 안봐도 알아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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