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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03_파리의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 어떤 일을 내가 상상했거나 계획했던대로 실행 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때 난 재빨리 체념하고 다음을 기약하는편이다.내가 하고자 하는것을 하는데있어서 누군가의 동의를 얻어야한다거나 왜 그것이 필요한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따위를 조목조목 설명해야하는것처럼 귀찮은 일은 없다. 내 목적과 타인의 욕망이 충돌할때 난 보통 다른이들이 원하는것을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라고 영혼없이 동의한다.어떤이들을 말한다. 고집을 부려서라도 꼭 이뤄내야 할 생각이 없는것은 그만큼 많이 원하지 않는거라고.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려는 우리의 태도가 단지 갈망의 정도에 좌지우지되는것은 아니다. 때로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가동되는 강박관념같은것이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것을 더 빨리 원하게끔 재촉할때도 있다..
<오프라인 Offline> Peter Monsaert (2012) 예전에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다가 피식 웃었던적이 있다. 포카리스웨트의 자몽농축과즙이 이스라엘산이었기때문이다.이온음료를 즐기는것은 아니었지만 매번 그 음료를 마실때마다 '아 내가 지금 이스라엘산 자몽을 먹고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밍숭맹숭 비누맛같은 음료수를 들이키며 지구 반대편의 물 귀한 나라를 떠올리는것이 항상 있는 일은 아니다.벨기에산 씨쉘 (sea shell) 초콜릿을 먹을때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내가 해마모양 초콜릿을 집을때마다 '아 네가 벨기에에서 자랐다는 그 해마구나' 라는 생각은 물론 하지 않을거다.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무시하기란 쉽지않은 일임이 분명하다.요즘 같은 글로벌시대에 물건이나 음식의 국적을 따지는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우리가 집과 직장만 왔다갔다하면서도 알게모르게 지구촌 ..
<더 퍼지 The Purge> James De Monaco (2013) 영화를 볼때 잔뜩 기대를 하고 보는 몇가지 경우.예를 들어서 마이클 만이나 코엔 형제같은 감독들이 내놓는 신작들을 기계적으로 보는것 자체가 기대로 충만하다는것이고곱게 나이들어가는 다이앤레인이나 장만옥의 얼굴을 훔쳐봐야겠다는,거만한 눈초리의 잭블랙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기대로 골라보는 영화들은마치 새로운 맛의 과일 맥주나 처음 먹어보는 빵을 집을때의 설레임처럼 멋진 배우들에 의존하는 경우이다. 처럼 광고를 엄청 할법한 헐리우드 신작들은 왠만큼 강렬한 시나리오가 아니면 시선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살인을 포함한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12시간'이라는 한 줄의 문구에 완전 꽂혀버렸다.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칠판 한 가득 롹의 계보를 적어놓고 열변을 토했던 의 잭 블랙처럼 대략 백여편의 영화로 이루어진 범죄영화..
Paris 02_파리의 바스키아 에펠탑이라는 거대한 놀이공원을 빠져나와 센강변을 걷다가 우연히 지나치게 된 Palais de Tokyo.전시장 입구의 노천카페뒤로 바스키아가 보였다.앤디워홀이 실크스크린으로 한참 어렸던 그의 예술적 동반자 바스키아의 얼굴을 남겼는지는 모르겠다.만약 그러지 못했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보였다.여기 후세의 젊은 예술가들이 빳빳하고도 끈끈하게 오려붙인 바스키아가 있으니깐.바스키아라는 검고 빛나는 원석의 절대연령을 계산할 수 있다면 그의 나이는 몇살쯤일까.그 원석은 28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마치 자신이 분출해낼 수 있었던 모든 방사선을 남김없이 흩뿌려놓고 떠난 느낌이다.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절묘하게도 안에서는 키스 해링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바스키아 보다 2년 먼저 태어났고 2년 나중에 사라..
20131025 의 모든 장면장면이 보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마스터피스를 꼽으라면 아마도 이 장면.에바가 'I put a spell on you'의 제이 호킨스 버전을 틀어놓고 갓 도착한 뉴욕의 거리를 걷는 장면이다.액정이 망가진 니콘 4500을 고집스럽게 삼각대위에 고정시키고 찍어서 가져온 비디오테이프 속 장면들은 그렇지 않아도 지독히 아날로그적인 이 영화를 내가 모르는 그 흑백의 시간속에 꽁꽁 묶어두지만크라이테리언 콜렉션 디브이디에서 추출해 이어 붙인 이 연속된 장면들을 보고 있으니마치 전설적 뮤지션의 리마스터링된 옛 명반을 들을때와 동일한 감정을 느낀다.시간이 생길때마다 이 영화의 모든 시퀀스를 이렇게 필름처럼 쭉 연결해봐야겠다. 화면속에서 결코 심하게 요동치지 않는 진열장 속 만화 피규어 같은 주인공들과..
나의 소울메이트, 에바그녀는 밤을 샌 모양이다.부다페스트에서 날아왔으니 시차적응이 아직 덜 된 것일수도.헝가리 부다페스트와 미국 뉴욕의 시차는 고작 6시간밖에 안되지만에바는 뉴욕으로 곧장 가는 직항이 아닌 최소 세번은 환승을 해야하는 값 싼 비행기 티켓을 살 수 밖에 없었던것일지도 모른다.에바는 비행기속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오랜시간 동안 날아와야 했을 그녀는 자신의 검은 코트를 짐 칸 깊숙히 집어넣고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제이 호킨스의 노래를 비행내내 흥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비행기에서 내려 노래하는 트랜지스터와 함께 걸어갈 뉴욕의 거리를 상상했을지도.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서 정해진 시간에 개운하게 깨어날 수 있는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었던적은 한번도 없었다. 잠은 항상 내일을 위한 의무였고 ..
<사랑도 통역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소피아 코폴라 (2003) 24시간을 초단위로 잘개 쪼개어서 그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 매순간 머릿속을 파고드는 단어와 소리, 이미지들을 빠짐없이 기록해 나가야한다면 어떨까. 가만히 앉아서 머리를 굴리는 그것은 어쩌면 상상을 기반으로 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유에 가까운것일지도 모른다. 집밖을 나서서 내가 마주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단어와 섞이는 나의 단어를 포착하고 그들의 눈빛과 감정에 부딪힌 후 돌아오는 나의 오감들을 내 감정의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가는것은 단순한 사유와는 좀 다르다. 각기 다른 감정들을 비슷한 색깔로 분류하고 적정량의 놈들이 모여졌을때 서랍장 입구에 견출지를 붙이는것. 서랍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의 감정을 담아내지 못할때 우리의 감정은 세분화되고 서랍의 개수는 늘어난다. 그리고 그 감정을 적절한 단..
<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 퍼시 애들론 (1987) 트렁크와 함께 단 둘이 남겨진 주인공들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그들이 방황하는곳은 캘리포니아 사막 한가운데일수도 있고 '아프리카'라는 이름의 카페일수도 있다.(그린카드) 때로는 프로레슬링 체육관 앞을 서성이기도 하고(반칙왕) 전설의 명검을 지닌채로 강호를 떠돌기도 한다.(와호장룡) 혼자인것에 익숙하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그들을 무의식중에 동경하는 내가 가끔은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외톨이 같은 그들과 함께 고독의 미학을 깨달아가는것이 우리 삶의 유일한 과제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혼자라는것의 정의는 과연 누가 어떤 단어로 내려줄 수 있는걸까. 그것이 100퍼센트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독에 대해 얘기하는것은 엄청난 모순이 아닌가. 마치 설탕이 단지 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충치의 고통에 대해 논하는것처럼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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