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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

리투아니아어 75_청어 Silkė

몇년 전 우리집에 머물었던 일본여인은 씨르케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몇 번을 말했었다. 씰케. 바로 헤링이다. 그 친구는 청어 절임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었다. 일본인들이 생선을 많이 먹는다고는 해도 염장된 청어의 맛이 아시아인들에게도 먹히는 맛이라는 것에 당시에는 약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스웨덴의 하지 축제를 다룬 영화 미드소마에 보면 땡볕아래에 앉아 있는 주인공에게 긴 생선 한마리를 가져와서 삼키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자체가 워낙에 고어하고 짖궂어서 그 생선이 굉장히 끔찍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리투아니아에서도 일상적으로 먹는 형태이다. '씰케는 생선이 아니다. 씰케는 씰케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그렇듯 청어는 이곳에서도 별미로 통한다. 나에게 청어는 오랫동안 이해하고 싶은 맛이었다. 사실 청어의 맛 중 어떤 포인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굳이 사서는 먹고 싶지 않은 맛. 토마토 소스나 견과류 소스가 올라간 종류면 이제는 나도 나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되긴했지만 내가 정작 청어보다 기피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청어 포장을 뜯었을때 손에 조금 묻거나 반쯤 먹은 청어를 넣다 꺼내면서 냉장고에 조금 떨어지거나 하며 청어의 맛 자체보다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청어가 담긴 그 흥건한 기름이다. 아마 그 기름이 나한테만 버거웠던 것이 아닌가 보다. 이것은 기름 한 방울도 없는 청어 절임 이라는 광고이다. 그런데 왠지 기름없는 청어는 또 청어답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 수년간 닦아 낸 그 기름과 정이 들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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