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 (73) 썸네일형 리스트형 Vilnius 61_모두의 크리스마스 Vilnius_2017 모두의 겨울, 모두의 크리스마스 Vilnius 60_나의 아름다운 놀이터 가득한 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로 흥건했던 날. 군데 군데 떨어져서 썩어가는 사과들이 공기중의 빗물내음과 함께 단내를 풍겼다. 이곳은 빌니우스에서 가장 시적인 놀이터이다. 나무가 워낙에 많아서 낙옆에 파묻혀 버린 모래상자가 있고 그 곁에는 옆으로 누운 나무 한 그루.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시소와 미끄럼틀. 그 사이에 나무 벤치 하나가 놓여져 있다. 이곳에 자주 오지만 근처에 차를 주차하는 사람들말고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저 나무는 늘 말을 하고 있다. 하얗게 눈이 내리면 또 가자. Vilnius 59_주인있는 신발 Donatas Jankauskas_Sportbatis (운동화) 빌니우스의 거리에서 버려진 신발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인 잃은 우산이나 장갑은 나 스스로도 많이 잃어버려서도 그렇지만 충분히 수긍이 가는 남겨짐이겠지만 나뒹구는 신발 한 짝, 혹은 한 짝은 이쪽 남은 한 짝은 저 쪽에 버려진 것들을 보면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궁금해진다. 누구도 여분의 신발을 들고 다니진 않을테니 신발 주인은 맨발의 상태였을텐데 잔뜩 취해서 택시를 타고 돌아가서 집에서 뒤늦게 깨닫거나 아니면 차를 타자마자 집에 돌아온 줄 알고 문을 열고 신발을 내던져 버린것일까. 어쨌든 빌니우스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뒷마당에 자리잡은 작품중에 이런 신발 작품이 있다는 것. 모든 버려진 신발들에 헌정된 듯한 느낌이다. 리투아니아의 빵집에서 유용한 단어들 가끔 들춰보는 11년 전 나의 리투아니아어 교과서. 나의 선생님이 매일 아침 프린트해서 주신 것을 제본해서 간직하고 있다. 스승의 대학 강의가 시작되기 전 아침 7시에 1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18번의 수업. 지금 생각해도 그 수업은 굉장히 명료했고 유익하고 즐거웠다. 대학에서 어학당 선생님도 겸하고 계셔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 본 스승의 노하우도 있었겠지만 현지에 지내면서 현지어를 알파벳부터 배운다는 첫 경험은 짜릿한 일이었기에. 리투아니아어 수업이 끝나고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일 중 하나는 빌니우스 대학 근처의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일이었다. 그곳은 지금 중국식당으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이름을 몰리도 사기야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빵들에 잼이나 크림이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아서 빵 속에 무.. 커피들 이 카페에는 파묻혀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소파가 있다. 빌니우스에서 소파 감자가 아니라 소파 커피가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카페이다. 책이든 잡지든 이만큼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가면 보통은 다 읽어내게 하는 마법의 소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소파 자리를 항상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때엔 높은 의자가 놓여진 창가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 구경을 할 수 있다. 한국과 리투아니아의 시차가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어난 어제, 항상 그렇듯 온 종일 비가 내렸다. 커피 빛깔 만큼이나 익숙해진 어두컴컴한 낮의 빛깔, 어찌됐든 리투아니아의 이런 날씨를 사랑한다.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혼자서 앉기엔 좀 미안한 가장 넓은 자리에 앉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동석한 낯선 이들과 짧게 나마 대화를.. 남겨진 커피 불안은 오히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커피를 두 잔을 마신다. 인류 평화의 정점이다. 문 근처에서 끽연을 마친 카페 직원이 멀리서부터 내 얼굴과 커피잔을 번갈아 보며 다가온다. 불안함이 존 트라볼타처럼 스테이지로 미끄러진다. 당연한 표정으로 빈 잔 하나를 치워주려는 행동을 취한다. 불안함이 칸첸중가 즈음에 머문다. 나는 전혀 설득력없는 어조로 나지막히 그냥 놔둬도 된다고 말한다. 너무나 사려깊고 칭찬 받아야 마땅한 그의 행동인데 그는 나로 인해 상처를 입고 두번 다시 그 누구의 빈 잔도 치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멋쩍어져 걸어들어가는 그의 뒤로 앞치마가 민망함에 뒤로 쭈뼛쭈뼛 펄럭인다. 그제서야 불안함이 깍아지른 크레바스로 빨려 들어간다. 나를 떠나도 될 것들은 테이블 귀퉁이에 슬쩍 밀어.. Vilnius 58_맑아진 10월 Vilnius_2017 환해진 10월의 하늘. 1년 365일 보초서는 마트의 크리스마스 전구위로. Vilnius 57_햇살은 신상 휘둥그레진 모두의 눈빛을 쏘아보며 포장도 채 뜯지 못한 햇살이 그렇게 지나갔다. 10월의 처음이자 마지막 태양일지도 모른다. 오래된 건물은 조금 새 것이 되기도 하지만 흐리든 화창하든 날씨는 항상 새 것. 이전 1 ···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