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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while we were here> Kat coiro (2012) 둘의 모니터 사이에 놓인 가운데 모니터에서 영화는 항상 재생된다.봐야지 하고 마음 먹고 보는 영화도 있지만 별 생각없이 다운받은 영화를 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영화의 배경이나 분위기가 마음에 들면 자세를 고쳐잡고 보게된다.그러다보니 이제는 이런 색감의 이런 시작이면 나름 마음에 드는 영화이겠거니 하는 확신 같은게 생긴다.달리는 기차속에 나란히 앉아 각자의 책에 몰두중인 두 남녀. 지루함을 감추는데 완전 실패중인 이들, 어색한 침묵을 무시하느라 안간힘을 쓰는중이다.기차 역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둘 사이에는 별 다른 대화가 없다출장 차 나폴리에 온 레오나르도(이도 골드버그)의 머릿속은 일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하고그를 따라 온 제인(케이트 보스워스)은 이번 여행이 부부 관계의 전화..
Bergen 3_베르겐의 접시 많은 물건을 가지지 않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지닌 내 마음에 드는 그런 물건들만 가지고 싶다.어릴적에 엄마한테 나중에 크면 숟가락 젓가락에 그릇 몇개만 가지고 단촐하게 살겠다고 말하곤 했는데줄곧 돌아오던 대답은 살다보면 그게 그렇게 안된다는 것. 나도 살림을 하다보니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물건의 갯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나름 통제중이다.과 속의 작고도 적막한 부엌에서 혼자 밥을 먹는 주인공들을 동경하곤 했는데요새도 조그마한 접시에 식판처럼 음식을 담아 먹으며 티비디너를 먹던 윌리를 떠올리곤 한다. 이들은 베르겐의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한 커피 잔 세트인데자물쇠로 잠겨 있던 가게 앞에서 좀 서성거리자 어디서 불쑥 나타났는지 주인인듯 보이는 남자가 문을 열어줬다.한바퀴 휙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한 눈에 ..
<코드 46> 마리아의 모카포트와 웍 속의 한 장면.윌리엄과 마리아는 함께 밤을 새우고 비내리는 상하이의 아침을 맞이한다.생일인 오늘 꿈을 꾸고 싶지 않은 마리아는 잠을 자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눕는다.그런 마리아에게 윌리엄이 커피를 끓여준다. 마리아의 생김새와 목소리만큼 그녀의 아파트도 뭔가 비현실적이다.발갛게 달궈진 전기 렌지는 흡사 휴대용 앤틱 턴테이블 같다. 그 위에 놓여진 웍과 모카포트도 소꿉놀이 같다.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감정이입 바이러스의 주입이 가능한 시대이지만 실생활은 지금과 거의 다르지 않다.저 웍은 한번도 사용한적없는지 시즈닝도 안된 상태인듯 너무 깨끗하다. 노천 식당에 앉아 어설픈 젓가락질로 중국 음식을 먹으며 맛있어 하는 마리아의 표정이 생각난다.나는 웍이 기울어 지지 않게 받쳐주는 ..
<Code 46> Micheal Winterbottom (2003) "Can you miss someone you don't remember?Can one moment or experience ever disappear completelyor does it always exist somewhere, waiting to be discovered?" 우리의 경험의 근간이 되는것은 과거의 기억이다.우리는 경험에 의거해서 또 다른 내일을 계획하고 먼 미래를 상상하고 꿈꾼다.경험해본 적 없는 사실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알고보면 누군가의 기억에 의해 서술된 사실에 의한것이다.토요일 아침의 늦잠이 얼마나 달콤한지를 알기에 우리는 쉬는 날을 기다리고여행이 즐거웠던것을 기억하기에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한다.어릴 적 통조림 굴의 물컹함에 놀랐던 기억은 굴을 볼때마다 그 비누같은 미끈거림을 ..
히트 Heat_Micheal Mann (1995) 실베스타 스탤론과 복싱을 하는 의 로버트 드 니로를 보니 시간이 더 흘러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 둘 중의 누군가를 회상해야 하는 순간이 닥치기 전에 이 둘의 옛 영화들을 경건한 마음으로 복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 일찌감치 마틴 스콜세지를 만나 연기 인생 절반의 커리어를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로버트 드 니로와 와 같은 영화가 있지만 오히려 90년대 이후 오십의 나이에 들어서야 진면목을 드러낸 알 파치노. 라는 거대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두 배우는 어떤 영화에서 어떤 배역을 맡더라도 압도당 할 준비가 되어있는 영원한 관객을 가졌다.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의 숱한 명작이 있고 그 작품들 중 최고의 영화를 꼽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지만 그럼에도 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 ..
<다운로딩 낸시 Downloading Nancy> Johan Renck (2008) 기계적으로 루퍼스 스웰의 영화를 찾아보는 중. 시작부터 영화의 색감과 배경음악에 끌렸고화면 아래로 크리스토퍼 도일과 제이슨 패트릭의 이름이 지나가자마자 깜짝 놀라 더욱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초반의 버스씬과 색감에서 의 느낌이 물씬 풍겨 여주인공인 낸시에 대한 궁금증이 급상승했고배경음악은 가레스 에드워즈의 와 너무 흡사했다.속 두 주인공의 여행이 비극적으로 끝나서였는지 낸시와 루이스의 대화와 움직임 하나하나에 몹시 불안했다. 애써 부릅뜨지 않아도 충분히 크고 검은 루퍼스 스웰의 눈은 웃고 있으면 오히려 섬뜩하고 화를 내고 있으면 측은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힘든 눈이기에 무표정할때 가장 흡입력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흡사 작업복스러운 평상복을 걸치고 펩시 콜라를 입에 달고 스크린 골프에 푹 빠져..
<트와이스 본 Twice born> Sergio Castellitto (2012) 최근에 부각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쟁은 근접국인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는 나에게 90년대 구소련 국가들의 독립이 정말 아주 최근의 일이었음을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그 자유가 얼마나 쟁취하기 어려운 것이었느냐에 대한 감흥이 컸다기보다는 어물쩍 엉거주춤하다가는 겉보기에 멀쩡한 지금 같은 세상에서도 피지배자의 입장에 놓여 불이익을 당하고 억압받을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에 가까웠다.영화 속의 보스니아 내전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아마 최근 경험했던 그런 감정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비극은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훨씬 더 금세 잊혀진다. 중학교 시절 내가 호출기 음성 사서함에 너바나의 음악을 지우고 저장하기를 반복하던 그때 커트 코베인의 포스터가 붙여진 아스카(사뎃 악소이)의 방은 폭탄에..
<빈얀 Vinyan> Fabrice Du Welz (2008) 요새 재밌게 본 영화가 너무 많은데 짧게라도 적어 놓지 않으면 전부 기억에서 사라질 것 같아 마음이 급하다.누군가가 언급했거나 어디서 봐서 다시 한번 기억하는것과 내가 마음속에 담아 두고 능동적으로 떠올리는것은 확실히 다르다.글로 적어두면 확실히 영화의 잔상이 오래 남으니깐.이 영화는 순전히 루퍼스 스웰 때문에 봤는데 얼마전에 를 다시 보고 이 배우가 내가 좋아 할 만한 배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아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는것은 절대 이 배우에게서 어떠한 단점도 발견하고 싶지 않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것에 가깝다.얼마전에 그가 출연한 이라는 티비 드라마를 보았는데 그는 로마가 배경이면 이탈리안 같고 영국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면 영국인, 스페인에 있으면 히스패닉일거고 엠마누엘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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