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10)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냥의 시간 (2020) 기생충뽕에 온 한국이 휘청거릴무렵 보란듯이 국제영화제빨을 세우며 나타난 영화. 비록 굳이 그때 바이러스가 세상을 휘저어놓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조명을 못받아 안타깝군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 오히려 그래서 너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망작이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또 되려 미안하고 안타깝고 복잡한 마음이 드는 아쉬운 영화이다. 마치 혜성처럼 나타나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가 다음 올림픽 예선 1차전에서 탈락할때의 느낌처럼 허무했다. 그 금메달은 역시 우연이었어 라고 말하는 무심한 사람들에게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감독의 전작인 파수꾼 (https://ashland11.com/69) 은 정말 멋진 영화였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 영화 속에서 교복을 입고 있.. 갑자기 커피 걷다가 비가 오기 시작해서 계획에 없던 마트에 들어갔고 장을 다 봐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예보에 비가 온다던 날 비가 안 오길래. 비가 안 온다는 날도 비가 안 올 줄 알았지. 빨래는 또 젖고. 한 모금 들이키고 나니 비가 또 그쳤다. Vilnius 127_없어진 가게들 저 쿠폴이 얹어진 건물에는 내가 좋아했던 빵집과 베트남 식당이 있었는데 코로나 봉쇄가 풀리고도 결국 문을 열지 않았다. 먼 발치에서 저 양파돔을 보며 이제는 없는 나폴레옹 케익과 쌀국수 국물을 잠시 떠올렸다. 이곳은 버스터미널 근처의 언덕인데 얼마전에 놀이터가 생겨서 역에 마중나갈일 있으면 잠시 들른다. 그래서 올때마다 항상 같은 느낌이 든다. Vilnius 126_누구네 창고 녹슬지 않은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덜 쓸쓸했고 한편으로는 덜 신비로웠던 우거진 창고. 보통 저런 문을 열면 집집마다에 할당 된 작은 창고들이 깊숙한 미로를 통해 쭉 이어져 있다. 지금 집으로 이사를 와서 전 주인의 오래 된 물건들로 가득찬 창고를 기침을 해가며 열심히 치우고나니 정작 그 창고는 다른집 창고였다. 결국 진짜 우리집 창고를 다시 찾아내어 창고가 두개가 되어버렸다. 한 평이 될까말까한 작은 공간이다. 그곳은 자르고 남은 목재, 지인들이 버리려다 준 가구등등으로 현재 빼곡히 들어차있다. 계속 세대가 바뀌고 젊은 사람들에게 임대하는 주택들이 많아지니 많은 창고들이 주인없는채로 버려진다. 심지어 예전에는 딱히 자물쇠를 채우거나 하지도 않아서 집 없는 사람들이 와서 살기도 했단다. 왠지 저 문을 열고.. Vilnius 125_어떤 횡단보도 이 횡단보도는 건너편 현대 미술관에서 진행중인 리투아니아의 오페라 관련 전시회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횡단보도를 보자마자 불현듯 브랑누아 광고에서 류시원이 춤을 추던게 생각이 났는데 막상 떠올리고 보니 건반이 등장한게 맞나 싶었다. Vilnius 124_동네 자작나무 골목 골목을 헤치고 마당안으로 들어서면 생각지도 못한 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보통 지붕너머로 볼록하게 솟아 꽃들이 종처럼 매달린 밤나무가 그렇고 누구집 차고 옆 구석에 무심하게 서있는 라일락이 그렇다. 이 자작나무도 그랬다. 꽤나 컸고 한그루뿐이였고 유난히 하얬다. 제목에 비료자가 들어가는 러시아 노래가 있었는데 정말 찾아내서 다시 듣고 싶다. 예전에 러시아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러시아어 이름을 짓게 했을때 어떤 나이 지긋한 아저씨는 스스로를 비료자라 불렀다. 횡단 열차 속에서 휙휙 스쳐지나가는 수천 그루의 자작나무를 봤겠지만 오히려 사방의 눈과 함께여서 였는지 생각보다 감흥이 없었다. 모처럼 맑았던 날 어느집 마당에서 만난 자작나무는 또 좀 달랐다. Vilnius 123_9월의 그림자는 일주일 이상 흐린 날씨가 지속되고 오전마다 비가 내리며 기온이 떨어졌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걷지 않은 빨래는 젖고 마르고 젖고 축축한채로 며칠을 있다가 운좋게 다시 세탁기로 직행하여 조금은 차가워진 햇살을 안고 말랐다. 나만 생각하면 결국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을 수 있는 날씨가 되었다는 것은 내심 반갑다. 대충 입고 나가서 마음 편히 발길 닿는 아무곳에서나 오래 머물 수 없는 것은 물론 조금 아쉽다. 낮기온이 여름과 비슷하더라도 공기의 속성자체가 바뀐터라 추가로 걸쳐 입은 옷이 부담스럽지 않아서도 사실 편하다. 12월의 홍콩이 그랬다. 패딩을 입은 사람과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더라도 몸에 땀이 흐르지도 한기를 느낄수도 없었던 딱 그런 날.. Egypt 09_사막에서 똥 언젠가 이집트 사막 이야기를 했더니 누군가가 사막에서 똥 이라는 강산에 노래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사막에서 똥눠봤나 깜짝놀랐어'라는 후렴구를 가진 노래인데. 얼핏 깜짝놀랐다는 그 느낌이 무엇일지 알것 같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공감이 되었다. 별빛만이 흥건한 깜깜한 밤에 모래가 그나마 덜 빠지는 허허벌판을 찾아 용무를 해결하고 그 다음날 여기쯤이었을까 하고 찾아가도 마치 부도가 나서 문닫고 사라진 사무실처럼 아무런 흔적조차 보여주지 않을 곳. 그런데 온전히 혼자임을 허락하는 그 순간에 어둠 속 어딘가에 혹시 누군가가 나와 함께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생각하면 그것은 묘한 일체감이 아닌가. 사진은 다른 오아시스로 이동하는 중의 사막 검문소 근처에 있던 화장실인데 그 모습이 너무 힙(?)하여 아마 사진으로 남..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