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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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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님의 말씀 만남의 여운은 결코 시간과 양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커튼과 에스프레소 오늘은 설마 장갑을 다시 꺼내야 하나 진심 고민했을 정도로 날씨가 차가웠다. 아마 비가 와서 더했을 거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쁜 날씨는 없다. 옷을 잘못 입었을 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해서 눈 앞에 보이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그냥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비를 맞고 좀 걸어서 그래도 이 카페로 갔다. 비오는 날에 유난히 어울리는 곳들이 있다. 이곳은 잔술을 파는 바 겸 카페인데 층고도 높고 중간에 문으로 연결되는 구조라 조금만 더 변화를 주면 좀 더 오래된 카페의 느낌이 날 것 같은데 벽과 탁자의 일관된 색상이 가끔 아쉽다. 그래도 빨간 커튼이 항상 묵묵히 에스프레소에 대꾸해준다.
리투아니아어 90_튤립 Tulpė 작년에도 있었는지 내년에도 있을런지 알 수 없는 군초일튤.
Vilnius 163_밤나무와 장난감 기차 구시가의 밤나무 지도를 그리라고 해도 얼추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무리 속에서도 보통 한 그루씩만 의젓하게 서있다. 아직 밤나무 꽃을 피울 정도로 날씨가 따뜻해지지 않았음에도 대성당 근처의 밤나무는 워낙에 채광이 좋은 위치에 사는 놈이어서 인지 주변의 나무 동료들 덕분인지 이미 꽃을 피웠다. 대성당 근처를 한 바퀴 야무지게 도는 장난감 기차도 운행을 시작했다.
Vilnius 162_5월 12일의 아침 밤 기온이 계속 내려가니 집은 춥고 10도 언저리에서 맴돌던 낮 기온은 그래도 이제 많이 올라갔다. 다소 늦게 찾아온듯한 봄이라고 하기에도 참 정의하기 애매한 계절이다. 그래도 화창한 날이 많아서 볕이 드는 곳으로만 걸어다니면 따뜻하다. 신발은 아직 바꿔신지 못했다. 나무엔 꽃이 제법 피었다.
리투아니아어 89_집 Namai 아주 오래 전에 집수리를 하면서 걷어낸 두꺼운 나무 기둥들로 좁은 발코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인용 벤치 같은 것을 만들어서 앉아 있고 그랬는데 비가 오면서 젖고 벌레가 생기길래 빌라 놀이터로 옮겨 놨었다. 이미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상당히 갈라지고 먼지가 쌓이니 앉기엔 불가능했지만 동네 아이들은 그것을 딛고 얕은 언덕을 오르내렸다. 며칠전에 이웃 할머니가 봄이 되면 가꾸는 화단 옆에 놀이터를 뒹굴던 큼지막한 쓸모있는 쓰레기들과 함께 벤치가 분해되어 있었는데 며칠 후 누군가가 이런식으로 벌레의 보금자리를 만들어놓았다. 벌레들이 모래상자나 미끄럼틀 따위를 등지고 전부 이 아늑한 보금자리로 몰려들기를 염원한다.
타르코프스키의 책 작년에 번역되어 나온 타르코프스키의 책을 찔끔찔끔 읽고 있다. 이런 책은 사실 진도가 잘 안 나가지만 그나마 처음부터 순서대로 쭉 읽어야 하는 부담감이 없어서 단어 사냥한다 생각하고 하루에 한 페이지씩이라도 읽는데서 보람을 느끼려고 한다. 특히나 이 책은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처음에 얼핏 본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기도 했다. 노스탤지어의 한 장면인데 이 영화 자체는 나의 베스트라고 할 수 없지만 타르코프스키의 눈으로 한컷 필터링된 이탈리아를 감상하는 매력이 있다. 많은 감독들을 좋아하지만 그 작품들은 보통은 그들의 연출작이라고 일컫게 되는데 유독 타르코프스키의 작품들은 그의 유산이라는 개념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각각의 작품들이 서로 겹치거나 반복되는 인상이 없이 구성도 느낌도 다르고 뭔가 더 ..
무심코 담아놓고 쳐다보게 되는 것들. 가끔 사 먹는 크림치즈가 들어간 미니 파프리카. 마트엔 이런 동그란 파프리카 말고 뭉툭하지만 길쭉한 모양의 미니 파프리카만 있어서 몇 번 크림치즈를 넣어서 구워봤는데 옆으로 잘 삐져나오고 아무튼 이렇게 예쁘게는 안 만들어진다. 이것은 의외로 달고 육각의 예쁜 유리병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