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카페'에 해당되는 글 29건

  1. 2019.10.29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
  2. 2019.01.24 겨울의 카페 (3)
  3. 2018.10.30 Vilnius 80_너, 그 자체. (1)
  4. 2018.09.23 다른 토닉 에스프레소
  5. 2018.09.23 Caffeine_Vilnius (1)
Coffee2019. 10. 29. 23:01

빌니우스는 사실 그다지 작지 않지만 중앙역과 공항이 구시가에서 워낙 가까워서 구시가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겐 작고 아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중앙역에 내려 배낭을 매고 호스텔이 있던 우주피스의 언덕을 오르던 때가 떠오른다. 한때는 꾹꾹 눌러쓴 연필자국처럼 짙고 선명했던 여행의 많은 부분들은 이제 서너장 넘긴 공책 위에 남은 연필의 흔적처럼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역에 내려 처음 옮기는 발걸음과 첫 이동 루트는 한 칸 들여쓰는 일기의 시작처럼 설레이고 선명하다. 몇 일 집을 떠나 머물었던 동네는 공항가는 버스가 지나는 곳이었다. 낮동안 오히려 더 분주하게 날아다녔을 비행기이지만 막 이륙한 비행기인지 착륙을 시도하는 비행기인지 그들이 내뿜는 굉음이 오히려 밤이 되어 한껏 더 자유분방해진채로 어둠을 뚫고 미세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어둡고 고요한 밤 집 앞의 호텔을 향해 여행자들에게 끌려나가는 캐리어의 바퀴 소리와 놀랄만치 유사했다. 허공을 가르는 비행기의 날개짓과 땅 위를 구르는 여행 가방의 바퀴소리라니 결국 목적을 가진 그것의 뿌리는 같은것일까. 새벽녘, 건물 복도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흘러나오는 딩동 소리는 밤새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뒤척이다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날때즈음 착륙하기 전 마지막 기내식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음과 또 비슷했다. 기내의 옅은 조명과 함께 착륙까지의 시간을 조곤조곤히 알리는 기장의 잠긴 목소리가 밤 사이의 긴 여운을 흩뜨려 버리는 그 순간 말이다. 나의 여행 그리고 누군가의 여행을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나는 늘상 여행의 시작에 서 있음을 실감한다. 한편으로는 나는 누군가가 나를 향해 떠나올 수 있는 곳, 원한다면 그들을 향해 나도 떠날 수 있는 아주 멀지만 이상적인 곳에 살고 있다 느낀다. 따지고보면 모두가 그렇다. 때로는 그 물리적 거리감이 동네 어귀의 수퍼마켓을 가는 정도로 한 없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별하고 사라져버리고 나면 마치 존재조차하지 않았던처럼 거짓같기만 한 어떤 만남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순간들을 위한 영원한 조력자이자 달콤한 소품, 좋아하는 공간속의 어떤 커피들. 올 해 들어 딱 두 잔의 토닉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를 너무나 반가운 친구들과 마셨다. 이제 더 이상 이 커피는 다음 만남까지의 타임캡슐에 봉인해서 그냥 잊고 싶을만큼 더 없이 청량했던 에스프레소. 내 전화기로는 나올 수 없는 프로페셔널한 화질의 커피 풍경이다. 내 인생에서 영원히 고화질로 남았으면 하는 날. 그리고 그 날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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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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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2019. 1. 24. 08:00


