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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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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20_휴가 Atostogos 영원히 휴가중이고 싶다. 나는 그것이 어떤 행위라기보다는 감정을 지닌 하나의 상태이길 원한다. 우리의 마음이 휴가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면 좋겠다. (휴가를 일컫는 단어는 Atostoga 이지만 일반적으로 복수형인 Atostogos(아토스토고스) 를 사용한다)
Vilnius 44_Dont look back (Vilnius_2016) 타운홀에서 쭈욱 내려와서 대성당까지 가는 길목에 기념품 가게가 많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에는 별 차이가 없다. 바뀌는것이 있다면 아마 노점상 주인들의 옷차림뿐일것이다. 새로운것을 발견할 여지가 별로 없음에도 지나칠때마다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그 풍경에는 새 주인을 기다리는 자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있다. Dont look back 은 아주 오래 전 밥딜런의 콘서트 기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인데 옛 사진을 보다 보니 요새 화두가 된 그의 얼굴이 겹쳐 그냥 제목으로 붙여보았다. 저들중에 누구 하나 갑자기 홱 돌아보면 조금 무서울것도 같다. 특히 파란 성모 마리아.
리투아니아어 19_풍선 Balionai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타운홀 계단은 앉아서 사람 구경하기 참 좋은 곳이다.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에 관해서, 세그웨이 같은것을 타고 익숙하지 않은 몸짓으로 위태롭게 지나가는 그룹 여행자들과 잠시 여유가 생겨 정차를 해놓고 담배를 피우는 택시 기사들에 관해서 이야기 하곤했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확보된 넉넉한 공간을 텅 빈 도화지 삼아 그들이 어디에서 이곳까지 흘러들어 어떤 기분으로 현재를 만끽하고 어디로 가고있는지에 대해 멋대로 상상하며 잡담하곤 하는것이다. 성수기에도 이곳은 생각만큼 붐비지 않는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마음에 드는 점이라면 이곳에 앉아서 사람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개학을 하루 앞둔 8월 31일, 잠시 계단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사이 하얀차 한대가..
Vilnius 43_구시가지 타운홀 근처에서 (Vilnius_2016) 바다가 있을 것 같은 풍경.
리투아니아어 18_혈액형 Kraujo grupė 이것은 나의 혈액형은 아니지만. 리투아니아에서 언젠가 헌혈을 했을때 이런 미니 수혈팩을 기념으로 줬다고 했다. 피를 뜻하는 Kraujas (크라우야스), Grupė (그루페) 는 말그대로 그룹, 군(郡), 과(科)) 같은것을 뜻한다. 혈액형을 뜻하는 Kraujo grupė 에는 kraujas 의 2격 변형이 적용되서 -as 가 -o 로 바뀌었다. 저 수혈팩속의 저 빨간 액체는 왠지 시럽처럼 달콤할것도 같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에서도 종종 헌혈의 집 천막을 발견 할 수 있다. 나는 아직 헌혈을 위한 피뽑기를 해본적은 없다. 학교 다닐때보면 헌혈하고 우유랑 빵이나 전화카드 받았다고 신나하면서 들어오던 친구들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보니 학교까지 헌혈차가 왔었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체력장하는날 오래달리기 ..
리투아니아어 17_수선점 Taisykla 얼마전에 신발을 고치려 갔는데 주인 아저씨가 어쿠쿠 하셨다. 이 신발을 고쳐 신느니 그냥 하나 사라는 소리셨다. 고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이런 말도 안되는 신발도 한 번 잘 고쳐보겠어' 라는 도전정신이 생길법도 한데 보자마자 그런 소릴 하셨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다. 신발창 군데 군데 구멍난곳이 있어서 그것만 갈면 새것처럼 신을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아저씨 말을 빌리자면 '이 신발에는 아무것도 없어' 였다. 고쳐서 신을 만한 아무런 건덕지도 없다는 소리였다. 35유로를 내면 한번 고쳐보겠다고 하셨는데 50유로도 안주고 산 신발을 그 돈을 내고 고치려고 하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물건이라는것에 정이 들면 돈을 떠나서 어떤 원칙이란것이 생기게 되는 법, 손해보는 장사라고해서 쓰레기통에..
Vilnius 42_예쁜모자 (Vilnius_2016) 누군가의 머리를 떠나 날아온것 혹은 누군가가 남겨두고 간 것.
Vilnius 41_굴뚝과 크레인 (Vilnius_2016) 삐뚤어진 코 카페(http://ashland.tistory.com/444) 앞에는 기분좋은 볕이 든다. 도로변이지만 새로운 건물이 올라간 상태라 보도블럭도 일반 거리보다 두세배는 넓게 확보된 상태이다. 야외 테이블에 커피를 놓고 비스듬히 앉아 있어도 좁은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하는 구시가지의 카페에서처럼 옆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위해 꼰 다리를 풀어야 할 필요도 없고 주차되었던 차를 빼서 돌아가는 사람들때문에 갑자기 생겨난 눈 앞의 텅 빈 공간에 종전에 느꼈던 아늑함을 반납할 필요도 없다. 물론 그런곳은 그런곳 나름의 매력과 낭만이 있지만 각각의 공간의 상대적인 장점을 말하자면 그렇다. 그리고 이곳은 매우 조용하고 집에서 가장 가깝고 항상 조금은 불완전한 마음으로 집을 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