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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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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삼총사 이즈음 마트 앞 행상에서 흔히 볼수있는 신선한 채소들. 잘게 잘라서 파송송 썰어 샐러드로 먹는 빨간 무와 그냥 까서 털어 먹는 달디 단 연두색 완두콩. 우유에 넣어서 설탕 뿌려 먹는 빨간 딸기.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것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한 두번은 꼭 사먹는다. 그리고 이들을 빛나게 하는 달타냥 같은 존재는 주로 블루베리인데. 블루베리는 좀 늦게 나타난다.
와인 코르크 와인병과 작별한 와인 코르크를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냄비 뚜껑 손잡이가 뚜껑 재질과 똑같아서 열전도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코르크를 통과 시킬 수 있는 구멍이 뚫린 뚜껑이라면 말이다. 오랜시간 묵묵히 포도주를 틀어막는 임무를 끝까지 완수한 코르크의 인생에 부여된 또 다른 먼 여정이다.
리투아니아 노래 한곡 'Saulės Miestas' 영화 솔라리스 영상을 보고 있으니 생각나는 리투아니아 노래. 'Saulės miestas'. 노래를 부른 안드리우스 마몬토바스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가수이며 1983년에 그가 결성한 그룹 포예 ( Fojė)는 리투아니아에서는 러시아 가수 빅토르 최와 그의 그룹 키노에 견주어지기도 한다. (사실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지만 1991년 리투아니아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하던 시기 전후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그룹이므로 그들의 노래가 힘든 시기에 젊은이들한테 끼친 영향을 내가 공감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997년에 해체된 이 그룹의 마지막 공연은 지금까지도 리투아니아에서 최대 관객동원의 기록을 가지고 있음. 지금도 여전히 솔로로 왕성히 활동중이며 영화와 연극에도 지속적으로 출연..
[리투아니아생활] 부활절 달걀 색칠하기 부활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토요일이면 처음으로 아기와 함께 부활절을 보내러 시어머니댁에 내려간다. 리투아니아에서 부활절을 보내는것도 벌써 9번째. 여행 당시 처음으로 시어머니와 만났던 때가 부활절이었던것까지 계산하면 10번째 부활절이다. 부활절 달걀은 벌써 8번을 삶았다. '올해에는 염색하지 말까? 그냥 삶기만 하면 편하긴 할텐데. 에이 그래도 색칠해야지 부활절인데. 염색약 어디갔지? 분명히 작년에 염색하고 이 서랍속에 넣어 놨었는데? ' 신기하게도 거의 매년 반복되는 대화들이다. 매년 김장철이 되어 욕실 가득 크고 작은 대야를 늘어 놓으시고 배추를 절이시는 엄마를 보며 했던 생각은 정말 자주 돌아오는 김장철 같은데 따지고보면 살아있는 동안 최대치로 계산해봐도 서른즈음 부터 일흔즈음까지 고작 4..
[리투아니아생활] 리투아니아의 인스턴트 식품 지난 가을 집 근처에서 일본인 여행객이 말을 걸어왔다. 집주변에 저렴한 호스텔도 많고 괜찮은 호텔 하나가 들어서서 여행객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절반은 역에서 나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숙소를 찾으러가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이미 짐을 풀고 구시가지쪽으로 발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한결 가벼워진 표정, 뭔가 곧 그들의 인생에 새로운 영감을 얻을 것 같아 상기된 표정, 그들을 보며 내가 여행했던 십년전이 떠올라 난 줄곧 기분이 좋아진다. 지도를 펼쳐들고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이 있으면 혹시 도움을 청해올까 싶어 일부러 가까이 지나가본다. 물론 절대 먼저 도와주겠다고 말을 걸진 않는다. 낯선곳에서 스스로 방향을 감지하고 목적지로 향하는 기분이 얼마나 즐거운것인지 알기에.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만치 지나가..
[리투아니아생활] 김치 얻어 온 남편 집에 돌아 온 남편이 싱글벙글하며 내민 봉지 꾸러미. 무엇인지 맞춰보라해서 킁킁대며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별 냄새가 없고 (나중에 남편은 어떻게 아무 냄새를 못 맡을 수 있느냐고 의아해함. 자신은 단번에 알아차렸다고. 난 미각은 물론 후각도 퇴보하고 있는 듯 -.-) 봉지를 열어 젖히니 뭔가 감이 오기 시작. 바로 김치였다. 그 순간 며칠 전의 대화가 뇌리를 스친다. '남편: 집에 김치 있으면 먹을거야?' '나: 설마 안먹겠다고 떼쓰진 않겠지' 그리고 지퍼락을 개봉하는 동시에 순식간에 코를 덮치는 익숙하고도 감칠맛 나는 김치 냄새와 함께 그 간의 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언제부터인지 남편과 항상 같은 정거장에서 내리던 리투아니아 여자가 있었는데 가끔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시아 남성과 내리곤..
[리투아니아생활] 외국인 시어머니 댁 속의 한국 풍경 시어머니는 빌니우스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파네베지라는 도시에 살고 계신다. 인구수로 따지면 리투아니아에서 다섯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한국이라는 좁고도 큰 나라,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빌니우스도 한 나라의 수도라기 보다는 지방의 소도시처럼 느껴지고 지방의 소도시 파네베지는 한적한 시골처럼 느껴지는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리투아니아의 진짜 시골에 가면 파네베지도 빌니우스도 얼마나 도시스러운지 모른다. 아기를 낳기 두달 전을 마지막으로 장장 7개월간 방문하지 않았던 시어머니댁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처음으로 아기와 버스를 타고 방문했다. 내가 빌니우스를 여행할때 맸던 배낭속에 아기 기저귀를 넣고 셋이 되어 파네베지를 향하는 마음은 뭔가 감격스러웠다. 여행을 중단하고 리투아니아에 머물던..
[리투아니아생활] 한국에서 소포 받기 지금까지 받은 소포들의 사진을 다 찍어서 모아 두었더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추억에 젖을 수 있었을테고 해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떤 물건들을 소포로 받는지 혹은 보내는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한국인들이 외국 생활을 한다면 먹고 싶을 음식들이 어떤것들인지도 한 눈에 구경 할 수 있었을거다. 물론 옛 사진들을 뒤져보면 튀김우동을 얼싸안고 있는 사진이나 남편이 인스턴트 물냉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을 찾을 수야 있겠지만 소포의 면면을 일부러 기록하진 않았었다. 리투아니아 생활 초창기때부터 요즘 받는 소포들의 내용물을 찬찬히 살펴보면 7년간의 리투아니아 생활의 변화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결혼 후 캐리어 하나만 달랑 끌고 리투아니아로 온 나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