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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

리투아니아어 142_Jutiminė temperatūra 체감온도

 



'날씨가 문제가 아니라 입은 옷이 문제다'라는 말을 즐겨하는 리투아니아인들, 웬만해선 춥단 말을 잘 안 한다. 그렇다고 옷을 많이 껴입는것 같지도 않다. 사실 막상 겨울이 되면 0도일 때나 영하 20도일 때나 입는 옷은 비슷하다. 감기도 정말 추울땐 안걸린다. 옷을 많이 입는 것은 덜 입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기때문에 적당히 입고 모자 장갑 머플러는 보통 착용한다. 다양한 재질과 두께의 머플러를 기온에 따라 바꿔서 하는게 보온엔 제일 좋은 것 같다.

올해는 가장 추웠다고 기억하는 9년 전 겨울을 능가하는 추위였는데 어느날은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를 찍었다. 체감 온도라는 단어도 거의 안쓴다.  겨울이 춥다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 추위를 느끼지 않겠다는 본능만이 있을뿐이다.
 
크리스마스가 끝나자마자 한동안 계속 눈이 왔다. 어제도 그제도 내렸다. 보통 한두 차례 날이 풀리면서 눈이 녹고 다시 얼면서 진창이 되거나 빙판이 되거나 하는데 계속 더 추워져서 눈이 녹을 새도 없이 차곡차곡 미끄럽지 않게 잘 얼었다. 그래서 눈을 밀어내는 제설차량보다는 두툼한 눈을 삽으로 부수고 트럭으로 옮기는 풍경들이 이어졌다. 눈바닥은 쩍쩍 갈라지며 해체됐고 공장에서 재활용이라도 될 것처럼 운반됐다. 내린 자리에서 그대로 녹아 질척거리던 눈은 알고 보니 제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던 퍽이나 인간적인 놈이었다.
 
눈이 많이 내려 한편으론 모처럼 겨울분위기가 짙어서 좋다. 신발에 엉겨 붙어 따라온 눈들은 녹아 없어지며 논두렁에서 도망친듯한 발자국을 남기고 젖은 채로 돌아오는 바짓단엔 늘 하얀 소금기가 남는다. 그런데 2월이라 확실히 밝아지기도 했다. 그냥 밝다고 하기엔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는 그런 자비로운 햇살이 정말 가끔이지만 들어온다. 최대한 이 추위와 겨울을 공손하게 대해야 이들이 기분 좋은 채로 물러갈 것 같다. 그러니 겨울은 읍소의 계절. 그런데 막상 물러가면 좀 아쉽다. 아첨은 먹히고 나면 더 씁쓸한 법이니.
 
추운 나라의 겨울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겨울의 끝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금기라고 얘기하는 것도 어쩌면 금기다. 늘 그랬듯이 겨울은 늘 줏대 없이 애매한 봄과 가을을 그런대로 포섭하며 밑변을 늘려간다.
 
이곳의 여름이 일종의 특별 전시회라면 겨울은 성대했던 행사의 포스터와 전시품들을 걷어낸 휑덩그렁한 언저리를 언제나 지키고 있던 상설 전시에 가깝다. 아래로 솟구치는 고드름, 누군가의 손에서 달아난 장갑 한 짝, 컨테이너 근처에 버려진 트리용 전나무, 발밑을 채우는 회색의 대지는 각각 소장품 인벤토리의 23번 45번 72번 그리고 1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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