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카페'에 해당되는 글 29건

  1. 2020.02.13 커피들
  2. 2019.10.29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
  3. 2019.01.24 겨울의 카페 (3)
  4. 2018.10.30 Vilnius 80_너, 그 자체. (1)
  5. 2018.09.23 다른 토닉 에스프레소
Coffee2020. 2. 13. 22:01

 

 

 

 

 

 

빌니우스에서 13번의 겨울을 나는 동안 가장 따뜻한 겨울이다. 모든 생명체가 예고를 하고 나타나듯 카페도 예외는 아니다. 카페의 삶도 '이곳에 곧 카페가 생깁니다' 라는 문구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생긴다고 하는 카페가 생기지 않은 적도 있으니 첫 잔을 마주하기전까지는 경건한 마음으로 잠자코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는 열었을까 하고 찾아 갔던 어떤 카페. 사실 구시가의 척추라고 해도 좋을 거리이지만 차량통행이 일방통행이고 반대 차선으로는 트롤리버스만 주행이 가능해서 유동인구가 적고 저 멀리에서 신호라도 걸리면 온 거리가 적막에 휩싸여버리는 거리이다. 건물 1층의 점포들은 대체로 뿌연 회색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누구에게 임대를 해서 뭘 해도 잘 안되니 왠지 건물 주인이 뭐라도 해보겠다고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듯한 잡다한 인상의 가게들이 많다. 그러니 이 거리에 카페가 생긴다고 했을때는 무모하거나 아주 잘 계산된 사업이거나 라고 생각했다.

 

 

 

 

이 카페는 빌니우스 구시가의 유일한 시나고그 바로 앞에 있다. 시나고그의 코랄빛 돔과 상당히 잘 어울리는 색의 간판에 적힌 상호를 보고 있으면 왠지 건너편 시나고그 속에서 유대 경전이나 탈무드를 읽는 소리에 맞춰 커피들도 함께 주문을 외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미끄럼방지매트 위에서 제자리 행진을 하듯 신발을 부산스럽게 문지르고 옷 위에 내려 앉은 눈들을 털어내며 들어서는 날의 아침의 카페는 어떤 커피를 주어도 맛있게 마실 수 있을것 같다. 게다가 이곳은 천장이 높은 옛날 건물인데다 서향이라 아침의 자연광을 기대하기 힘든데 테이블에 미니 스탠드까지 놓여있어서 어두운 아침의 카페라면 지녀야 할 느낌으로 충만했다. 어떤 날엔 배가 너무 고파서 진열되어 있는 샌드위치를 같이 산다. 어제 만들어 놓은듯한 샌드위치 속의 루꼴라가 다듬어 놓은 쪽파 찌꺼기처럼 다 말라비틀어져 있었지만 타협하며.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가져다 주지 않아서 보니 심혈을 기울여 크루아상을 가르며 새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거의 같은 시각의 아침이었지만 갈때마다 다른 사람이 커피를 만든다. 당연히 틀어주는 음악도 다르다. 그것은 손님이 나가자마자 바로 달려가서 남긴 잔을 치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 커피 이외의 뭔가를 기술적으로 추천하는 사람과 방금 주문한 커피 조차 다시 물어 확인하는 사람간의 차이와도 비슷하다. 많은 테이블에 지나간 이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채로 자신이 들을 음악을 트는데 열중하며 그 리듬에 취한 채 서두르지 않고 커피 기계로 다가가는 사람들이 있는 카페가 보다 자유롭다. 커피가 갈리고 뽑아지는 소리가 마치 치과의 스케일링 장비가 뿜어내는 소리처럼 눈치없고 투박하게 들릴때에도 비오는 날의 카페가 후덥지근한 식물원의 공기를 뿜어낼때에도 커피는 늘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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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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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2019. 10. 29. 23:01

