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31) 썸네일형 리스트형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Dallas Buyers Club> Jean marc Vallee (2013) 일년에 한번 갈까 말까하는 극장이지만 영화 상영전에 기대작의 트레일러라도 나오면 눈과귀를 막는다.많은것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정작 모든것을 보여주는 트레일러. 파마머리의 꼬마 아이가 피자를 집어먹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폭풍의 속도로 핥아 먹는 나줄리아 로버츠가 거품이 가득한 욕조로 빨려 들어가는 의 트레일러를 보고'이 영화 정말 너무 보고 싶어요' 라고 느끼게 하던 90년대의 티비 영화 광고들이 떠오른다. 극장가서 돈 버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트레일러는 분명 마트 시식 코너 같은 유익한 존재이지만실제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해야 하는 트레일러의 특성상 속았다고 느끼는 관객이 존재하는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마지막 장면을 캡쳐해놓고 갑자기 트레일러 얘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 아주 .. <밤과 낮> 홍상수 (2007) 과 까지 이번달에 우연찮게 홍상수의 영화를 두편이나 보았다. 수년간 인터넷 사이트에 띄엄띄엄 올라오던 그의 영화들을 운좋게 놓치지 않았던것인데 어쩌다보니 최신작인 를 빼놓고 그의 모든 영화를 본 셈이 되었다. 매번 거기서 거기인 주인공들이지만 그들이 그 캐릭터들 사이에서 진화하고 퇴보하는 느낌을 준다는것은 퍽이나 웃기다. 예를 들어 잠들어 있는 유정(박은혜)의 발가락을 빨다 핀잔을 듣는 김성남(김영호)의 모습에 에서 김의성이 이응경의 발가락을 빠는 장면이 오버랩되는것처럼 어떤 지점에서 진화하고 퇴보하느냐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 따위는 없지만 혹시 그런게 있다면 그것은 아마 머릿속에 따끈하게 남은 전작의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에 현재 감상중인 영화의 캐릭터를 대입시켜 몰입하는것일 수도 있고 주인공들처럼 한때는.. Bergen 2_베르겐의 룬데마넨(Rundemanen) 저렴한 비행기 티켓덕에 매우 충동적으로 계획한 베르겐 여행.여행전부터 왠지 이 여행이 몹시 마음에 들것같은 예감이 들었다.내 짐은 초등학교 시절 토요일 책가방 정도의 무게였고 머물곳은 순조롭게 정해졌으며두달 여의 시간동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빌니우스와 베르겐의 날씨를 번갈아 확인하면서내가 좀 더 북쪽으로 하지만 조금 더 따뜻한 곳을 향한다는 생각이 들자 미묘한 안도감이 들었다.큰 아버지와 큰 고모가 살고 계시는 강원도 양양과 경상도 통영의 정서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기대도 있었다.물에 빠졌거나 배멀미를 한 기억 때문에 바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던 장소들이지만어찌보면 내가 아무런 편견없이 가장 처음으로 바다를 접했던 곳도 그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리워 할 만한 바.. [여행단상] 파리에서 베르겐까지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 놓고 처음으로 숙소를 나설 때의 기분은 짜릿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낯설기만 했던 장소였는데 해가 지면 돌아 올 곳이 생겼다는 안도감 때문일까?잊혀지는지도 모르는 채 잊혀지는게 기억이지만 보통 그 첫날의 기분은 기억이 난다.모든 첫 기억들은 가장 순수하고 완전한 형태로 남는다. 델리에 도착한 다음 날 뉴델리의 코넛 플레이스를 향하는 길에 샀던 노르스름한 편지지.지금도 어렴풋이 여행 도중에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들과 엽서들의 모습이 기억난다..여행 중의 내 소중한 인상이 기록된 엽서들은 누군가에게로 떠나가고 나에게는 엽서를 썼다는 기억만이 남는다.