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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in

독일 1유로 동전 - 독일 독수리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2유로 독수리와 1유로 독수리.


독일 유로 동전은 총 세 가지 도안을 쓰는데 1센트 2센트 5센트에는 참나무 가지 (https://ashland.tistory.com/559015)가  10센트 20센트 50센트에는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https://ashland.tistory.com/236)가 그려져 있다. 다른 유로 동전들에 비해서 뭔가 좀 투박한데 이 두 도안을 능가하는 것이 1유로 2유로에 새겨진 독수리이다. 리투아니아에서 독일 동전은 리투아니아 동전만큼 흔하다. 그중에서도 별로 예쁘지 않은 쩍벌 독수리들이 특히나 쉴 새 없이 날아다닌다. 그런데 1유로 독수리와 2유로 독수리가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또 드물어서 날려 보내주기 전에 또 기념사진을 찍고.
 
 

저 멀리 독일 국기


사실 유럽 국가의 문장(coat of arms)들이 보통 그 생김새가 비슷하고 지루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새롭지 않은 것이 또 독일 독수리이다. 단지 이 독수리에 일말의 애정을 느끼는 이유는 이들을 볼 때마다 화투패 중에서 독보적으로 암울한 12월 비패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쌍피 중 압도적으로 카리스마가 있어서 받으면 가장 기쁜 비쌍피의 검정과 빨강의 강렬한 대비는 뭔가 독일 국기를 연상시키며 독일의 강철이미지와 연결된다. 독일 독수리에서 비패의 제비를 떠올리고 독일 독수리의 발가락에서 비광의 개구리 발가락을 떠올리는 것이 독일에게 좀 미안하기도 하다. 만약에 제비가 버드나무 아래가 아닌 참나무아래에 서있었더라면 좀 더 드라마틱하게 어울렸을거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사 와서 18년째 쓰고 있는 훌륭한 감자칼은 일본제이고 리투아니아에서 산 모든 탁월한 슬라이서들은 독일제라는 것은 과연 우연이란 말인가. 이것은 어쩌면 패전한 전범 국가들 사이의 모종의 유사성인지도 모른다.  전쟁은 정녕 아무나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깐.
 

독수리를 뜻하는 독일어 단어는 아들러라고 한다.

 
독일의 문장은 Bundeswappen 으로 불리는 독일 독수리이다. 황금색 배경에 빨강 부리와 발톱이 검은 독수리이다. 유럽의 국가의 문장들이 다양하지만 보통 독수리계와 사자계로 양분된다. 독수리 머리가 하나이거나 둘이거나 사자가 왕관을 쓰고 있거나 방패를 들고 있거나 등으로 차별화하려고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유럽 나라의 문장들이다. 독일의 독수리 문장은 신성로마제국부터 프로이센 공국, 바이마르 공화국, 제3제국 등등을 거쳐 지금까지 끈덕지게 독일을 상징하고 있다. 이것은 로마제국부터 사용되던 상징이고 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순간부터 생겨난 숱한 제국들이 결국 로마라는 뿌리를 잊고 싶어 하지 않은 결과로 독수리는 계속 문장 속에서 사라지지 못하게 되었다. 전쟁은 공격의 의도가 적에게만 있다고 규정하며 우린 지킬 뿐이라는 논리를 펼 때 생기고 옛 제국의 영광만큼 그런 발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없다. 가끔 유럽 국가들이 문장에서 선배 제국의 피땀눈물이 담긴 자신의 독수리를 지워버리면 전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라는 웃긴 생각을 하곤 한다.   
 
 

클로즈업을 하면 좀 귀엽다.

 
 
오래전에 놀이터에서 알게 된 독일 여성이 있다. 여전히 길에서 자주 만나는데 하루는 20세기 우체부 아저씨가 들고 다닐 만큼 큰 가방을 들고 바쁘게 가길래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냐고 물으니 동네 국제 학교에서 독일어 수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리투아니아 학생들을 위한 독일어 수업이 아니라 리투아니아에 주둔하게 된 독일 군인들의 자녀들을 위한 한마디로 말하면 독일아이들을 위한 '국어' 수업이었던 것. 
 