빌니우스는 사실 그다지 작지 않지만 중앙역과 공항이 구시가에서 워낙 가까워서 구시가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겐 작고 아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중앙역에 내려 배낭을 매고 호스텔이 있던 우주피스의 언덕을 오르던 때가 떠오른다. 한때는 꾹꾹 눌러쓴 연필자국처럼 짙고 선명했던 여행의 많은 부분들은 이제 서너장 넘긴 공책 위에 남은 연필의 흔적처럼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역에 내려 처음 옮기는 발걸음과 첫 이동 루트는 한 칸 들여쓰는 일기의 시작처럼 설레이고 선명하다. 몇 일 집을 떠나 머물었던 동네는 공항가는 버스가 지나는 곳이었다. 낮동안 오히려 더 분주하게 날아다녔을 비행기이지만 막 이륙한 비행기인지 착륙을 시도하는 비행기인지 그들이 내뿜는 굉음이 오히려 밤이 되어 한껏 더 자유분방해진채로 어둠을 뚫고 미세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어둡고 고요한 밤 집 앞의 호텔을 향해 여행자들에게 끌려나가는 캐리어의 바퀴 소리와 놀랄만치 유사했다. 허공을 가르는 비행기의 날개짓과 땅 위를 구르는 여행 가방의 바퀴소리라니 결국 목적을 가진 그것의 뿌리는 같은것일까. 새벽녘, 건물 복도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흘러나오는 딩동 소리는 밤새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뒤척이다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날때즈음 착륙하기 전 마지막 기내식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음과 또 비슷했다. 기내의 옅은 조명과 함께 착륙까지의 시간을 조곤조곤히 알리는 기장의 잠긴 목소리가 밤 사이의 긴 여운을 흩뜨려 버리는 그 순간 말이다. 나의 여행 그리고 누군가의 여행을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나는 늘상 여행의 시작에 서 있음을 실감한다. 한편으로는 나는 누군가가 나를 향해 떠나올 수 있는 곳, 원한다면 그들을 향해 나도 떠날 수 있는 아주 멀지만 이상적인 곳에 살고 있다 느낀다. 따지고보면 모두가 그렇다. 때로는 그 물리적 거리감이 동네 어귀의 수퍼마켓을 가는 정도로 한 없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별하고 사라져버리고 나면 마치 존재조차하지 않았던처럼 거짓같기만 한 어떤 만남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순간들을 위한 영원한 조력자이자 달콤한 소품, 좋아하는 공간속의 어떤 커피들. 올 해 들어 딱 두 잔의 토닉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를 너무나 반가운 친구들과 마셨다. 이제 더 이상 이 커피는 다음 만남까지의 타임캡슐에 봉인해서 그냥 잊고 싶을만큼 더 없이 청량했던 에스프레소. 내 전화기로는 나올 수 없는 프로페셔널한 화질의 커피 풍경이다. 내 인생에서 영원히 고화질로 남았으면 하는 날. 그리고 그 날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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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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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2019. 1. 24. 08:00


케익의 첫인상은 항상 작다. 스모 선수를 보지 않아도 그는 거대할것이라 짐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맛없을 케익도 그는 항상 작게 느껴진다. 그 케익을 커보이게 하는 유일한 존재는 작은 데미타세 잔이다. 작은 에스프레소가 가져다 주는 희열이라면 어떤 케익을 먹어도 보통은 그 보다는 크다라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케익을 다 먹었는데도 커피가 남아있는것이 싫다. 커피가 부족하다고 느끼는것이 훨씬 더 정당하다. 커피는 새로 마시면 되니깐. 겨울의 카페는 두 종류이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가는 카페가 늘 그렇듯 그 중 하나이겠고 하나는 단지 추워서 들어가는 카페이다. 오후 8시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중. 이대로 집까지 걷다간 죽을 것 같아 몸을 좀 녹이기 위해 카페에 들어갔다. 물론 장갑을 벗고, 모자를 제치고, 휘감긴 목도리를 다 풀어내고 나면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온 거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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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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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드벨벳으로 추정되는 아리따운 케익의 자태! 그리고 까만 커피잔! 까망 빨강 하양의 조합은 언제나 옳음!!!

    2019.01.24 22: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김설마

    검빨은 철기군인증..^^
    철기군은 크롬의 군대..
    크롬은 신해철.. ㅎㅎㅎ

    2019.01.31 23:26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8. 10. 30. 08:00


늘상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좀 더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일때 아름다워지는 것. 도시도 예외는 아니겠지. 그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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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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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오 이 사진을 보니 더더욱 떠나고 싶습니다 쫌 추워보이긴 하지만... 신문을 보니 돔끄니기에서 집어와 읽곤 했던 무가지 메뜨로와, 아주 오래전 있었던 페테르부르크 타임즈 영문무가지 읽던 게 생각나요

    2018.10.30 1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Cafe2018. 9. 23. 07:02


집에 냉장고가 오래되서인지 냉동실에는 성에가 거대한 빙하처럼 자리잡고 있다. 미끈하게 울룰불룩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들이 든든하게 느껴질 정도로. 얼마전 냉장고 전원을 빼놔야 할 일이 있었는데 희끄무레해진 빙하 가장자리 틈으로 칼날을 밀어넣으니 쩍하고 크레바스처럼 벌어졌다. 그렇게 냉장고를 빠져나온 한 조각의 빙하를 그냥 싱크대에 놔뒀다. 여름이 얼마만에 그를 녹여버릴지 궁금했기때문이다. 요즘의 여름은 딱 그렇다. 싱크대 배수구 언저리에서 점점 작아지던 딱 그 얼음 조각처럼 간신히 걸려있다. 이미 진작에 끝났는지도 모르는 그 신기루 같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마시는 시원한 커피.  에스프레소 모자를 쓴 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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