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도시 루카에 관한 짧은 기사를 읽다가 떠오른 장면 하나. 루카는 아마 피렌체에서 당일치기로 피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렀었다. 이 가게에서 점심용으로 술 한 병과 포카치아, 치즈 등 주전부리를 샀지만 정작 올리브는 사지 않았다. 아마 이 장면만으로도 충분했다 생각했나 보다.
'올리브가 세 알 밖에 없으면 예쁜 접시에 담아먹으면 된다'
좋아하는 터키 영화에 나오는 대사인데 극 중 부유한 극작가가 가난한 세입자의 지저분한 집을 보고 내뱉은 말이라 앞뒤 정황을 생각해 보면 좀 도도하고 재수 없게도 느껴지지만 어쨌든 이 대사가 참 좋았다. 올리브를 먹을 때마다 떠올리고 간혹 인용하게 된다. 작가가 생각해 낸 말일 수도 있지만 왠지 중동지역의 격언이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터키 사람을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다. 그러면 그 사람은 왠지 '대추야자가 세 알이면 예쁜 접시에 담아먹으면 된다라는 속담은 있어요'라고 말할 것 같고 옆에 있는 그의 친구는 '뭔 소리야. 무화과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리투아니아어에서 올리브 나무는 Alyvmedis라고 부른다. 그런데 마냥 올리브스러운 Alyva는 라일락을 뜻하고 올리브는 마치 라일락에 열린 열매처럼 헷갈리게 또 Alyvuogės라고 부른다. 주유소에서 주유호수를 꽂다가 Alyva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것은 엔진오일일 확률이 높다. 이러나저러나 이 모든 단어들에서 저 올리브 단지 속의 미끄덩한 기름기가 느껴지기는 매한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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