케익의 첫인상은 항상 작다. 스모 선수를 보지 않아도 그는 거대할것이라 짐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맛없을 케익도 그는 항상 작게 느껴진다. 그 케익을 커보이게 하는 유일한 존재는 작은 데미타세 잔이다. 작은 에스프레소가 가져다 주는 희열이라면 어떤 케익을 먹어도 보통은 그 보다는 크다라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케익을 다 먹었는데도 커피가 남아있는것이 싫다. 커피가 부족하다고 느끼는것이 훨씬 더 정당하다. 커피는 새로 마시면 되니깐. 겨울의 카페는 두 종류이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가는 카페가 늘 그렇듯 그 중 하나이겠고 하나는 단지 추워서 들어가는 카페이다. 오후 8시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중. 이대로 집까지 걷다간 죽을 것 같아 몸을 좀 녹이기 위해 카페에 들어갔다. 물론 장갑을 벗고, 모자를 제치고, 휘감긴 목도리를 다 풀어내고 나면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온 거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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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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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드벨벳으로 추정되는 아리따운 케익의 자태! 그리고 까만 커피잔! 까망 빨강 하양의 조합은 언제나 옳음!!!

    2019.01.24 22: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김설마

    검빨은 철기군인증..^^
    철기군은 크롬의 군대..
    크롬은 신해철.. ㅎㅎㅎ

    2019.01.31 23:26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8. 10. 30. 08:00


늘상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좀 더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일때 아름다워지는 것. 도시도 예외는 아니겠지. 그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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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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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오 이 사진을 보니 더더욱 떠나고 싶습니다 쫌 추워보이긴 하지만... 신문을 보니 돔끄니기에서 집어와 읽곤 했던 무가지 메뜨로와, 아주 오래전 있었던 페테르부르크 타임즈 영문무가지 읽던 게 생각나요

    2018.10.30 1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Cafe2018. 9. 23. 07:02


집에 냉장고가 오래되서인지 냉동실에는 성에가 거대한 빙하처럼 자리잡고 있다. 미끈하게 울룰불룩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들이 든든하게 느껴질 정도로. 얼마전 냉장고 전원을 빼놔야 할 일이 있었는데 희끄무레해진 빙하 가장자리 틈으로 칼날을 밀어넣으니 쩍하고 크레바스처럼 벌어졌다. 그렇게 냉장고를 빠져나온 한 조각의 빙하를 그냥 싱크대에 놔뒀다. 여름이 얼마만에 그를 녹여버릴지 궁금했기때문이다. 요즘의 여름은 딱 그렇다. 싱크대 배수구 언저리에서 점점 작아지던 딱 그 얼음 조각처럼 간신히 걸려있다. 이미 진작에 끝났는지도 모르는 그 신기루 같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마시는 시원한 커피.  에스프레소 모자를 쓴 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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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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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2018. 9. 23. 06:32


