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들어 내내 평균 15도 정도의 기온, 여름 날씨라고 하기에는 다소 춥지만 걷기에는 최적이다. 간혹 짧은 비가 내리기도 하고 잠시 피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긴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모르는 이와 함께 비를 맞는 것만큼의 절대적인 공유가 또 있을까. 각자 길을 걷다가 마당 입구의 아치 아래에 약속이나 한 듯 모이는 이들, 주섬주섬 우비를 꺼내는 중년의 관광객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하던 이야기를 천천히 이어가는 어떤 여행 가이드, 일행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좀 더 깊숙히 파고들어 남의 집 마당의 사소함을 살펴보는 이들은 담쟁이 넝쿨이 휘감은 건물이 뿜어내는 이끼 냄새에 사로잡히고 방금 막 들어갔다 나온 화려한 성당의 아주 조촐한 뒷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비는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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