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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ast> S.J Carkson (2010) 죽을때까지 딱 한 종류의 통조림만을 먹어야 한다면 어떤 통조림을 선택할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하하하.아마도 이 통조림이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뜨거운 밥에 얹어 먹으면 의외로 너무나 맛있는 이 통조림. 통조림 이래봐야 가끔 토마토 소스나 스위트 콘, 파인애플 통조림 따위를 필요에 의해 사는게 전부이지만 이 통조림은 가끔이지만 정말 먹고 싶어서 사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은 이 콩 통조림이 부대찌개의 중요한 재료라는것. 예전에 서울에 살때 동네 모퉁이에 바로 부어서 끓여 먹을 수 있게끔 부대찌개 재료를 스티로폼 그릇에 포장해서 팔곤 했었는데그때 그 그릇에 이 콩들이 들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 통조림 콩도 처음에 따서 먹을때가 맛있지 두번째 먹을땐 맛이 좀 별로다. 모든 통조림..
<Fanny and Alexander> Ingmar Bergman (1982) 중고등학생때는 영화를 선택하는데에 있어서 지금보다 훨씬 스스로에게 엄격했던것 같다. 지금은 시간이 있다면 왠만해선 가리지 않고 모든 영화를 보게 되는데 정말 쓰레기 같은 영화들속에서 조차도건질만한 쓰레기가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인데, 그 말은 어찌보면 삶에 조금은 능청스러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삶에 가진 개똥 철학들을 훔쳐보는 재미를 지금보다 어릴땐 알지 못했던것이다.사실 신작 비디오들은 항상 너무 비쌌고 오랫동안 아무도 빌려가지 않은듯 보이는 옛 고전들이나 딱히 대중적이지 않지만 호평일색의 영화들은 500원이면 빌릴 수 있었던 이유도 있었고가끔 사보던 영화 잡지에서 번지르르하게 언급되는 영화들을 가능한한 많이 봐야한다는 생각에때로는 재미없다 생각되는 영화들도 맛없는 영양..
<Whiplash> Damien Chazelle (2014) 이 배우는 누구를 닮은거지 생각하다 생각하다 의외로 힘들게 생각해냈다. 바로 지금보다 훨씬 어릴적의 존 쿠삭. 땀을 비오듯 흘리며 손에 피가 나도록 드럼을 두드리는 이 당돌하다 못해 무모한 캐릭터는 어떤 영화속의 그를 더더욱 닮았다.거대한 카세트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여친의 집앞에서 음악을 튼 채 버티던 존 쿠삭 말이다.존 쿠삭은 의외로 그렇게 사랑에 푹 빠지는 역할을 참 많이 했던것 같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이 드럼 잘 치는 배우도 앞으로 지고지순하고 고집세지만 미워하기 힘든 좋은 역할을 많이 하게 되길 빈다.다운받아 본 두편의 영화가 공통적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란걸 알게되서 다른 후보작들을 일부러 찾아보았다.그리고 유일하게도 정말 아무생각없이 주인공의 마음이 되어서 푹 빠져들어서 본 이 영화. ..
<Easy rider> Dennis hopper (1969) 이 영화를 오래전에 다운받아놓고 어제 볼때까지만해도 대체 갑자기 이 영화가 왜 보고 싶어졌던걸까를 한참 생각했다.난 그냥 그런게 재미있고 그런걸 생각하는것에서 쾌감을 느끼는듯. 생뚱맞은 꿈을 꾸면 왜 그런 꿈을 꿨는지 생각하는것처럼.빌니우스의 소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의 데니스 호퍼 때문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폴더속에 잠자고 있는 이 영화때문에라도 영화 부클렛 속의 이 더 눈에 들어왔던것일지도 모른다.영화를 보고 나서야 떠오른 영화가 작년에 본 였다.그렇지. 이 두 남자의 영화를 보고 두 남자 어쩌면 세 남자의 영화였던 이지 라이더가 급 생각났던거였다.로드 투 팔로마의 배경이 현시점이지만 주인공 울프는 굉장히 옛날 모델인 빈티지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모르긴해도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가 몰다가 박살나는..
