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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Heat> Micheal Mann (1995) 실베스타 스탤론과 복싱을 하는 의 로버트 드 니로를 보면서시간이 더 흘러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 둘 중의 누군가를 회상해야 하는 순간이 닥치기 전에 이 둘의 옛 영화들을 경건한 마음으로 복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젊어서 일찌감치 마틴 스콜세지를 만나 연기 인생 절반의 커리어를 구축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로버트 드 니로와와 같은 영화가 있지만 오히려 90년대 이후 오십의 나이에 들어서야 진면목을 드러낸 알 파치노.라는 거대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두 배우는 어떤 영화에서 어떤 배역을 맡더라도 압도당 할 준비가 되어있는 영원한 관객을 가졌다.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의 숱한 명작이 있고 그 작품들 중 최고의 영화를 꼽는것이 여간 어렵지 않지만그럼에도 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 그 둘이..
<다운로딩 낸시 Downloading Nancy> Johan Renck (2008) 기계적으로 루퍼스 스웰의 영화를 찾아보는 중. 시작부터 영화의 색감과 배경음악에 끌렸고화면 아래로 크리스토퍼 도일과 제이슨 패트릭의 이름이 지나가자마자 깜짝 놀라 더욱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초반의 버스씬과 색감에서 의 느낌이 물씬 풍겨 여주인공인 낸시에 대한 궁금증이 급상승했고배경음악은 가레스 에드워즈의 와 너무 흡사했다.속 두 주인공의 여행이 비극적으로 끝나서였는지 낸시와 루이스의 대화와 움직임 하나하나에 몹시 불안했다. 애써 부릅뜨지 않아도 충분히 크고 검은 루퍼스 스웰의 눈은 웃고 있으면 오히려 섬뜩하고 화를 내고 있으면 측은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힘든 눈이기에 무표정할때 가장 흡입력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흡사 작업복스러운 평상복을 걸치고 펩시 콜라를 입에 달고 스크린 골프에 푹 빠져..
<트와이스 본 Twice born> Sergio Castellitto (2012) 최근에 부각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쟁은 근접국인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는 나에게 90년대 구소련 국가들의 독립이 정말 아주 최근의 일이었음을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그 자유가 얼마나 쟁취하기 어려운 것이었느냐에 대한 감흥이 컸다기보다는 어물쩍 엉거주춤하다가는 겉보기에 멀쩡한 지금 같은 세상에서도 피지배자의 입장에 놓여 불이익을 당하고 억압받을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에 가까웠다.영화 속의 보스니아 내전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아마 최근 경험했던 그런 감정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비극은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훨씬 더 금세 잊혀진다. 중학교 시절 내가 호출기 음성 사서함에 너바나의 음악을 지우고 저장하기를 반복하던 그때 커트 코베인의 포스터가 붙여진 아스카(사뎃 악소이)의 방은 폭탄에..
<빈얀 Vinyan> Fabrice Du Welz (2008) 요새 재밌게 본 영화가 너무 많은데 짧게라도 적어 놓지 않으면 전부 기억에서 사라질 것 같아 마음이 급하다.누군가가 언급했거나 어디서 봐서 다시 한번 기억하는것과 내가 마음속에 담아 두고 능동적으로 떠올리는것은 확실히 다르다.글로 적어두면 확실히 영화의 잔상이 오래 남으니깐.이 영화는 순전히 루퍼스 스웰 때문에 봤는데 얼마전에 를 다시 보고 이 배우가 내가 좋아 할 만한 배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아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는것은 절대 이 배우에게서 어떠한 단점도 발견하고 싶지 않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것에 가깝다.얼마전에 그가 출연한 이라는 티비 드라마를 보았는데 그는 로마가 배경이면 이탈리안 같고 영국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면 영국인, 스페인에 있으면 히스패닉일거고 엠마누엘 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Dallas Buyers Club> Jean marc Vallee (2013) 일년에 한번 갈까 말까하는 극장이지만 영화 상영전에 기대작의 트레일러라도 나오면 눈과귀를 막는다.많은것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정작 모든것을 보여주는 트레일러. 파마머리의 꼬마 아이가 피자를 집어먹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폭풍의 속도로 핥아 먹는 나줄리아 로버츠가 거품이 가득한 욕조로 빨려 들어가는 의 트레일러를 보고'이 영화 정말 너무 보고 싶어요' 라고 느끼게 하던 90년대의 티비 영화 광고들이 떠오른다. 극장가서 돈 버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트레일러는 분명 마트 시식 코너 같은 유익한 존재이지만실제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해야 하는 트레일러의 특성상 속았다고 느끼는 관객이 존재하는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마지막 장면을 캡쳐해놓고 갑자기 트레일러 얘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 아주 ..
