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05)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투아니아어 139_ 내년 Kitais metais 내년에도 나에게 365일이라는 행운이 주어진다면1번 정도는 바르샤바에 가고,2번 정도는 재밌는 책을 읽고,3번 정도는 연극을 보러 가고4번 정도는 생일케이크를 만들고,5번 정도는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6번 정도는 날씨가 좋다고 느끼고 싶다. 하지만 만약 모든 것이 0에 머무른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것에 그러려니 안도하며 각각의 어떤 숫자에 안착했던 순간을 회상하고 싶다. 12월에 회상하는 2025년 11월의 연극 '아들 Sūnus' 11월에 연극을 보는 것은 대략 이런 느낌이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수많은 거리를 지나 극장으로 향하고, 가까스로 암전 된 무대를 마주하고, 공연이 끝난 후 하나둘 밖으로 밀려 나온 관객들의 짙은 코트 빛깔이 밤의 빈틈을 차근차근 채워갈 때, 극장을 들어서기 전의 모습과 보고 나온 후의 풍경은 그 시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 없이 묘하게 압축되어 정체된다. 그것은 마치 연극을 보지 않은 상태와 이미 보고 나온 상태 사이엔 결국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마치 해결되지 않는 수수께끼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 같아 빨리 감기로 되돌려보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해답을 주지 않는 의미 없는 장면에서 멈추는 것처럼 극적이지 않고, 의미심장한 장면 몇 개를 삭제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조작.. The Runner (1984) 아미르 나데리의 영화 는 이란 혁명 이후에 선보인 가장 초기 영화이다. 이 영화는 그저 독보적이고 이 정도의 에너지와 스피드로 충만한 이란 영화는 없는것 같다. 감독 아미르 나데리의 유년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는 복원된 좋은 화질로 봐서 인지 80년대 이란의 바닷가 도시를 완벽하게 고증해 낸 요즘 영화라고 해도 믿어질만큼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하다. 주인공 아미로는 이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뜀박질하고 걸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이란 아이들의 가장 원시적이고도 생명력 넘치는 원형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아이들의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땀으로 뒤범벅된 남자들의 영화에 가깝다. 지금은 아마도 반백살이 되었을 마드지드 니로만드(Madjid Niroumand)의 연기는 탁월하다. 아미로의 유년시절이라는 .. Armand (2024) 를 보고 싶은데 아직 볼 방법이 없고 왠지 기대가 너무 커서 실망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대로 레나테 레인스베가 나오는 영화들에 대해 짧게 기록해두려고 한다. 이 배우는 작년에 드라마 에서 제이크 질렌할 상대역으로 나온 걸 처음 봤는데 이미 죽은 상태에서 회상씬에서만 계속 나와서 분량이 별로 없는데도 존재감이 컸다. 제이크 질렌할은 믿고 보는 배우중 한 명이지만 생각해 보면 기억에 남는 상대 여배우가 없다. 출연한 영화들이 거의 혼자 끌고 가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에서 히스 레저와의 연기가 너무 절절하고 임팩트 있어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시나리오가 안 들어오는 건가 한동안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선 레나테 레인스베와 정말 잘 어울렸다. 분위기가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드라마를 보면서도 영어권 .. The White Ballon (1995) 이 시기 이란 영화를 보는 것은 창사 특집 단막극을 보는 느낌이다. 영화라기보단 드라마 같고 매일 보는 드라마라고 하기엔 또 연속성이 없다. 재밌게 보고 나면 과연 다시 볼 기회가 있을까 싶어 아쉽고 명절은 항상 저물어가니 끝나고 나면 특유의 울적함이 남는다. 그리고 그 작품들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음에도 단막극 속 주인공들은 왠지 서로 알고 지낼 것처럼 친숙해 보인다. 와 의 주인공들이 시골 뒷산에서 만나서 뛰어놀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이란 영화를 보고 나면 가끔 헷갈린다. 금붕어를 사고 싶어 하던 그 아이는 할머니와 쌀을 나르던 그 아이였나. 말을 더듬는 누나를 위해 동화책을 구하러 다니던 그 아이는 그림이 그리고 싶었던 그 아이인가., 등의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은 확실히 아마드와 네마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 아이들이 나온 이란 영화들을 차례차례 감상하며 그 궤적을 따라가니 그 끝에는 결국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가 있었다. 이 영화는 아마도 많은 한국인들이 본 최초의 이란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적어도 내겐 그랬다. 당시 예술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작은 극장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나 마지드 마지디의 어떤 작품들을 보았고 그런 극장들을 채우고 있던 영화 포스터들은 시적이고 아름다웠다. 찾아낸 영화 포스터 몇 개를 보니 그 모습은 역시나 정적이고 평화롭지만 온 동네를 절박하게 뛰어다니던 아이를 다시 만나고 나니 저 장면들은 오히려 퍽이나 동적으로 다가온다. 오래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 무엇을 느꼈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내가 보아왔던 것과는 너무 다른 풍경에 우선 집중했을 것 같고 한 가지만이 .. Baran (2001)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최근작까지 거의 도달했지만 다시 이란의 21세기 초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사실 2001년 하면 크게 옛날도 아니고 심지어 추억 속의 '쉬리'나 '초록물고기' 같은 영화들보다 나중 영화인데 이즈음 어떤 이란 영화들의 첫인상은 80년대에 빌려보던 화질이 좋지 않은 강시 영화처럼 뭔가 해소되지 않고 계속 살아남을 것 같은 음울함으로 가득하다. 오히려 1968년작 https://ashland11.com/559010는 는 비슷한 시기의 김기영 감독의 영화처럼 때론 보기 불편할 정도로 군더더기없이 사실적이고 말이 안 통해도 그 배우들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악수라도 할 것처럼 그 시대적 감성의 아귀가 적절히 들어맞는데 시간이 흘러 (보통 아이들이 출연하는) 이란의 80,90년대의 영화를 보고 .. 산마리노 50센트 동전 - 티타노산과 성탑 시중에 유통되며 현역으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유로 동전에 '희귀하다'는 수식을 다는 게 좀 웃기지만 어쨌든 산마리노의 동전이 독일 독수리 동전이나 아일랜드 하프 동전보단 보기 힘든 동전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얼마 전 산과 성탑이 그려진 산마리노 동전이 또 굴러들어 왔다.일전에 이미 산마리노 사람들이 남겨놓은 성탑에 대한 아주 장황한 애정을 늘어놓은 적이 있기에 그냥 그 동전이 유난히 많이 풀렸나 보다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생김새가 사뭇 다르다. 오래전에 내게 증명사진 한 장을 남기고 사라진 그 아는 동전은 뭔가 명산의 아련함 속에서 삐죽 튀어나온 성채들이 되려 나를 조망하고 있다는 선한 인상을 주었는데 이 동전은 기념품 가게의 못난이 마그넷처럼 좀 우락부락하달까. 50 센트라고 생각했던 그.. 이전 1 2 3 4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