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12) 썸네일형 리스트형 Vilnius 36_대성당 광장의 비누방울 아마도 저 배낭은 저 청년의 것이었을거다. 여행지에서 자유를 논한다는것이 파손주의 스티커가 붙은 짐상자를 던지는 피곤한 일꾼을 마주하는 무력함과 별다르지 않다는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난 비누 방울을 불겠어. 나의 백팩만이라도 미혹의 어깨에서 잠시 내려놔주자. 비가 내리고 축축했던 어떤 날 대성당 광장 바닥은 그의 품을 떠난 비누방울들로 미끌미끌해졌다. 기분좋은 풍경이었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가속도를 달고 날아가는 그것들을 잡겠다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움직임은 사뭇 위태로워 보였다. 그리고 너무 쉽게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강풍에도 살아남아 가장 높이 떠오르는 놈들을 위로위로 응시하는 나의 얼굴로도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자유와 속박. 오히려 지속가능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조금이라도 해.. 핀란드 2유로 동전 토요일 아침에 식당에 잠시 다녀왔다. 일주일의 하루하루가 요일 구분없이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체득된 토요일의 정서가 있기에 변함없이 주말 기분을 느낀다는것은 재밌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매일 똑같이 이른 시간에 일어나더라도 평일 아침에는 쉽사리 밖으로 나서지지 않는다. 평일 아침의 출근 기분을 느끼기 보다는 출근길의 피동적인 발걸음에서 가까스로 해방된 가벼워진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이 더 즐거운것이다. 휴일 아침의 거리는 실제로 숨을 쉬고 있는듯 약간 부풀어서 뽀송뽀송해져있다는 느낌이 주곤 한다. 보통 식당에 아침에 놀러가면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와 마실 커피를 사들고 가지만 이날은 빈속에 나왔기에 뭐라도 먹고 싶어 거스름돈도 만들겸해서 인스턴트 라면 두봉지를 샀다. 매.. 94년의 여름_마로니에_칵테일사랑 마로니에의 이 앨범은 내가 생애 최초로 구입한 LP였다. 라디오를 열렬히 듣던 시절에 가요였으니깐 아마 FM 데이트나 별밤 같은 프로그램에서였을거다. 칵테일 사랑을 처음 듣고 완전 반해서 공테잎에 녹음을 해놓고 들었는데 정말 나만 좋아하고 싶은 그런 보석같은 노래였다. 이 앨범속의 란 곡도 참 좋아했다. 그런데 공테잎을 재생할 필요도 없이 라디오에서는 거의 매일 이 노래를 틀어줬고 그렇게 엄청난 선곡율을 보이던 이 곡은 결국 공중파로 넘어가서 가요톱텐 골든컵까지 탔다. 그때 난 약간의 상실감을 느꼈다. 알다시피 이 노래는 정말 요즘 세상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 노래를 듣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릴지도 모르는 그 모습들, 선글라스를 끼고 기타치는.. 선물받은 식물 휴가를 맞이하여 시골 본가에 다녀 온 친구가 가져다 준 것들. 한 손에는 개를 끌고 한 손에는 저 종이 봉지를 들고 얼굴에 함박 웃음을 안고 나타났다. 크기가 다양한 토마토와 짧은 오이 한개 그리고 바질과 세이지. 3주 휴가 동안 1주일 내내 엄마랑 밭에서 일했다고 평소보다 더 피곤하다고 투덜댔지만 대충 틀어 올려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아직 가시지 않은 시골 공기의 청량함이 느껴졌다. 남은 휴가의 1주일은 집에서 좀 쉬어라고 말했지만 캠핑가는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곧 다시 떠날거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의 여름을 보내는 방식이란것이 그렇다. 결과적으로 더 피곤해지지만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삼은 이들은 그 짤막한 순간을 완전한 방전, 쉼이라고 느끼는것 같다. 나는 그럴 수 없을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그래도 나.. 리투아니아어 14_Švyturys 등대 리투아니아 최대의 맥주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Švyturys 슈비투리스 (Š는 쉐로 발음해야 되는데. 한글로 어떻게 표기해야할지 항상 난감하다). 슈의 소리를 계속 내면서 모음을 ㅠ에서 ㅡ 로 바꿔주는 듯한 느낌으로 발음하면 된다. 등대라는 뜻이다. 이즈음이 완전 성수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리 곳곳에 이 로고가 그려진 파라솔 세워놓고 맥주 파는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의 맥주값은 싸다. 0.5리터에 1유로도 안하는 맥주가 수두룩하고 맥주를 1.5리터짜리 병에 따로 담아주는 맥주바들도 아주 많다. 이렇게 노천에서 마시는 경우도 3유로 정도면 리투아니아의 일반 맥주는 마실 수 있다. 리투아니아에서 길거리 음주는 불법이고 오후 10시 부터 아침 8시까지는 상점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피렌체 두오모 (Firenze_2010) '피렌체 두오모의 그림자는 피렌체의 명산물이다. 피렌체의 시민들은 모두들 조금씩 그 그림자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 (Firenze_2010) 위의 문장은 나의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둑질 해 온 문장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승옥의 소설 의 한 부분과 기형도의 시 의 한 문장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단어 '안개'를 '그림자'로 대체했을뿐이다. '피렌체 어디에서도 두오모가 보이지 않는곳이 없었다' 라는 상투적인 말로 두오모의 둔중한 호흡에 감탄하기에는 그는 훨씬 벅찬 존재였다. 두오모 그 자신이 자부하고 있던것은 오히려 그로 부터 쏟아져 나와 어떤이들의 지붕위에 과묵하게 드리워진 그 자신의 그림자였다. 9월의 피렌체는 산란하는 빛에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오모의 .. 아마존 프라임 회원비 환불 받기 두달전에 선물로 아마존에서 책을 몇권 샀다. 책값은 계산됐고 책도 받았는데 한 참 뒤에 계좌에서 100달러 상당의 돈이 빠져나간것을 발견했다. 선물 산 후에 다른 주문을 넣은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체크카드 문제로 결제가 되지 않아서 주문이 자동적으로 취소되었는데 그것이 오류를 일으킨것인지 싶어 아마존 페이지에 들어가서 취소된 주문 목록을 확인해도 이미 가격이 지워진 상태라 총 금액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급한대로 애꿎은 판매자들에게 일일이 확인을 부탁하는 메일을 넣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일제히 아마존 측에 문의해보라는 답변을 보내왔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카드 결제 창을 재차 들여다보니 결제 내역의 '프라임'이라는 단어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그것은 주로 배송 종류를 체크할때 아.. [빌니우스풍경] 오랜만의 엽서 커피를 줄때 우유를 따로 내어주는곳도 좋다. 우선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설탕을 넣어서 한 모금 마시고 원한다면 우유를 부을 수도 있다. 정 아니면 우유를 따로 마실 수도 있다. 이 베이글 카페는 10센트를 추가하니 따뜻한 우유를 따로 내어주었다. 같은 커피 두잔을 주문하고 우유를 추가했는데 커피 한 잔은 약간 큰 잔에 담아주었다. 기계에서 추출된 획일적인 커피 맛이 좋다. 그럼에도 커피 맛은 전부 다르다. 내가 짐작할 수 있는것이라곤 각설탕을 혀 위에 얹으면 녹아버릴것이라는 사실 뿐이다.카페 건너편에는 작은 출판사가 있었다. 이 출판사의 책을 한권 가지고 있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조각과 동상들에 관한 책이다. 이 거리를 지날때마다 바깥에 내놓은 엽서 진열대를 마주치곤 했기에 .. 이전 1 ··· 81 82 83 84 85 86 87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