수년 간 Coffee Inn 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했던 리투아니아의 토종 커피 브랜드. '커피인'이라고 읽어야겠지만 대다수의 리투아니아인들은 이 카페를 '코페이나스' 라고 불렀다. 카페 이름을 영어의 발음 기호와 상관없이 리투아니아어 알파벳 모음 발음으로 읽고 남성 어미 -as 를 붙여서 코페이나스가 되는 것.  그런데 코페이나스 Kofeinas 라는 리투아니아 단어 자체가 또 영어의 caffeine 이라는 뜻이니 그것이 의도된 작명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 카페는 항상 그렇게 '카페인' 카페로 불리웠고 대주주가 바뀌고 경영구조가 바뀌면서 결국 카페 이름도 Caffeine 으로 바뀌게 되었다. 2004년에 첫 지점이 문을 열고 14년이 지난 지금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지점들까지 합쳐 매장이 60개가 넘도록 커버렸는데 구시가에서만도 이들은 반경 200 미터마다 자리잡고 있는 듯. 이러다가는 마트에서도 스타벅스 커피처럼 곧 이들의 이름을 붙인 냉장커피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이 카페의 커피가 특별히 맛있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이 카페의 커피 맛이다. 그리고 그런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위협적인 것이다. 지점이 워낙에 많으니 특별히 이 카페를 가지 말아야겠다는 원칙이 없는 이상 평균적으로 가장 자주 가게 되는 카페이기도 하다. 구시가의 점포들을 임대하면 크게 구조를 바꾸거나 장식 할 수 없으니깐 보통은 그 구조를 살리고 이용하는 와중에 지점마다의 고유한 컨셉과 분위기가 생긴다.  그것은 이미 힘있는 브랜드가 되었고 곳곳에 들어설 수 있는 자본까지 갖췄기에 가능한 일일것이다. 나는 이 카페를 크게 열광하지는 않지만 이곳의 치즈케익과 키쉬는 가끔 생각한다. 그리고 이곳의 토닉 에스프레소가 빌니우스에서 마셔 본 중 가장 맛있다고 아직까지는 생각하고 있다. 다음달에 문을 여는 빌니우스의 MO 뮤지엄 (모던 아트 뮤지엄) 앞에 진작에 자리를 잡은 이 카페인 로스터는 빌니우스에 위치한 이 카페 지점 중 유일하게 로스팅 기계가 돌아가는 곳.  입구에 들어서면 둔중한 로스팅 기계가 눈에 들어오고 사방이 벽돌을 드러낸 채 도장되지 않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다른 지점과 비교해서 좀 더 활기차고 자유분방하다. 이곳에는 조용하게 혼자 앉아서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 붜 공업용 계산기를 두드리며 숫자 적기에 한창인 학생들, 열심히 떠들며 토론하러 오는 사람, 스터디하러 오는 사람, 수다떨러 오는 사람들이 전부 한데 뒤엉켜있다. 딱 넘치지 않을 정도의 유쾌한 활기와 소음이 발전기처럼 돌아가는 곳이다. 

이 지점은 공간이 넓은 편이라 가끔 문화 행사나 장터 같은 것도 열린다. 물론 그런 행사가 열리기엔 협소하기 짝이 없지만 동시간대 모이는 인원의 수도 폭발적이지 않기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 어떤 하루는 갑자기 예약 좌석 표시가 테이블 마다 세워지고 LP가 가득 담긴 상자들을 들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고 음반 장터가 열렸던 것. 덕분에 뜻하지 않게 자리를 옮겨야 했지만 추억 소환하는 옛 음반들 구경도 할 수 있었다. 노트북 사용하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기에도 전부 적합한 분위기라 지난 겨울에는 특히나 많이 갔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이긴 했지만 한번 가면 꽤나 오랜시간을 버티다 와서 음식류를 전부 먹어본듯. 그럼에도 결국 가장 맛있는 것은 10년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 치즈케익이다. 이제는 반쯤 먹고 나면 아 이 맛이었지 맞아 하고 좀 배부르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정말 맛있어서 모자르다고 느껴질때가 있었더랬다. 

신랄하고 재수없지만 결코 틀린 말은 하지 않는 자기 이름을 걸고 인스턴트 냉동 만두까지 출시한 어느 푸드 칼럼니스트의 한 장짜리 에세이를 인쇄버전으로는 유일하게 이곳에서 읽을 수 있다. 카페에 항상 사람이 많다보니 커피 주문하고 종이 들고 가서 자리에 앉아서 읽다가 커피를 가져와서 거의 다 마실때까지 읽을 수 있는,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의 글이다.

이 잡지는 카푸치노 중간 싸이즈 정도의 분량. 종합 문화지. 이 카페 말고도 빌니우스의 다른 장소에서도 꽤 자주 발견된다. 왜 제목이 370 이지 하는 물음에 '마음대로 생각하라. 당신의 생각은 몇 도 회전할 수 있나?' 라고 반문하는 잡지. 카페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잡지 이야기로 끝나는 이유는 그냥 이 카페하면 생각나는 것들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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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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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생각은 무한궤도를 달리다 블랙홀로 빠져들어 사라집니닷!!!
    에스프레소잔 평범하면서도 이뽀요 글고 전 한장짜리 푸드 에세이 읽고파요 음식얘긴 항상 좋아요!

    2018.09.25 01: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