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12) 썸네일형 리스트형 Demolition_Jean-Marc Vallée_2015 참으로 오랜만의 장거리 비행. 자주타는 비행기는 아니지만 비행기에 앉으면 역시 영화 목록을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된다. 제작 발표가 나왔을때부터 보고싶다 생각했었지만 결국 보지 못하고 온 장 마크 발레의 이 한눈에 들어왔다. (http://ashland.tistory.com/170)이나 같은 영화로 알려지긴 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얼떨결에 접하고 푹 빠졌었던 (http://ashland.tistory.com/133)의 감성으로 남아있는 감독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두 배우 제이크 질렌할과 나오미 왓츠가 함께 나와서 그들의 음울하고 매혹적이었던 어떤 영화들, 나이트크롤러나 에너미(http://ashland.tistory.com/186), 25그램 같은 영화들도 연달아 떠올랐다. 그 영화 속 그들의 표정을 끌어.. 횡단보도와 커피 어릴때 학교 가는 길에도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어김없이 건너야했던 횡단보도들이 있다. 어릴적에는 대학 정문부터 지하철역까지 이어지는 도로로 데모 구경도 자주갔다. 최루탄 냄새가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까지 이어져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야 했다. 이 건물 아래의 시계집과 복사집은 여전했고 또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것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층 전체를 차지하고 전망까지 확보하고 있는 이 카페는 잘 모르겠다. 오래전 누군가는 이 자리에 난 창문앞에 서서 대치중인 경찰과 학생들 구경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커피는 에스프레소치고는 양이 많았다. 내가 단지 습관에 얽매여 찾고있는 그 커피에 아주 근접하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는것이 정말 좋다. 다음에 올때엔 사라질지도 모를 카페라는 생각에 있는 동.. 폴 바셋_ 룽고 꼭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어도 눈에 띄는 카페는 그냥 들어가서 메뉴판이라도 확인하고 나오게 된다. 이 카페는 얼마전 종각에서 교보문고 가는 도중에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갔다 나왔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부산에서 가보게 되었다. 아직 분점 수도 적은것 같고 5년전에 왔을때는 아마도 없었던 카페였던것 같고 결정적으로 커피 메뉴에 내가 먹고 싶은 커피가 있을것 같은 기대때문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빌니우스의 카페 메뉴에 보면 보통 에스프레소에서 라떼로 넘어가는 사이에 juoda kava 라는 커피가 있다. 직역하면 블랙 커피 인데. 근데 그 블랙커피에 상응하는 커피를 파는곳을 서울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빌니우스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그 특별할것 없는 '블랙 커피' 라는것은 에스프레소 두샷을 부운것도 .. Russia 07_부산의 뻬쩨르부르그 부산역에서 내려서 남포동까지 걸어가는길에 뻬쩨르부르그라는 이름의 러시아 어학원이 있었다. 어학원 간판이라고 하기엔 너무 예뻐서 찍으려고 했지만 짐도 있고 비가 너무 내려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웠는데 남포동 근처에 다와서 횡당보도 건너편에 또 다른 뻬쩨르부르그가 보였다. 동대문 (Seoul_2016)동대문 역에 자주 내렸지만 보통은 대학로나 명동 충무로역이 있는 지하철 4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였다. 동대문 역에 내려 바깥으로 빠져나와서 주로 갔던 곳이라면 청계천 고가 도로 아래의 비디오 가게들이었다. 어릴적 티비에서 방영되던 방화 속의 가난한 남자 주인공이 청자켓을 어깨에 걸치고 길거리의 돌멩이를 발로 차며 터벅터벅 걸어나올것 같은 분위기의 거리에서 고무줄만 파는 가게, 타월만 파는 가게들을 지나치고 나면 나타나던 곳, 손가락 끝이 시커멓게 되도록 뒤지고 뒤져서 하나씩 찾아내던 비디오들은 유명하지도 멋있지도 특별히 좋은 영화도 아니었지만 왠지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는 절대 찾아낼 수 없을것 같은 영화들이었고 혹시라도 영화 잡지에 숨은 명작이나 B급 호러 명작코너에서 소개될지.. 커피와 초콜릿 (Seoul_2016) 스키니라는 단어를 스모키로 오해하고 집어든 편의점의 스타벅스 커피. 커피를 집어들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 커피 로고의 바탕색과 유사한 녹색 킷캣이 눈에 들어와 하나 집었다. 내가 기대했던 진한 커피는 아니었지만 이 커피와 이 초콜릿은 제법 잘 어울렸다. 이곳에서 커피와 함께 먹어서 의외로 맛있는 음식들을 하나둘 발견하고 있지만 역시나 이 검고 텁텁하고 변화무쌍한 액체 앞에서 녹아내리는것이 나뿐만이 아니라는것을 가장 자신만만하게 증명하는것은 초콜릿인것 같다. 나무 벤치 위로는 잣나무가 가득했다. 간간이 잣방울이 떨어졌다. 딱딱하게 굳은 잣방울 사이의 잣을 꺼내먹고 나뭇가지위의 청설모가 놓쳐버리던 잣방울이었다. 잣나무 꼭대기에 아슬아슬 올라 잣을 따는 사람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 서울의 오래된 서점 (Seoul_2016)내가 살던 동네에는 오래된 헌책방이 하나 있다. 오랜만에 갔는데 예상했던대로 여전히 같은 위치에서 같은 모습으로 책방을 지키고 계시는 주인 아주머니. 책에 관해 여쭤보면 겸연쩍게 웃으시며 '아들들이 아는데...' 하시곤 하셨다. 도서 검색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이런 동네 헌책방은 불규칙하게 수집된 우연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 어딘가엔 내가 싸들고 와서 무심하게 팔아버린 책들도 있겠지. 책방을 누비다 충동적으로 골라 집은 책 첫 페이지에 책 주인이 고심해서 적어 놓은 글귀를 보니 누가보면 피식 웃어버릴지 모르는 유치한 문구라도 책에 적어 놓는 습관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주인을 찾으면 찾는대로 아직 책방에 남아있다면 그런대로 자신에게 적혀진 글귀에 .. 티타임 (Seoul_2016) 거리거리 커피자판기, 곳곳의 카페, 한 블럭 건너서 뒤돌아서면 비싸지 않은 커피를 파는 편의점이 즐비하지만 오랜만에 찾아 온 서울에는 의외로 바깥에 앉아서 조용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커피가 식을것을 감안하고 조금 더 걸어 찾아가서 앉고 싶은 공간은 생긴다. 동네 구석진곳에는 버릴듯 내다놓은 낡은 소파와 플라스틱 의자가 넘쳐난다. 이곳에서도 역시 손에 쥐어야 할 것은 시간뿐인지도 모른다. 이전 1 ··· 77 78 79 80 81 82 83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