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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다이, 마이 러브 (2025)

 
 
<케빈에 대하여> https://ashland.tistory.com/163 만든 린 램지의 <다이, 마이 러브>를 보았다.  같은 감독이 다시 한번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면 그것이 단순히 먹히는 소재라서기 보단 아마 감독 자신이 평생 놓지 못하는 질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원작은 아리아나 하르비츠의 소설 다이, 마이 러브이다. 프랑스 시골에서 미국 몬타나의 시골로 배경이 바뀐다. 각색과정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결국 린 램지에게 묻게 된다. 왜 그녀의 영화 속에서 엄마는 늘 이렇게 고립되고 무너질까. 그녀의 영화에서 모성은 신성하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오히려 그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폭력에 가깝다.  
 
<케빈에 대하여>의 주인공 에바(틸다 스윈튼)는 도시적이고 어느 정도 '성취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엄마가 되면서 서서히 무너진다. 그녀에게 엄마라는 지위는 삶을 완성시키는 단계가 아니라 이미 구축된, 차근차근 쌓아 올린 정체성을 붕괴시키는 사건이다. 반명 <다이 마이 러브>의 그레이스 (제니퍼 로렌스)의 출발점은 에바와는 전혀 다르다. 그녀는 표면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글을 쓰고 싶고 아직 확고한 커리어를 갖지 못한 채 낯선 시골로 이주하는 젊은 여성이다. 초반에 제니퍼 로렌스와 로버트 패틴슨이 시골집에서 살아가는 풍경은 자유롭고 즐기는 에너지로 폭주한다. 하지만 출산 이후의 그곳은 젊음의 가능성과 도시의 숨가쁜 속도에서 완전히 분리된 억압되고 외진 공간일 뿐이다. 그레이스는 한밤중에 깨어나서 책상 앞에 앉지만 아직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하얀 종이를 적시는 것은 잉크 방울이 아닌 단단하게 불어 차오른 가슴에서 떨어지는 하얀 모유이다.  
 
 

 
 
에바가 이미 이룬 것을 잃는 사람이라면 그레이스는 이루기도 전에 그 가능성을 빼앗긴 사람이다. 그녀에게 아이는 축복이기보단 중단된 가능성의 증거처럼 다가온다. 그녀가 점점 불안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하는 과정은 단순히 산후 우울증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상처가 드러나는 과정에 가깝다.
 
그레이스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었다. 언젠가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혼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평생 그녀를 따라다닌다. 누군가를 사랑할수록 더 불안해지고 불안해질수록 스스로 관계를 망가뜨린다. 가까워지고 싶은 동시에 밀어낸다. 어쩌면 같은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며 그레이스와 비슷한 젊은 시절을 보냈을지도 모를 시어머니의 따뜻한 시선과 도움의 손길을 그레이스는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영화의 각본에는 <Anatomy of a suicide>라는 연극을 쓴 앨리스 버치가 참여했다. 영화 시작과 함께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오는데 어느 정도는 이 영화의 전개를 예상하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연극은 3대에 걸쳐 전해 지는 자살이라는 불행을 다룬다. 영화에서 이 불안은 그녀가 사는 집과도 겹쳐진다. 그곳은 잭슨(로버트 패틴슨)의 자살한 삼촌에게서 물려받은 곳이다. 그레이스는 죽음의 기억이 스며든 공간에서 아이를 키운다. 적어도 그녀가 삼촌의 자살에 대해서 알게 됐을 때 그녀는 그 사실을 좀 더 개인적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앨리스 버치의 세계에서 우울과 죽음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짙은 그림자를 남기며 반복되는 구조적 비극이기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 동시에 죽음의 흔적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공간은 처음부터 불안정하다. 너에게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며 잭슨이 가져다준 강아지조차 그레이스에게는 또 하나의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일 뿐이고 사고 후에 후유증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하던 개를 보듬어줄 여력이 없는 그레이스는 개를 쏴 죽인다. 
 
그레이스는 정신과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그동안의 방조와 무관심에 반성하기라도 하듯 잭슨은 그녀의 귀환에 맞춰 더 큰 차도 사고 집을 깨끗하게 닦고 수리해 놓는다. 마치 모든 것이 '이제는 괜찮아진 사람'을 위한 무대처럼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 풍경은 불편하다. 고쳐진 것은 집일 뿐 그녀의 마음은 변한 것이 없다. 전보다 건강해 보인다는 주변의 칭찬은 넌 다시는 무너져선 안된다는 협박처럼 들린다. 
 
그레이스는 격한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평화로운 표정으로 잭슨과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온다. 괴로워할 힘조차 남지 않은 사람의 얼굴로 어쩌면 이제 오랜 싸움을 끝내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지을 수 있는 표정 같다. 그리고 숲에서 불이 번지고 그레이스는 그동안 써 내려간 책과 함께 숲 속으로 들어간다. 숲으로 달려가는 잭슨, 그는 지금이라도 그레이스의 삶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것은 사실 열린 결말이다. 하지만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흐르기 시작하는 조이 디비전의 노래 Love will tear us apart는  적어도 내겐 열린 결말의 가능성을 빼앗아간다. 조이 디비전의 리더 이안 커티스는 24살이라는 젊은 나이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 뇌전증 증세가 있었고 아마도 너무 어린 나이에 아빠가 돼버린 책임감 그리고 이제 막 유명해지기 시작한 밴드 생활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여성을 찾았다는 사실 사이에서 도덕적으로 방황했는지도 모른다.고 산자들이 추측할뿐.. 그리고 이안 커티스의 목소리가 아닌 피곤하고 나른한 여성의 목소리 (감독 린 램지가 직접 부른다)와 함께 지친 그레이스의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When routine bites hard and ambitions are low
And resentment rides high, but emotions won't grow
And we're changing our ways, taking different roads
Then love, love will tear us apart again
Love, love will tear us apart again
Why is the bedroom so cold? You've turned away on your side
Is my timing that flawed? Our respect runs so dry
Yet there's still this appeal that we've kept through our lives

 

But love, love will tear us apart again
Love, love will tear us apart again
You cry out in your sleep, all my failings exposed
There's a taste in my mouth as desperation takes hold
Just that something so good, just can't function no more
Then love, love will tear us apart again
Love, love will tear us apart again
Then love, love will tear it apart again
Love, love will tear it apart again

 
https://www.youtube.com/watch?v=lyNdEVRxOdY&list=RDlyNdEVRxOdY&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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