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31) 썸네일형 리스트형 <디스커넥트 Disconnect> 헨리 알렉스 루빈 (2013) 90년대의 피시 통신 유니텔부터 현재의 카카오 톡까지. 내가 웹상에 남기는 글들과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통한 소통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지는 요즘이다.현실에서 맺어진 관계를 그대로 사이버 상으로 옮아가는 패턴과 반대로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각종 공식을 현실이라는 실험실로 옮겨가는 패턴.그리고 실생활이면 실생활, 웹이면 웹으로 하나의 공간에 고정 된 인간관계도 있다.겉뜨기 안뜨기처럼 규칙적으로 짜이던 이전의 인간관계와 달리 요즘의 그것은 뭐랄까 복잡한 패턴의 수편물 같기도 하고 코가 빠져서 헝클어졌거나 벌레 먹어서 구멍 난 스웨터 같기도 하다.현재의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대화의 루트를 가지고 있고 필요 이상의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자신이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것들을 아낌없이 쏟아내지만 새.. Bergen 1_The way to the north 사실 전자책 구입기를 쓰려는것은 절대 아니지만 나의 미니미 스마트 폰으로도 이 정도 크기의 글자로 적힌 책을 읽을 수 있다니 기분은 좋다. 생각해보니 난 절대 독서광은 아니다. 어릴때 그나마 읽은 고전들은 초중생들을 상대로 쉽게 편집된것들이 많았고 그나마 작품명과 작가명 등장 인물들은 나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줄거리도 감상도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나도 책을 읽고 싶다는 (정확히 말하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때가 또렷하게 기억난다.바로 6학년때 우리 반의 어떤 남자 아이가 감동적으로 읽은 책을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라고 했을때. 선생님께서는 '그 책은 너가 읽기에는 아직 어려운 책이지 않을까' 라며 놀라셨을때 였다.난 그 남학생이 나름 멋있었다고 생각.. Paris 05_파리의 알 파치노 제대로 발음도 못하는 불어 명칭을 이렇게 가끔씩이나마 써내려 가다보면 지도 속 그 명칭을 읊조리며 걸었던 파리의 구석구석이 떠오른다. 배우고 싶은 언어가 여럿있지만 교재를 통한 학습이 아닌 반복적인 노출로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싶은 언어가 있다면 불어이다.우리가 세뇌된 파리의 로맨틱이 매체의 장난이 아닌 보편성이라는것을 확인 하고픈 욕망의 중심엔 불어가 가진 자존감이 있다. 센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조르쥬 퐁피두 대로 Voie Georges Pompidou 의 끝과 함께 시작되는 거리 Av de New York.Palais de Tokyo 를 나와 콩코드 광장 Place de ra Concorde 으로 향하는 그 여정의 끝에는 그렇게 프랑스와 미국의 우호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뉴욕이라고 명명된 거리가.. Paris 04_파리의 모나리자 파리 여행 중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이들과 마주쳤다. 그들 중 만남이 예정되어있던 이는 모나리자뿐이었다.유리관 속에 꼭꼭 박제된 그를 혹은 그녀를 사무치게 만나보고 싶었던것은 아니었다. 단지 세계 각국에서 배낭과 트렁크를 끌고 모여드는 로드 매니져들과 이미 은퇴한 퇴역 매니져들까지 합세해서 '오늘은 꼭 모나리자를 만나셔야 합니다. 일단 모나리자만 만나보십시오. 밀로의 비너스는 물론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들도 옵션으로 만나실 수 있어요. 참! 세계사 시간에 배우신 함무라비 법전도요' 라고 무언의 압력을 넣었던것이다.난 늦장을 부리다 오후 세시가 다 되어서야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일곱시까지 허용되는 그(그녀)와의 면담에 늦지 않기위해 박물관 지도를 손에 꼭 쥔 채 거대한 루브르에서 앞만보고 걸었다. 그일지 .. Paris 03_파리의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 어떤 일을 내가 상상했거나 계획했던대로 실행 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때 난 재빨리 체념하고 다음을 기약하는편이다.