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5) 썸네일형 리스트형 코르토나, 이탈리아인의 모카포트 나이가 들면 정말 코르토나같은 도시에서 한적하게 살고싶다. 워낙에 경사가 심해서 그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 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내 정서에 맞는 이탈리아 도시를 하나 꼽으라면 베네치아도 피렌체도 아닌 코르토나이다. 코르토나의 밤길을 걸으면서 까치발을 들고 훔쳐보았던 어떤 부엌. 인테리어 자료나 영화 속 주방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모카포트를 보고 있으면 왠지 사용하지 말고 깨끗하게 진열해놔야하는 장식품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사용을 하면서도 가끔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중적인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익숙한 창살사이 꽃무늬 커튼이 쳐진 실제 누군가의 부엌 한켠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카포트들을 보고있으니 이들도 수많은 부엌살림중의 하나일 뿐인데하며 아차 했다. 2인용 4인용 6인용 8인용쯤 되려나? 나에게.. <북촌방향> 홍상수 (2011) 내가 언젠가 거닐던 익숙한 풍경들은 흑백의 필터를 통해 시간의 정체성을 잃고 나만의 공간이 아닌 모두의 추억처럼 모든 이들의 눈동자에 아로새겨졌다. 영화 이 그랬던것처럼 역시 타인의 눈을 통해 나의 추억을 더듬는 기분이 들어 묘했다. 은행이 노랗게 물들면 유난히 아름다웠던 이 곳 정독도서관. 600원이면 한 그릇 뚝딱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도서관 식당의 가락국수. 전부 읽지도 못할거면서 꾸역꾸역 대출해서 결국은 그대로 반납하곤 하던 소설들. 도서관 무료 상영회에서 동생과 배꼽잡고 보았던 . 그리고 그 웃음을 뒤로하고 문제집이라는 현실로 돌아와야했던 우울한 시간들. 내 기억은 내가 보낸 시간의 일부이고 그 일부의 기억을 우리는 평생 추억하며 살아간다. 을 따라가는 카메라속에 나의 십대와 이십대 초반의 .. 피렌체의 에스프레소 Firenze_2010피렌체 중앙역에서 베네치아행 기차를 기다리던 중 간단히 요기를 하러 역내 스낵바에 들어갔다. 이탈리아에서 매번 카페에서 주문을 할때마다 이렇게 서서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들이키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커피를 마신다는것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뼛속깊이 체득된 뭔가였다. 이탈리아에서의 커피맛이 다르게 느껴진것은 우유의 지방 함량,커피의 산도, 알맞게 잘 데워진 커피잔의 조화 따위로는 설명될 수 없는것이었다. 그들이 인사를 나누고 주문을 하고 한 잔의 에스프레소가 추출될때까지의 시간, 커피를 들이키고 문을 나설때까지의 낯선이들과의 짧은 대화의 시간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두세시간씩 앉아서 수다떨때의 나른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촘촘한 밀도였다. cafe baobab - 바르샤바의 커피숍 (2009) 왜 갑자기 이 카페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바르샤바 얘기를 할때면 이 카페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진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처음이다. 카메라 없는 여행을 꿈꾸지만 막상 이런 옛 사진을 보고 있으면 실현불가능한 꿈인것도 같다. 2008년도에 일주일간 폴란드를 여행했었다. 별다른 준비없이 그냥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급하게 둘러본 여행치고는 별 아쉬움이 안남는 여행이었다. 2009년도에 프라하를 가면서 또 바르샤바를 경유하게됐다. 빌니우스에서 바르샤바까지 우선 밤버스를 타고 바르샤바에서 프라하까지 유레일을 탄것. 아침 일찍 기차표를 사고 저녁 출발 시간까지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역을 나섰는데 마치 오랫동안 살아온 곳 같았다. 구시가지같은곳은 발도 들이지 않고 그냥 ..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2011) 이번에는 '모항 해수욕장'이 배경이다. 영화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팬션간판을 보여주는데 이런 팬션도 협찬받은게 아닐까 그냥 혼자 생각중. 배우들이 하도 홍상수 영화는 노개런티라고 떠들고 다닌 영향도 있고 설상가상 김상경이 무릎팍도사에서 소주도 자비로 샀다는 얘기를 한마당에 그래도 절에서 기와에 소원 적는거는 돈내고 했겠지 또 혼자 생각해본다. 그의 영화중에서는 그래도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곳이 배경이구나 했는데 는 제주도가 배경이었으니 그건 아니고 아무리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먹어도 외국배우가 출연을 해서인지 정서적으로 한국같지 않다는 느낌을 주었나보다. 한마디로 모항 해수욕장에서 올 로케로 촬영된 이다. 이런 시나리오로는 샤를롯 갱스부르를 섭외했어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오롯이 '세명의 안느'를 연기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2008) 새해 다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되도록이면 이러진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해본것이 몇가지 있다. 단지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으로 정해진 시간에 자려들지 말자. 저녁을 먹었다는 이유로 야식을 피하려들지 말자. 내일 쉬는 날이어도 머리가 가려우면 그냥 감자. 뭐 이런 별 쓰잘데기없는 다짐들인데 한마디로 본능에 충실하자 그런거다. 내 자신에게만이라도 좀 덜 설명하는 생활을 해야하지 않을까 해서다. 자잘한 욕구들을 억누르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정넘어서 또 폭풍쉐프질. 얇은 스파게티면을 삶는데에 고작 6분의 시간이 필요한데 가스렌지 앞에 서기까지 한시간을 망설이는것은 죄악이다. 마늘과 토마토가 익는 시간동안 창밖으로 대여섯대의 차가 지나갔다. 음식을 먹고 빈.. 만춘 晚春 (1949) 6년전인가 이 영화를 하얼빈의 기숙사에서 처음 보았다. 복제디비디를 쌓아놓고 파는 가게들이 몇군데 있었는데 단속이 뜨면 며칠이고 장사를 안해서 혹시라도 문을 닫을까봐 진심으로 걱정하곤 했다. 영화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었지만 대략 6위안이면 고화질의 영화 DVD 를 살 수 있었는데 그때 운좋게 구입한것이 바로 크라이테리언 콜렉션의 이클립스 시리즈중 '오즈 야스지로' 시리즈였다. , <생활의 발견> 홍상수 (2002) 무릎팍도사에 김상경이 출연했다. 김상경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개그콘서트의 편을 떠올려보면 토크쇼 출연이 그렇게 뜬금없는것 같진 않다. 단지 속의 김상경은 속된말로 찌질했어도 수다스럽진 않았는데. 김상경의 입담에서 박중훈의 위트를 기대했던것이 사뭇 민망해졌다. 김상경 스스로는 자기가 정우성과 송강호의 중간 지점에 있는 배우같지 않냐고 되물었는데 물론 도사들은 그 중간에 이병헌이 있지 않나요 하고 받아쳤지만. 하하하. 김상경은 자신이 가진 평범하고 생활 밀착적인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던것 같다.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살인을 할 만한 극적인 캐릭터가 사실 그에겐 없다. 송강호는 정우성보다 분명 못생겼지만 의 무능력한 회사원을 연기해도 그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김상경은 검사에 의사까지 엘리트를 연기.. 이전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