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10) 썸네일형 리스트형 파리로 떠나기 전 목적지를 정하고 머릿속으로 나만의 여행을 상상하기 시작하면서 여행은 이미 시작된다. 집에서 식당까지 가는 동안에는 크고작은 대여섯개의 횡단보도가 있는데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는 짧은 시간들이나 마트 계산대 앞, 지루한 표정으로 하얀 센트를 세는 사람들 틈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 (리투아니아의 1센트 열개를 세면 40원정도로 그다지 화폐가치가 없는 이 센트를 보통은 '하얀색'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등등등의 짧고 짧은 시간들은 상상을 위한 최적화된 시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잡생각말고는 그다지 생산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짜투리시간에서도 쪼개지고 또 쪼개지고 남은 이 찰나의 순간들을 여행이라는 어느 미래의 한 순간에 투자할 수 있다는것은 즐거운 일이다. 지나고보면 여행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 코르토나의 종소리 La Campanella 매번 여행을 가기 전에 결론이 뻔한 고민에 휩싸인다. '카메라를 챙겨야 할까?' 나는 조금은 불편한 여행이 좋다. 솔직하게 말하면 여행예산과 각종 기회비용을 따지다보면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런 여행을 하게 되는것이다. 예를 들어서 픽업을 나오는 호텔을 예약하거나 시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으니 보통 제발로 숙소를 찾아다니거나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닐때가 많고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면 추가비용을 내야하니 기차시간까지 짐을 지닌채로 남은 시간 도시를 둘러본다거나 하니 여행동안 짐과 함께 하는 시간은 택시 할증처럼 늘어난다.그렇다고 다리미며 클럽용 구두까지 챙겨넣어 마치 등에 냉장고를 업은듯한 모습으로 여행하던 유럽아이들처럼 짐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것도 아니다. 그래서 카메라 같은 물품은 항상.. 코르토나의 길 Via di cortona 코르토나로 가는 길. La strada per cortona. La strada는 아시다시피 펠리니의 영화 '길'의 원제에서 얍삽 인용하였고 문장을 넣고 검색 해본 결과 코르토나'로' 가기 위한 전치사는 per 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 strada 가 고속도로나 길처럼 특정 방향을 가리켜 삶에 대한 목적의식을 불러일으키며 동적이고 광활한 느낌을 준다면 우리가 두시간여에 걸쳐 밟고 올라온 콘크리트 언덕은 분명 strada 였던것 같다. 그리고 코르토나 입성을 목전에 둔 우리를 초로에 접어든 성당으로, 끈적한 압착 올리브 향으로 가득한 식당으로, 피아자의 벼룩시장으로 인도해 줄 꼬불꼬불한 골목길은 via. 이탈리아어에는 독특한 생동감과 운율이 있고 적당한 강약을 넣어 발음해보면 노래를 부르는것 같다. .. 코르토나로 가는 길 La strada per Cortona 이탈리아 여행의 여정을 돌이켜본다. 피사(pisa)와 루카(lucca)까지는 피렌체(firenze)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왔고피렌체를 떠나 아레쪼(arezzo)와 코르토나를 방문했지만 결국 다시 피렌체로 돌아와 베네치아행 기차를 탔었던듯 하다.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다고 하지만 에트루리아인이 기반을 두었던 중부 이탈리아에서 그러니깐 투스카니의 모든길은 피렌체로 통하는듯 했다.투스카니(tuscany)는 이탈리아어 토스카나(toscana)의 영어명칭이고 피렌체도 영어명칭은 플로렌스(florence)인데토스카나는 무슨 가죽의류명칭 느낌이 살짝들고 플로렌스는 왠지 프랑스 지명같은데 아마 프로방스때문인가?영어로 투스카니 발음을 들으면 항상 에서 산드라 오가 외치던 그 '터스까니'가 떠오른다.다이앤레인이 여행 제안을 뿌.. <투스카니의 태양 Under the tuscan sun> 오드리 웰스 (2003) 언제나처럼 나는 주제와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들로 이 기나긴 일기를 시작하려한다. 블로그의 유입로그를 들춰보면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는 날들이 가끔씩 있다. 지난 주말 같은 경우에는 유입 키워드의 대부분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였다. 알고보니 작가 김영하가 공중파 토크쇼에 출연한 것. 전세계 20여개국중 리투아니아어로도 번역된 그의 소설이 있으니 하루키같은 글로벌 작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농후한 한국의 작가는 정말 김영하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마치 뇌가 손가락 끝에 달린것처럼 글이 술술 써진다는 그의 말이었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판타지와 현실로부터 얻은 영감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 코르토나, 이탈리아인의 모카포트 나이가 들면 정말 코르토나같은 도시에서 한적하게 살고싶다. 워낙에 경사가 심해서 그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 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내 정서에 맞는 이탈리아 도시를 하나 꼽으라면 베네치아도 피렌체도 아닌 코르토나이다. 코르토나의 밤길을 걸으면서 까치발을 들고 훔쳐보았던 어떤 부엌. 인테리어 자료나 영화 속 주방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모카포트를 보고 있으면 왠지 사용하지 말고 깨끗하게 진열해놔야하는 장식품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사용을 하면서도 가끔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중적인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익숙한 창살사이 꽃무늬 커튼이 쳐진 실제 누군가의 부엌 한켠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카포트들을 보고있으니 이들도 수많은 부엌살림중의 하나일 뿐인데하며 아차 했다. 2인용 4인용 6인용 8인용쯤 되려나? 나에게.. <북촌방향> 홍상수 (2011) 내가 언젠가 거닐던 익숙한 풍경들은 흑백의 필터를 통해 시간의 정체성을 잃고 나만의 공간이 아닌 모두의 추억처럼 모든 이들의 눈동자에 아로새겨졌다. 영화 이 그랬던것처럼 역시 타인의 눈을 통해 나의 추억을 더듬는 기분이 들어 묘했다. 은행이 노랗게 물들면 유난히 아름다웠던 이 곳 정독도서관. 600원이면 한 그릇 뚝딱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도서관 식당의 가락국수. 전부 읽지도 못할거면서 꾸역꾸역 대출해서 결국은 그대로 반납하곤 하던 소설들. 도서관 무료 상영회에서 동생과 배꼽잡고 보았던 . 그리고 그 웃음을 뒤로하고 문제집이라는 현실로 돌아와야했던 우울한 시간들. 내 기억은 내가 보낸 시간의 일부이고 그 일부의 기억을 우리는 평생 추억하며 살아간다. 을 따라가는 카메라속에 나의 십대와 이십대 초반의 .. 피렌체의 에스프레소 Firenze_2010피렌체 중앙역에서 베네치아행 기차를 기다리던 중 간단히 요기를 하러 역내 스낵바에 들어갔다. 이탈리아에서 매번 카페에서 주문을 할때마다 이렇게 서서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들이키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커피를 마신다는것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뼛속깊이 체득된 뭔가였다. 이탈리아에서의 커피맛이 다르게 느껴진것은 우유의 지방 함량,커피의 산도, 알맞게 잘 데워진 커피잔의 조화 따위로는 설명될 수 없는것이었다. 그들이 인사를 나누고 주문을 하고 한 잔의 에스프레소가 추출될때까지의 시간, 커피를 들이키고 문을 나설때까지의 낯선이들과의 짧은 대화의 시간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두세시간씩 앉아서 수다떨때의 나른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촘촘한 밀도였다. 이전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