내가 하고자 하는것을 하는데있어서 누군가의 동의를 얻어야한다거나 왜 그것이 필요한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따위를 조목조목 설명해야하는것처럼 귀찮은 일은 없다. 내 목적과 타인의 욕망이 충돌할때 난 보통 다른이들이 원하는것을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라고 영혼없이 동의한다.어떤이들을 말한다. 고집을 부려서라도 꼭 이뤄내야 할 생각이 없는것은 그만큼 많이 원하지 않는거라고.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려는 우리의 태도가 단지 갈망의 정도에 좌지우지되는것은 아니다. 때로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가동되는 강박관념같은것이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것을 더 빨리 원하게끔 재촉할때도 있다.. <오프라인 Offline> Peter Monsaert (2012) 예전에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다가 피식 웃었던적이 있다. 포카리스웨트의 자몽농축과즙이 이스라엘산이었기때문이다.이온음료를 즐기는것은 아니었지만 매번 그 음료를 마실때마다 '아 내가 지금 이스라엘산 자몽을 먹고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밍숭맹숭 비누맛같은 음료수를 들이키며 지구 반대편의 물 귀한 나라를 떠올리는것이 항상 있는 일은 아니다.벨기에산 씨쉘 (sea shell) 초콜릿을 먹을때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내가 해마모양 초콜릿을 집을때마다 '아 네가 벨기에에서 자랐다는 그 해마구나' 라는 생각은 물론 하지 않을거다.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무시하기란 쉽지않은 일임이 분명하다.요즘 같은 글로벌시대에 물건이나 음식의 국적을 따지는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우리가 집과 직장만 왔다갔다하면서도 알게모르게 지구촌 .. <더 퍼지 The Purge> James De Monaco (2013) 영화를 볼때 잔뜩 기대를 하고 보는 몇가지 경우.예를 들어서 마이클 만이나 코엔 형제같은 감독들이 내놓는 신작들을 기계적으로 보는것 자체가 기대로 충만하다는것이고곱게 나이들어가는 다이앤레인이나 장만옥의 얼굴을 훔쳐봐야겠다는,거만한 눈초리의 잭블랙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기대로 골라보는 영화들은마치 새로운 맛의 과일 맥주나 처음 먹어보는 빵을 집을때의 설레임처럼 멋진 배우들에 의존하는 경우이다. 처럼 광고를 엄청 할법한 헐리우드 신작들은 왠만큼 강렬한 시나리오가 아니면 시선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살인을 포함한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12시간'이라는 한 줄의 문구에 완전 꽂혀버렸다.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칠판 한 가득 롹의 계보를 적어놓고 열변을 토했던 의 잭 블랙처럼 대략 백여편의 영화로 이루어진 범죄영화.. Paris 02_파리의 바스키아 에펠탑이라는 거대한 놀이공원을 빠져나와 센강변을 걷다가 우연히 지나치게 된 Palais de Tokyo.전시장 입구의 노천카페뒤로 바스키아가 보였다.앤디워홀이 실크스크린으로 한참 어렸던 그의 예술적 동반자 바스키아의 얼굴을 남겼는지는 모르겠다.만약 그러지 못했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보였다.여기 후세의 젊은 예술가들이 빳빳하고도 끈끈하게 오려붙인 바스키아가 있으니깐.바스키아라는 검고 빛나는 원석의 절대연령을 계산할 수 있다면 그의 나이는 몇살쯤일까.그 원석은 28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마치 자신이 분출해낼 수 있었던 모든 방사선을 남김없이 흩뿌려놓고 떠난 느낌이다.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절묘하게도 안에서는 키스 해링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바스키아 보다 2년 먼저 태어났고 2년 나중에 사라.. 이전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