<Chef> Jon Favreau (2014) 이런 영화를 가끔 보면 좋다. 우선은 누군가가 이런 영화를 계속 만드니깐. 우린 오늘도 내일도 계속 먹어야하니깐. 무엇보다도 일시적이나마 정신차리고 잘 챙겨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해서 좋다. 누군가는 목숨 걸고 만드는 음식, 목숨 걸고 돈을 벌거나 공부를 해야하는것에 비하면 그게 가장 현실적인것 같아서 또 좋다.음식 영화를 보면 세상에 정말 다양한 요리들이 많이 있다 생각되지만 막상 마트에 가면 요리 목록이 그려지지 않는다.세상에는 무궁무진한 식재료들이 있지만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고그럼에도 그 무수한 맛집과 부지런한 블로거들과 이런 귀여운 영화들 덕에 색다른것을 먹고자 해야겠다는 욕망은혀 끝 언저리에서 평형수처럼 촐랑거리고 있는거겠지?올리브 오일속에서 하염없이 볶아지고..
<Black Coal, Thin Ice 白日焰火> Yi nan Diao (2014) 길지 않은 여행을 떠났었고 좋은 사람을 만났고 그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작됐던 새로운 생활.하얼빈에서의 일년 반. 2006년. 그 해 대학 신입생 환영회의 플래카드속에 적혀있던 '화양연화'라는 성어처럼2006년은 내 인생에서 정말 행복했고 아름다웠던 시기중 하나로 남았다.모든것이 새로웠고 낯설었지만 그 생경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으로 충만했던 때.모두가 잠든 새벽에 기숙사 일층에서 길어 온 펄펄 끓는 온수에 철관음과 커피를 타 마시며 새던 밤.피곤도 잊은채 새벽의 강추위를 뚫고 국수와 만두를 먹으러 시장을 향하던 아침. 그 어떤때보다 그리움에 절절했지만 결과적으로 하얼빈 생활은 그 그리움으로 인해 더욱 활기찼었다. 오랜만에 따끈따끈한 중국영화를 보고 내가 잊은 줄 조차 모르는 하얼빈에 관한 기억이..
<Tracks> John Curran (2013) 다 가진듯 보였지만 절망적이었던 어떤 이들의 아프리카 사막 여행이 끝나자마자낙타를 끌고 호주의 사막을 횡단하는 아무것도 가진것 없어보이는 소녀의 여행이 시작됐다.영화속에서 만나는 많은 여행자들은 불행을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용감해질 수 있는 이유일거다.의 크리스토퍼처럼. 의 그녀들처럼.더 이상 타협하고 싶지 않을때. 다 버려도 잃는것 없다는 생각과 함께 궁지에 몰렸을때. 힘들지 않은 인생 찾기 힘들지만 모두가 그런 감정을 경험하는것은 아니며 그렇다고해도 모두가 같은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더 독립적이길 원하고 더 사랑받길 원하며 물질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애쓰는 그들덕에 잠시나마 우리도 일탈한다.낙타를 길들이는 법을 배워 홀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그녀의 여행을 보며 우리가..
<Sheltering sky> Bernardo Bertolucci (1990) 어제 본 영화의 잔상이 오늘 본 영화로까지 그대로 이어져 더 큰 감동을 느끼게 할때가 있다.와 . 아무렇게나 골라 놓은 영화인데 사막이 배경인 영화를 연달아 두 편 보고나니 더 그랬다.사막 한 가운데에 모래 바람이 뒤덮은 트럭속에 갇힌 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도 덩달아 떠올랐다.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와 의 데보라 윙거.둘이 배역을 바꿔서 연기했거나 어느 한명이 이 두 편의 영화를 모두 찍었더라도 잘 어울렸을것 같다.다 가진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사람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더 가지려고도 애쓰지 않는 사람들의 영화에 사막만큼 적절한 배경이 있을까. 더이상의 보탬도 더이상의 빼앗음도 용납하지 않는 0이라는 숫자처럼 비어있으면 비어있는대로 충분해서 상실이 설자리 없는 절대적인 공간. 사막.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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