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스테르담에서 뜻하지 않게 많은 이들의 부엌을 훔쳐 보았다. 자전거가 빼곡하게 들어찬 거리에 어둠이 깔리면 많은 집들이 부엌에 은은한 조명을 켜둔 채 지나는 이들의 관음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빌니우스에서 살기를 시작한 집의 부엌은 오랜동안 누군가의 암실로 쓰여졌던지라 물품과 사진 자료들로 가득차 있어서 복도에 놓인 작은 인덕션에서 음식을 해먹었는데 오븐도 부엌도 없던 시절에 이 가게에서 빨간색 코코떼와 모카포트와 미니 거품기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코코떼는 처음부터 변함없이 그저 소금 그릇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제는 아담한 부엌의 가스불 위에서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덕션 위에서 대책없이 솟구치던 최초의 커피가 기억난다. 그리고 손잡이가 반쯤 녹아내린 12년 된 모카포트는 지금도 자신만의 독보적인 커피를 만들어낸다. 암스테르담에 가면 다시 꼭 저 가게에 들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물건이지만 그땐 6잔짜리 모카포트를 굳이 저곳에서 사가지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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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암스테르담이라면 치즈와 트램만 생각나요. 그리고 눈보라 맞으며 엄청 고생했던 기억... 두번 다 일하러 갔기 때문인가봐요.
굳이 저곳에서 사가지고 오고 싶은 모카포트 그 느낌 공감됩니다
눈보라치는 암스테르담음 몇월이었을까 생각했는데. 오늘 이곳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네요 허헛.
으앙 5월의 눈보라 ㅠㅠ 저는 2월이었어요 ㅋㅋ 그때 이상기온으로 넘 추워서 베니스 바다도 얼어붙었던 시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