<밤과 낮> 홍상수 (2007) 과 까지 이번달에 우연찮게 홍상수의 영화를 두편이나 보았다. 수년간 인터넷 사이트에 띄엄띄엄 올라오던 그의 영화들을 운좋게 놓치지 않았던것인데 어쩌다보니 최신작인 를 빼놓고 그의 모든 영화를 본 셈이 되었다. 매번 거기서 거기인 주인공들이지만 그들이 그 캐릭터들 사이에서 진화하고 퇴보하는 느낌을 준다는것은 퍽이나 웃기다. 예를 들어 잠들어 있는 유정(박은혜)의 발가락을 빨다 핀잔을 듣는 김성남(김영호)의 모습에 에서 김의성이 이응경의 발가락을 빠는 장면이 오버랩되는것처럼 어떤 지점에서 진화하고 퇴보하느냐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 따위는 없지만 혹시 그런게 있다면 그것은 아마 머릿속에 따끈하게 남은 전작의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에 현재 감상중인 영화의 캐릭터를 대입시켜 몰입하는것일 수도 있고 주인공들처럼 한때는..
Bergen 2_베르겐의 룬데마넨(Rundemanen) 저렴한 비행기 티켓덕에 매우 충동적으로 계획한 베르겐 여행.여행전부터 왠지 이 여행이 몹시 마음에 들것같은 예감이 들었다.내 짐은 초등학교 시절 토요일 책가방 정도의 무게였고 머물곳은 순조롭게 정해졌으며두달 여의 시간동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빌니우스와 베르겐의 날씨를 번갈아 확인하면서내가 좀 더 북쪽으로 하지만 조금 더 따뜻한 곳을 향한다는 생각이 들자 미묘한 안도감이 들었다.큰 아버지와 큰 고모가 살고 계시는 강원도 양양과 경상도 통영의 정서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기대도 있었다.물에 빠졌거나 배멀미를 한 기억 때문에 바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던 장소들이지만어찌보면 내가 아무런 편견없이 가장 처음으로 바다를 접했던 곳도 그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리워 할 만한 바..
[여행단상] 파리에서 베르겐까지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 놓고 처음으로 숙소를 나설 때의 기분은 짜릿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낯설기만 했던 장소였는데 해가 지면 돌아 올 곳이 생겼다는 안도감 때문일까?잊혀지는지도 모르는 채 잊혀지는게 기억이지만 보통 그 첫날의 기분은 기억이 난다.모든 첫 기억들은 가장 순수하고 완전한 형태로 남는다. 델리에 도착한 다음 날 뉴델리의 코넛 플레이스를 향하는 길에 샀던 노르스름한 편지지.지금도 어렴풋이 여행 도중에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들과 엽서들의 모습이 기억난다..여행 중의 내 소중한 인상이 기록된 엽서들은 누군가에게로 떠나가고 나에게는 엽서를 썼다는 기억만이 남는다.어른들이 항상 똑같은 옛 얘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에게 남은 아름다운 기억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난 내가 참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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