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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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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커피도 네잔으로 만들어 버리네. 새해벽두부터 친구에게 아메리카노 쿠폰을 왕창 받았다. 저번에 에스프레소 두 잔 마신 커피베이라는 카페인데 양많은 아메리카노 머그잔 손잡이가 잡기 쉽게 넓어서 좋다. 실내에서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머그잔에 드려도 괜찮겠냐고 미리 물어와서 좋았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일주일내내 날씨가 따뜻해서 매일 외출했다. 햇살도 좋고 햇살이 오래 머무는 장소들을 기억해서 찾아갈 수 있어서도 좋았다.
홍콩에서 함께 돌아온 몇가지 (Hongkong_2016)보내지 못한 엽서와 남은 우표, 영수증 더미, 치약, 어댑터. 가져가지 않았는데 생긴것, 남겨지지 않고 함께 온 것.
홍콩,셩완 어디쯤 (Hongkong_2016) 종이 지도는 아무 생각없이 걸어다니다 엉뚱한곳에서 헤매고 있을 경우 혹은 무작정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소가 너무 좋아서 다시 오고 싶을 경우 나름 도움이 된다. 물론 헤매고 있을때에는 이미 지도밖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고 좋아서 지도에 표시해 놓고 다시 찾아 간 곳은 처음만큼 좋지 않을때도 많다. 그런데 종이 지도를 들고다니며 흔히 하게 되는 실수는 축척을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걸었을때 생각보다 먼 거리를 아무 생각없이 걸어가게 되는것이다. 분명 이만큼쯤 왔겠지 하고 지도를 보면 이미 너무 많이 걸어나가서 되돌아 와야할때가 종종 있다. 홍콩 센트럴의 마천루 뒤쪽으로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데보로드를 멀뚱멀뚱 걷다 생각보다 너무 멀리 가버려 되돌아와 들어선 셩완 지구의..
몽콕의 아침 (Hongkong_2016)홍콩에서 우리가 지냈던곳은 몽콕에 위치한 전형적인 홍콩의 아파트였다. 사실 난 에서 금발의 임청하가 권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청킹 맨션 같은 곳에 숙소를 얻길 원했지만 그곳은 이미 리모델링이 되고 난 후였다. 에어비앤비의 우리 호스트는 집을 다녀간 게스트들이 실망의 리뷰를 남길것을 우려해서인지 이것이 아주 아주 전형적인 극소형의 홍콩의 주택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홍콩의 번화가 중에서도 현저히 높은 인구밀도를 지녔다는 몽콕은 왕가위의 영화 의 원제에 들어가는 지명이기도 하고 6층 이상이 넘어가지만 승강기가 없는 오래된 건물들과 그 건물들이 뱉어내는 치열한 숨소리가 거리 깊숙히 묻어나는 동네였다. 실제로 많은 건물들이 자신의 음습한 뒷골목을 지녔고 나는 혹..
란콰이퐁 한켠에서
홍콩, 1929 홍콩은 나에게 왕정문이 부르는 크랜베리스의 노래 그리고 2평도 안되었던 몽콕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지냈던 1주일간의 기억만으로도 영원한 가치이다.
커피와 텅빈 기차 커피 마시고 점을 친다는 사람이 터키 사람들이었나? 커피점까지는 아니어도 혹시라도 커피가 사라져가며 아쉬워서 나에게 무슨 흔적이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가끔 물끄러미 조금은 기대에차서 보게된다. 누르면 뭉개질듯한 조그만 방울 방울로 우유거품이 엉겨붙어 있을때도 있고 녹지않고 바닥에 남은 황금빛 설탕은 한두방울의 커피와 묘하게섞여 라이트박스 위에 그려진 모래그림처럼 보일때도 많다. 거품위에 흩뿌려진 시나몬 가루도 일회용 뚜껑에 옮겨붙은 거품과 시럽들도 어떤식으로든 자취를 남긴다. 잔밖으로 쏟아져 나온 커피들도 아직 입을 대지 않은 커피들도 하나의 완전무결한 그림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텁텁한 커피가 생각나 빌니우스에서 가끔 마시던 식으로 갈아진 원두위에 바로 물을 부어 마셨다. 커피를 다 마시고 보니 멀리 산 ..
커피와 물 3 외대 후문에서 경희대 후문으로 향하는 경사진 언덕에 자리잡은 이 카페에서 날이 추워지기 전 어떤 날, 바깥에 앉아서 카푸치노를 마신 적이 있다. 좁은 카페는 커피를 준비하는곳과 테이블이 놓인 곳으로 길다랗게 나뉘어져 있다. 손님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항상 완전하다는 느낌을 주는곳들이 있다. 사실 폐소공포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옆사람의 커피 홀짝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것은 불편함이라기보다는 은밀한 공유에 가깝다. 커피를 들고 이층으로 삼층으로 올라가야하는 넓은 카페를 메운 대화 소리는 둑에서 터져 흘러 나오는듯한 정제되지 않은 주제의 자극적인 소음인 경우가 많지만 밀도 높은 카페속에서 사람들이 한톤 낮춰 조심스럽게 속삭이는 대화는 가볍게 끄적여진 수필같은 느낌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