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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ypt

Egypt 10_팔라펠 아저씨

2003_Luxor

마트에 팔라펠 믹스가 새로 나왔길래 사 와서 만들어 보았다. 물만 붓고 조금 기다리면 반죽이 걸쭉해져서 바로 숟가락으로 떠서 튀길 수 있게 되어있다. 룩소르의 골동품 시장에서 팔라펠을 만들고 있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그때 난 아마 조그만 일인용 원형 양탄자를 사고 기분이 몹시 좋았던 순간이었다. 인생 첫 팔라펠은 유난히 초록색이었고 아마 벌어진 피타빵 속에 토마토 오이 샐러드와 같이 넣어 먹었을 거다. 뷰파인더를 통해서만 주변을 관찰할 수 있었을 땐 그만큼에 해당하는 박자와 예의 같은 것이 따로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나 하면 막상 또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잡는 속도와 마음가짐은 결국 그 자신이 20대에 누렸던 가장 안락한 지점에 수렴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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