2027년까지 리투아니아에는 독일군이 5000여명까지 주둔하기로 되어있다. 작년부터 선발대들이 도착하기 시작했고 빌니우스에서 멀지 않은 벨라루스 근처 지역에 기숙사를 여전히 짓고 있다. 그런 것을 미리미리 짓지 못할 만큼 긴박한 상황이었던 건지 작년 구시가 호텔 여기저기에 독일군인들이 많이 보였다. 어찌 됐든 그리하여 리투아니아에 독인일들이 대거 주거하기 시작했다. 5000명 군인 중에 기혼자가 절반이라고 치고 그중 절반이 가족과 거주한다고 쳐도 이래저래 몇 년 안에 독일인 만 명 정도가 빌니우스 근교에 살게 된다는 소린데 이럴 땐 리투아니아가 국적기가 없다는 게 좀 아쉽다. 그러면 독일 가는 비행기도 자주 다니고 값도 좀 싸질 텐데. 하지만 벨라루스에서 날아오는 밀수담배드론으로 하루에도 서너 번씩 이착륙이 중단되는 상황이 생기는 현실에서 그런 국적기가 있으면 뭐 하나도 싶다. 세상은 정녕 총체적인 코미디이다.
 
 

 
 
이제는 유럽에서도 징병제를 부활시키려는 나라들이 많고 여성 징병을 의무화하는 나라도 있다. 당장 독일군이 리투아니아로 5000명이나 차출되니 징병제를 부활하겠다는 독일도 이해가 되고 독일의 젊은 세대들이 우리가 군대를 왜 가냐고 시위를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지금 리투아니아로 파병되는 독일군들의 연령을 생각하면 그들의 증조할아버지 세대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 리투아니아땅을 밟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들은 아마도 리투아니아땅을 밟고 지나 스탈린그라드에서 죽었거나 짧은 영광을 누리고 고국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1.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제 세기가 바뀌었고 세상의 판도도 전쟁의 내용도 바뀌었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독일인들은 결국 또 동쪽을 향하고 있다. 80년 전에도 독일이 처음 리투아니아 땅을 밟았을 때 그들이 점령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한테 또 점령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독일군을 환영했던 리투아니아 인들이 있었다. 한 세기가 지나고 그들은 동맹군으로 또 리투아니아 땅을 밟는다. 그것이 나토의 동진인지 자국과 유럽을 지키기 위해 방어를 목적으로 한 전쟁준비인지는 아마 일세기 후에나 분명해질 거다. 왜냐면 러시아도 아마 똑같은 생각으로 자국을 방어한다고 밀고 오고 있을 거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왜 또 문장에 머리가 두 개나 달린 독수리를 넣었는지. 
 
이런 거시적인 움직임 뒤에 실생활에서도 일종의 독일스러움이 발견되기도 한다. 리투아니아의 식료품 가격은 아마 독일 마트 체인인 Lidl이 제일 싸다. 그리고 Lidl 이외의 곳에선 볼 수 없었던 브레첼이나 라우겐 같은 독일 식사빵들이 몇달새 리투아니아 일반 마트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독일인 동네 친구는 직업을 얻었고 이제 내일 아침에 먹을 라우겐을 퇴근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리투아니아 맥주보다 저렴한 못 보던 헤페바이젠도 많이 생겼고 간혹 금요일 오후 마트에는 6개들이 맥주캔 서너 팩을 계산대 벨트 위에 올려놓고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독일인들이 보인다. 리투아니아의 대표적 마트 업체는 알고 보면 모회사가 독일기업이라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지분을 거의 100퍼센트까지 늘렸다. 그러니 그런 마트에 독일권 브랜드의 식품들이 많아지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독일군 5000명이 전부 리투아니아에 들어오면 그 해 크리스마스에는 슈톨렌이 산처럼 쌓여있게 될까. 슈톨렌은 맛있으니깐 그건 좋다. 언젠가 나는 마트에서 독일 군인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리투아니아에 온 슈테피 그라프나 하이디 클룸을 닮은 여자에게 셀프 계산대 작동법을 설명해줘야 할지도 모른다. 마트의 오븐 구이 고기 코너 직원이 자신의 허벅다리를 가리키며 학센을 잘라주는 날이 올지도 모르고 파티 아킨이 리투아니아에 파병되는 터키계 독일인이 주인공인 기가 막힌 영화를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자리를 바꿔서 같은 방향을 보기


 
2월 16일은 리투아니아의 국경일이다. 리투아니아는 독립의 뉘앙스가 담긴 두가지 다른 의미의 국경일을 기념한다. 1차 세계대전 전후로 여러 제국들이 해체되면서 나라를 갖게된 많은 민족들처럼 리투아니아인들도 1918년 2월 16일 독립을 선언하고 공화국을 선포했다. 리투아니아가 국가를 재건하고 국권을 회복한 날이라는 의미에서 Valstybės atkūrimo diena 가 정확한 명칭이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소련에 편입되고 그렇게 소비에트 연합으로 반세기를 보낸 후 소련의 해체와 함께 국권을 회복했다고 하여  1990년 3월 13일은 리투아니아의 독립을 회복한 날이라는 의미로 Lietuvos nepriklausomybės atkūrimo diena라고 부른다. 독립 관련 국경일은 아마 이 두 날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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