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게에서 저울을 쓰는 사람들은 일 년마다 기관에 가서 이 저울이 정확함을 검증하는 문서를 갱신해야 한다. 그 증명서만 따로 확인하려 오는 경우는 없지만 무슨 문제가 생겨서 기관에서 조사를 나오면 깐깐한 담당직원인 경우 그런 문서까지 다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한번 정도 저런 증명서를 갖춰놓으면 때맞춰서 갱신하라고 연락이 오니 결국 매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런 연중행사들을 몇 가지 처리하고 나면 어느새 일 년이 가버리곤 했다. 9월이면 한국에서도 공인인증서를 갱신하라는 연락이 온다. 완료 40일 전에 오고 36일 전에 오고 16일 전에 온다. 질척거리지 않고 딱 한 번, 하루 전에만 오면 왠지 제때에 갱신할 수 있을 것 같고 그걸 놓쳐서 내가 갱신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염려해주지 않으면 좋을 텐데.
띠지가 없는 실은 정가를 받지만 이 가게는 이런저런 잡화와 함께 뭉텅이 털실들을 무게로 재어서 파는 가게이다. 이 가게 옆에는 겨울이면 오손도손 모여서 함께 뜨개질을 하는 진정한 실의 집도 있지만 같은 색 실이 대량으로 필요하지 않은 이상은 이런 상점이 유용할 때도 있다. 이런 가게는 빌니우스에서도 점점 없어지고 있는 많은 것들 중 하나이다. 때마다 팔각과 말린 고추를 사러 들렀던 저울 양념집도 얼마 전에 가니 문을 닫았다.
이 가게 아주머니가 저 저울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문서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그걸 문제 삼을 일도 아마 일어나진 않을 거다. 조그만 소쿠리에다 실을 담으면 실이 자발적으로 저울을 내려올 일도 없을 텐데 아주머니는 아주 고전하셨다. 어쩌면 소쿠리를 올리고 초기화하는 기능이 저 작은 저울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Lithuanian Langu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투아니아어 136_올리브 Alyvuogės (3) | 2025.09.10 |
---|---|
리투아니아어 135_우정 Draugystė (11) | 2025.08.16 |
리투아니아어 134_고등어 Skumbrė (15) | 2025.07.14 |
리투아니아어 133_파인애플 Ananasas (3) | 2025.06.25 |
리투아니아어 132_ Dar po vieną 한잔만 더 (3) | 2025.04.15 |
리투아니아어 131_끝 Pabaiga (0) | 2025.03.17 |
리투아니아어 130_처남 매형 형부 Svainis(Švogeris) (0) | 2025.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