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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Caché> Michael Haneke (2005) 을 고등학생때 친구랑 비디오를 빌려서 같이 봤는데. 뭐지? 저 달걀 빌리러 다니는 남자애들 정말 웃기다 이러면서 그 '묻지마 폭력'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더랬다.이런 참신한 소재들을 기다렸다는듯이 리메이크하는 헐리우드 덕분에 유럽이든 아시아든 재능있는 감독들은 자신들의 영화가 어떤식의 다른 느낌으로 탈바꿈하는지 구경 할 기회를 얻지만 리메이크작을 기다리는 원작자의 마음은 어떨까. 더 멋진 작품이 나올까 초조할까.예술가들은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더 나은 창작물이 탄생하기를 고무되서 응원할까. 관객의 입장에서 제발 더 재밌어라 기대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작이 명불허전으로 남길 기대한다.그런데 독어가 주었던 투박함과 생경함이 결여된 나오미 왓츠와 팀 로스가 출연한 헐리우드 판 도 헐리우드로 간 와 도 대부분은..
<아이 엠 러브 I am love> Luca Guadagnino (2009) 제목을 보고 일부러 찾아 보았고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를 찾아보게 되었다. 격조있는 이탈리아 명문가의 분주한 저녁 만찬 준비로 영화는 시작되고 만찬을 총 지휘하는 안주인, 이탈리아어를 하는 틸다 스윈튼의 모습은 다소 낯설었다.몸에 딱 떨어지는 각 잡힌 바지 정장을 입고 절도있게 사람을 다루는 모습이었다면 시중드는 사람 입장에선 옮기던 접시도 떨어뜨리게 하는 카리스마 였겠지만 틸다 스윈튼은 자신이 지금까지 지어오던 모든 표정의 역사를 삭제한 듯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온전히 사랑하기는 힘든 색깔의 실들로 전혀 다른 감정의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다는 것. 머릿속에 서로 다른 두개의 언어가 공존하는 것은 신기하고도 복잡한 감정이다.가끔은 생각을 멈추고 내가 방금전에 어떤 언어..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 Lynne Ramsay 2011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처럼 지극히 상대적임에도 그만큼 엄격한 잣대를 가진 가치도 드물다.틸다 스윈튼은 여배우는 물론 남자 배우를 통틀어서도 비교 불가능한 독특한 아우라를 지녔고 여배우의 아름다운 얼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항상 상대적인 미를 거론해야 하는 단순치 않은 얼굴을 가졌다.너무 다르기때문에 비교의 대상을 찾는것 자체가 어려운것이 그녀의 강점이지만 약점인것.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화장기 없는 얼굴과 설탕 같은 따스한 감정은 쏙 빠진 듯 삐죽하게 솟은 큰 키. 언젠가는 합리적이었고 이성적이었던 한 인간이 마치 그동안 추구해 왔던 모든 의미를 잃고 난 뒤 갈팡질팡 하는 듯한 표정. 천국을 꿈꾸며 어딘가로부터 탈출했지만 또 다른 이데올로기에 갇히고 마는 인간들 속에서 천국이라는 이상을 ..
<Vegetarian Cannibal> Branko Schmidt (2012) 일부러 찾아서 본 영화라던가 잘 알려진 영화들이 아니고선 영화를 보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줄곧 까먹는다. 가끔가다 예전에 적어 놓은 영화에 대한 글들을 읽고 있자면 내가 정말 이렇게 느꼈나 싶어 웃길때가 있고남이 써놓은 글을 읽을때처럼 낯설때가 있다.시간이 흐르면서 영화의 줄거리와 장면들이 희미해지는것처럼 나의 감정과 느낌도 흐릿해진다.만약에 같은 영화를 다시 본다면 줄거리는 선명해지겠지만 나는 절대 처음과 똑같은 느낌을 받지 못할것이다.오늘 사물을 보는 관점과 내일의 세상을 대하는 자세는 어제의 그것에서 대략 일 밀리미터 정도 떨어진 먼 곳에 있으니 말이다. 나의 바뀐 시선과 관점으로 똑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새로운 느낌을 기대하는것에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쓰기에는새로운 영화를 보고자하는 ..