어른들이 항상 똑같은 옛 얘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에게 남은 아름다운 기억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난 내가 참 행복한 삶.. <히든 Caché> Michael Haneke (2005) 을 고등학생때 친구랑 비디오를 빌려서 같이 봤는데. 뭐지? 저 달걀 빌리러 다니는 남자애들 정말 웃기다 이러면서 그 '묻지마 폭력'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더랬다.이런 참신한 소재들을 기다렸다는듯이 리메이크하는 헐리우드 덕분에 유럽이든 아시아든 재능있는 감독들은 자신들의 영화가 어떤식의 다른 느낌으로 탈바꿈하는지 구경 할 기회를 얻지만 리메이크작을 기다리는 원작자의 마음은 어떨까. 더 멋진 작품이 나올까 초조할까.예술가들은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더 나은 창작물이 탄생하기를 고무되서 응원할까. 관객의 입장에서 제발 더 재밌어라 기대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작이 명불허전으로 남길 기대한다.그런데 독어가 주었던 투박함과 생경함이 결여된 나오미 왓츠와 팀 로스가 출연한 헐리우드 판 도 헐리우드로 간 와 도 대부분은.. <아이 엠 러브 I am love> Luca Guadagnino (2009) 제목을 보고 일부러 찾아 보았고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를 찾아보게 되었다. 격조있는 이탈리아 명문가의 분주한 저녁 만찬 준비로 영화는 시작되고 만찬을 총 지휘하는 안주인, 이탈리아어를 하는 틸다 스윈튼의 모습은 다소 낯설었다.몸에 딱 떨어지는 각 잡힌 바지 정장을 입고 절도있게 사람을 다루는 모습이었다면 시중드는 사람 입장에선 옮기던 접시도 떨어뜨리게 하는 카리스마 였겠지만 틸다 스윈튼은 자신이 지금까지 지어오던 모든 표정의 역사를 삭제한 듯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온전히 사랑하기는 힘든 색깔의 실들로 전혀 다른 감정의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다는 것. 머릿속에 서로 다른 두개의 언어가 공존하는 것은 신기하고도 복잡한 감정이다.가끔은 생각을 멈추고 내가 방금전에 어떤 언어..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 Lynne Ramsay 2011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처럼 지극히 상대적임에도 그만큼 엄격한 잣대를 가진 가치도 드물다.틸다 스윈튼은 여배우는 물론 남자 배우를 통틀어서도 비교 불가능한 독특한 아우라를 지녔고 여배우의 아름다운 얼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항상 상대적인 미를 거론해야 하는 단순치 않은 얼굴을 가졌다.너무 다르기때문에 비교의 대상을 찾는것 자체가 어려운것이 그녀의 강점이지만 약점인것.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화장기 없는 얼굴과 설탕 같은 따스한 감정은 쏙 빠진 듯 삐죽하게 솟은 큰 키. 언젠가는 합리적이었고 이성적이었던 한 인간이 마치 그동안 추구해 왔던 모든 의미를 잃고 난 뒤 갈팡질팡 하는 듯한 표정. 천국을 꿈꾸며 어딘가로부터 탈출했지만 또 다른 이데올로기에 갇히고 마는 인간들 속에서 천국이라는 이상을 .. <Vegetarian Cannibal> Branko Schmidt (2012) 일부러 찾아서 본 영화라던가 잘 알려진 영화들이 아니고선 영화를 보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줄곧 까먹는다. 가끔가다 예전에 적어 놓은 영화에 대한 글들을 읽고 있자면 내가 정말 이렇게 느꼈나 싶어 웃길때가 있고남이 써놓은 글을 읽을때처럼 낯설때가 있다.시간이 흐르면서 영화의 줄거리와 장면들이 희미해지는것처럼 나의 감정과 느낌도 흐릿해진다.만약에 같은 영화를 다시 본다면 줄거리는 선명해지겠지만 나는 절대 처음과 똑같은 느낌을 받지 못할것이다.오늘 사물을 보는 관점과 내일의 세상을 대하는 자세는 어제의 그것에서 대략 일 밀리미터 정도 떨어진 먼 곳에 있으니 말이다. 나의 바뀐 시선과 관점으로 똑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새로운 느낌을 기대하는것에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쓰기에는새로운 영화를 보고자하는 .. 이전 1 ··· 104 105 106 107 108 109 110 ··· 1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