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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Once upon a time...in hollywood (2019)

 

 

영화를 재생하는 순간 러닝타임 2시간 40분을 가리키는데 이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보는데 재미없거나 디카프리오 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그가 연기 자랑하는 영화라면 억울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3시간 가량을 투자한것이 아깝지 않았고 심지어 아주 재밌어서 보람있었다. 포스터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면 그래서 타란티노의 이름을 포착했다면 제목 속의 저 쩜쩜쩜의 뉘앙스를 마음껏 예상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영화를 봤을거다. 오히려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라면 오며가며 길거리에서 저 포스터를 본 것 말고는 이 영화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같다.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어쩌다가 결말까지 알고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엾을 정도이다. 영화관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브루스 윌리스는 귀신이다 라는 외침을 듣고야 만 사람들만큼. 그런데 이 영화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것은 사실 내용적 반전 이상의 장르적 반적이라고 해야맞다. 뭔가 촌스러운듯해서 남보기 챙피한데 너무 당당해서 멋있고 그래서 되려 세련되었다 느껴지는 옷 잘입는 사람 같은 감독. 타란티노는 늘 그래왔으니깐 잠시 잊고있던 그를 다시 깨달을뿐이다. 저 포스터 자체도 일종의 속임수이다. 제목을 써놓은 방식만 봐도 그렇다. 영화가 으레 이렇게 저렇게 흘러갈거라고 예상하고 넘겨짚는 사람들을 향한 통쾌한 발차기용 영화이기도 하다. 나쁜 녀석들이나 이탈리안 잡 같은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상업영화의 포스터에 디카프리오와 마고 로비가 또 함께라니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같은 장황한 영화려나 하는 예감과 브래드 피트까지 가세하다니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를 데리고 만드는 영화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영화 시작하고 함께 타란티노 영화란 것을 그제야 알고서는 결국 이 모든 과한 조합들의 덕을 보는 것은 결코 배우가 아닌 영화가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타란티노의 영화가 그랬듯이. 그 영화의 주연은 그의 연출이지 배우일리가 없을거라는 생각.

 

 이 버전의 포스터는 로버트 알트만의 숏컷을 떠올리게한다. 그렇게 날고 기는 배우들이 출연했어도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뿜는다거나 상대 배우들에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배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배우들이 영화의 스토리와 감독의 연출력에 기분좋게 매몰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그랬다. 볼만한 영화들로 가득한 서른 이후의 디카프리오의 필모그래피와 그의 연기에 그다지 애착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매번 미친듯이 연기하는 그가 그가 연기하는 배역보다 더 부각되곤 했기때문이다. 문득 내가 그의 목소리를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배우라면 대사 한 줄로도 알아차릴 수 있을 그만의 목소리와 억양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기때문에.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결국 누군가가 써놓은 대사를 읊는 배우로써의 작은 디카프리오가 보여서 좋았다. 내 눈을 즐겁게해줬던 많은 배우들을 회상할 수 있어서도 좋았다. 델마와 루이스에서 지나 데이비스를 유혹하는 청년과 트루 로맨스에 소파에 꼬부라져있는 정키로 지나치듯 출연했던 30년은 족히 어렸을 시절의 브래드피트와 가진것 없지만 전혀 굴욕적이지 않은 스턴트맨 역할을 맡은 지금의 브래드피트를 보는 순간은 더없이 유쾌했다. 그는 왠지 전혀 변한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트루 로맨스의 각본을 썼던 타란티노가 그 시절의 유명하지 않았던 브래드 피트를 회상하며 만들어낸 인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떠올려보니 많은 영화에서의 브래드피트는 조연이었을때 더 빛났던것도 같다. 마이클매드슨이나 커트 러셀, 브루스 던 같은 배우를 봤을땐 함께 작업해 온 배우들을 향한 끈끈한 믿음과 타란티노라는 감독을 향한 우정과 충성적인 동지애가 느껴졌다. 에밀 허쉬나 데미안 루이스 같은 배우들은 촬영 현장에 구경을 왔다가 즉석에서 합류한 느낌을 줄 정도로 즉흥적이면서도 자연스럽고 임팩트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잘생긴 베버리힐즈의 아이 중년의 루크페리를 볼수있었던것도 반가웠고 아련했다. 브루스 리를 향한 타란티노식의 오마쥬도 함께이다. 세상의 모든 배우들을 위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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