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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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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의 원형 만두피 빌니우스의 마트에 원형의 만두피가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면 Mindaugo 거리의 Maxima. 다양한 국적의 식재료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빌니우스에서 그리고 리투아니아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영업을 하는 마트이다. 마트 이층에는 24시간 영업하는 약국도 있다. 이 상점은 리투아니아 생활 초창기의 나에게 살아있는 리투아니아어 교과서였다는. 리투아니아산 냉동 만두도 한국식으로 끓일 수 있지만 만두소도 그렇고 밀가루 반죽도 그렇고 피가 얇고 소가 실한 한국의 만두와는 좀 차이가 있다. 한국식 만두소에 필요한 재료들을 거의 살 수 있지만 만두피 자체가 없어서 일일이 반죽해서 밀대로 밀어 만들던 시절이 있었는데 원형 만두피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 사실 이전까지 내가 간혹 사용하던 만두피는 노란 반죽의 ..
빌니우스 카페_Conditus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구시가지 지점에 갔는데 리노베이션 한다고 문을 닫았다. 요즘 리투아니아는 은행 지점을 계속 줄이고 있는 추세. 구시가지에만 지점 세개가 있었는데 하나만 남았고 그나마도 갈 곳 없는 고객들을 다 받아내려니 좁은 장소가 미어터진다. 결국 좀 멀리 떨어진 더 큰 지점을 가야했는데 다른 방향에서는 자주 가던 동네였지만 구시가지에서 빙 돌아가려니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못보던 빵집을 발견하고 순식간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은행일을 보고 되돌아오면서 가 볼 생각에 힘이 났다. 약간 스산한 기운이 도는 한국의 오래된 양옥집 같은 가정집 1층에 자리 잡은 이 빵집은 케익 주문 제작을 주로 하는 빵집이었는데 그런 케익들을 팔기 위해 소박하게 만들어 놓은 카페였다. 이런 곳들은 둔중..
꿀과 코티지 치즈 고양이 맡기고 간 윗층 여인이 오레가노와 함께 키프로스에서 사다준 것. 양과 젖소와 염소의 젖으로 만들어진 코티지 치즈. 헉. 너무 맛있다. 리투아니아에서 사먹는 것은 아무리 압축된 것이어도 소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마련인데 이 코티지 치즈는 손가락 사이에서 뽀드득거리는 전분처럼 수분 제로의 짱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서 자연스레 꺼내는 것은 꿀. 정말 자동적으로 이제 꿀에 손이 간다. 리투아니아 꿀집에서 꿀을 사거나 양봉을 하는 사람들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중에는 숲속에서 생활하며 소규모 양봉도 하는 삼촌을 가진 이들이 꼭 한 두명씩 있게 마련이다.) 에게서 꿀을 얻어 먹으면 보통 저런 플라스틱 용기에 꿀을 담아 준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오이에도 가끔 저 꿀을 찍어 먹는데 정말 맛있는것은 ..
Vilnius 54_내일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Vilnius_2017 햇살은 또 다시 거리거리 왕관을 씌우겠지.
리투아니아어 35_Atsargiai! 조심! 주의! Atsargiai! (앗사르기아이). 문 위에 이런 경고문이 붙여져 있다면 대개 두 가지 경우이다. 문에 페인트 칠을 했으니 만지지 말라는 소리거나 위를 쳐다보면 이런 장면이 있거나. 오래된 건물에서 콘크리트 조각들이 떨어져 나오니 망으로 씌워 놓은 것. 빌니우스에서는 흔한 장면이다. 겨울에 무시무시한 고드름이 매달릴 때에도 사람을 물 법한 개를 기르는 집의 마당문에도 자주 붙어 있다. 조심 또 조심.
Vilnius 53_Dinner in the sky 잊을만할 때쯤 한 번씩 나타나는 이들. 1년에 한 번인지 2년에 한 번인지. 그런거 없이 그냥 담당 업체가 계약하면 그때 올라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만약에 빌니우스의 겨울에 저 위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면 손이 얼어서 칼질도 제대로 못하다가 칼을 떨어뜨리고 덜덜 떨다가 와인도 막 쏟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물론 이 크레인이 올라가는 시기는 당연히 여름이다. 이것은 타운홀 앞에서 50미터 상공으로 올라가는 공중 레스토랑 Dinner in the sky 이다. 하늘에 미친, 그러니깐 주로 하늘에서 하는 이벤트 개발에 열을 올리던 어떤 벨기에인들이 발명(?)했다는 이 크레인이 들어 올리는 조립 식당은 빌니우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도시로 임대된다. 저런 곳에서 한번 밥을 먹어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빌니우스 마트의 생강청 리투아니아에서도 감기 걸릴 기미가 보이면 생강차를 끓여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은 그냥 생강을 얇게 썰어서 꿀과 레몬과 함께 타 먹는 식이다. 리투아니아 음식에 생강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좋지만 생강과 시나몬 향이 진하게 밴 크리스마스 쿠키는 익숙한 음식이다. 반죽을 얇게 밀어서 크리스마스 트리나 동물 모양처럼 만들어 굽는다. 따뜻한 크리스마스 와인과 먹으면 맛있다. 마트에 생강이 거의 항상 있지만 항상 쓸만한 생강인것은 아니다. 구부려뜨려보면 별 저항없이 구부러진다던가 심하게 상해있던가 바싹 말라있다던가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그래도 단단하고 건강하게 생긴 적당히 수분이 함유된 괜찮은 생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에 한번은 생강차를 담궈보겠다고 했다가 설탕을 아낀건지..
Vilnius 52_여름의 끝 2 여름이 짧은 리투아니아에도 덥고 습한 시기가 일이주간은 지속되기 마련인데 이번 여름은 마치 예고된 태풍처럼 '여름'이라고 명명된 '8호 더위'와 같은 느낌으로 하루 이틀간의 온도 상승만 보여주고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행성의 지위를 상실해버린 명왕성처럼 리투아니아에서 여름이 계절의 지위를 잃어버리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개학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8월의 어느날. 구시가지의 보키에치우 Vokiečių 거리에 위치한 학교 창문밖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오랜 여름 휴가를 끝내고 가까스로 직장에 복귀했는지도 모른다. 방학내내 사용되지 않아 꾸덕꾸덕해진 브러쉬를 거품낸 물이 담긴 양동이에 담근채 불꺼진 복도를 지나 오후의 태양이 한껏 팔을 뻗고 들어오는 창으로 다가서는 그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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