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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서울 13_종각


(Seoul_2017)


서울에 사는동안 가장 많이 내렸던 지하철역은 1호선 종각역이다. 처음에는 주로 역에서 연결된 서점에 가기 위해서였지만 그 후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그리고 학원을 다닌다거나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의 여러가지 목적들이 추가되었다. 아주 이른 새벽의 종각도 늦은 밤의 현란한 종각도 평일 오전의 한산했던 종각도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이번에 와서도 가장 많이 내리게 된 지하철역은 종각역이었다.  주요 장소로의 접근성이 좋아서 유모차때문에 환승을 최소화 하고 싶었던 우리에게 내려서 걷기 가장 좋은 역이었다.  어느틈으로 파고들어도 마치 일부러 찾아온듯한 느낌을 주는 장소들이 많아 별다른 목적지 없이 걸어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한 정거장씩이라도 갈아타서 가던 장소들을 이번엔 거의 걸어서 다니게 되었다.  광화문에서 삼청동을 지나 인사동에서 다시 종각 명동으로.  경복궁에서 삼청동으로 그리고 대학로로. 북창동에서 명동을 지나 시청에서 남대문으로. 시청을 지나 을지로에서 남산방면으로. 청계천의 끝까지 걷는든 동대문 방면으로 걷든 서울 산보의 시작점은 종각이었다. 인사동 입구의 야구장도 아직 있었다. 여전히 그 입구 언저리에서 방망이에 맞는 야구공 소리가 들린다는것이 신기했다.  더 많이 걸을수록 많은것이 기억났다. 기억은 오랫동안 갈지않은 베갯잇의 얼룩처럼 내 머릿속이 아니라 거리에 잠복하고 있었다. 그것이 뒤엉킨 머리카락 같은 기억이든 한올씩 떨어져 없어지는것이든 나를 급습하는 그들을 위해 나는 무방비상태가 된다. 거리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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