Paris 08_파리의 데어데블 파리를 떠나기 전전날. 월요일.베르사유를 방문하겠다는 계획으로 와인이며 도너츠며 사단 도시락까지 바리바리 싸서 집을 나섰지만 Gare d'Austerlitz 역 RER 창구의 매우 친절한 직원이 '월요일엔 베르사유에 가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단다' 라고 말해 주었다.파리에서 고작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베르사유 였지만 파리 시내를 잰걸음으로 걷는데 익숙해진 나머지 그곳은 TGV 쯤은 타야 도착 할 수 있는,작은 숙녀 링이 앤드류스를 타고 뛰어 놀던 만화 속 영지처럼 아주 아득하게 느껴졌고누군가의 염원이기도 한 베르사유라는 목적지에 마지막 날까지 다다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자 피로가 급습했다.떠나는 날 당일 아침에 노트르담 성당을 오르는 대작전이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모른채크레페나 먹으면서 여유롭게 여행의 마..
<디레일드 Derailed> Mikael Håfström (2005) 나는 이 배우의 이름을 클라이브 오웬이라고 쓰고 영국인 제라르 드 파르디유라고 읽기로 했다.'겉만 멀쩡하고 뭔가 응큼하고 엉성하다'라는 이미지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완전히 굳어졌는데사실 이 영화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 온 그의 몇몇 영화들 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나름 괜찮은 옛날(?)스릴러인데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이후의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이 영화에서 구축된 이미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제라르 드 파르디유는 누구와도 유사하지 않은 나름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졌지만 이 두 배우가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은 뭔지 너무 흡사하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억지로 갖다 붙이는 걸수도 있다.ㅋ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낙타의 표정과 어정쩡한 동공의 위치는 말할것도 없고뭉툭한 콧날은 한대 때려주고..
<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 Paul Greengrass (2013)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카트린느 드뇌브 같은 배우들이 한때 절대미의 기준이었고 많은 이들의 뮤즈였겠지만더 아름답고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배우는 캐서린 키너나 샤를롯 램플링 같은 배우들 같다.중성적인 생김새와 낮은 톤의 목소리, 목소리에 객관적 혹은 중립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이 절제된 캐서린 키너의 목소리는 항상 상황을 관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위험에 처한 남편과의 절절한 통화나 무사 귀환한 남편과 온 가족이 부둥켜 안고 조우하는 뻔한 장면은 없었고캐서린 키너가 톰 행크스와 나누는 짧고 굵은 포옹과 남편을 내려주고는 쌩하고 사라지는 첫 장면은마치 3인칭 관찰자의 느낌을 주는 캐서린 키너의 무덤덤한 시선까지 더해져서이 영화가 평범한 미국 시민의 영웅담을 보여주는 감상적..
Paris 07_베르사유 Versailles http://www.1001beforeyoudie.com 이라는 사이트.가끔 서점에 들를때마다 습관적으로 훑어보는 책들 중 하나인 '죽기 전에'시리즈를 모아놓은 곳이다. 예쁘장한 다이어리들과 함께 서점 계산대 주변에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비치되어 있는 약간의 정크푸드 냄새가 가미된 책들. 아마존에서 싼 가격에 운좋게 구입하면 모를까 제 값을 주고 살 생각을 하면 왠지 아까워서 결국은 그냥 놓아버리고 마는.한편으로는 '수박 겉 핥기'식의 장식용 책이라는 생각도 들지만오리지널 포스터들과 매끈한 사진들이 빼곡히 들어 차있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나름 유용한 책인것도 같다.사실 우리가 가진 시간의 의미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그것은 보다 많은것을 경험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라기 보다는보다 많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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