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7) 썸네일형 리스트형 Berlin 33_일요일의 베를린 Berlin_2017 비어있지만 적절하게 느껴지는 알력, 쉬지않고 휘발하는 숨소리. 저마다 문닫은 일요일 오후의 베를린에도 어떤 여지는 있다. 각기 다른 결핍을 채우려 온 종일 드나들었던 이들의 호흡과 단어들이 눈 앞에 줄을 서던 순간. Pilies kepyklėlė_지난 겨울 브랜디와 초콜릿, 스콘과 카푸치노. 버섯 수프와 녹차. 토마토 수프와 루이보스. 애플 파이위로 쏟아 부어지는 따뜻한 크림. 커피 그리고 커피. 커피 한 잔 하자고 들어간 아늑한 카페의 좁은 탁자가 각자의 입맛에 따라 채워지고 따개비처럼 붙어 앉아 잔을 비우며 하는 이야기들은 각양각색이다. 모두가 동시에 이제 좀 살것 같다 말하는 순간에도 언 발이 녹는 속도가 다르듯 긴 아침식사를 끝낸 누군가의 앞으로 느릿느릿 등장하는 마지막 커피잔이 바닥을 보일때까지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들. 지난 겨울. Vilnius 77_활강 직전의 무당벌레 리투아니아에서도 무당벌레는 행운의 상징이다. Boružė, 신의 벌레, 자알 보면 보인다. 의외로 자주 날아오는 이들을 매번 행운을 빌고 날려보내주는 것이 조금은 민망할때도 있지만. 무리에서 굴러나온 팥알 마냥 주위를 두리번 배회하다 날개를 열고 날아가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 자신만의 세상에서는 그것이 독수리의 활강과 그닥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이곳이 그렇다. 나만의 리듬으로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않는 곳. 리투아니아의 노래 한 곡을 적어보는 중. Boružėlė septyntaškė, Panaši į mažą braškę, Lia lia lia lia, lia lia lia lia 무당벌레, 일곱점박이, 조그만 딸기 같아. 라라라 Boružėlė lipa delnu, lia lia l.. Vilnius 76_라즈베리 마트 앞에 집합한 가판대 위의 수부룩한 열매들과 함께 빌니우스의 여름이 절정을 향한다. 숲에서 혹은 자신의 여름 별장에서 채집한 열매와 버섯, 직접 기른 래디쉬나 오이, 파 같은 것들을 소량씩 얹어놓고 파는데 그것들이 다 모이면 꽤나 풍성하고 다채로운 풍경이 된다. 잼이 들어간 도너츠를 잘 안먹지만 그래도 가끔 골라 먹던 도너츠는 라즈베리잼이 들어간 도너츠. 그 까탈스러운 생김새와 생뚱맞은 식감과 맛 때문에 여름 열매들 중 가장 마음이 간다. 특히나 가판대 위의 라즈베리는 마트 속 라즈베리와 달리 크기도 들쑥날쑥하고 아주 작은 것들은 큰 것들에 치어서 거의 이즈러져 있다. 자유로이 드나드는 벌레들도 함께이다. 한 봉지 사들고 집으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씻기 번거로운 과일. 그래서 씻지 않고 먹으려하면.. Vilnius 75_우주피스의 짤순이 빌니우스를 여행했던 첫날 우주피스 Užupis 의 빌넬레 강은 꽁꽁 얼어있었다. 지금의 3월 말 기온과 12년 전의 그것은 아주 달랐으니. 이 강이 졸졸 흐르는 봄과 여름이 되었을때 꼭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어쩌면 언 강이 녹는것처럼 시간이 흘러 저절로 이루어질 소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주피스를 휘감으며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 강을 볼때마다 그때 생각이 난다. 그리고 이 사려깊은 전시물은 아마도 지금보다 수심이 깊었을 저 강 기슭에서 빨래 방망이를 휘둘렀을 아낙네들을 위한 것이리라. 리투아니아어 52_Vartai 문 Neužstatyti vartų! '차고 앞에 차 세우지 마세요.' 꽁꽁 얼어붙었던 어느 겨울날. 차 조차도 세울 수 없게 삼라만상이 자리 잡고 있던 어느 외진 곳의 Vartai. Vartai 는 보통 성문, 입구를 뜻하는 단어로 쓰이지만 이런 차고에도 보통 이 단어 사용한다. Vilnius 74_처음처럼 마지막 Vilnius_2018지난 겨울. 친구가 빌니우스를 떠나기 전 선물해준 물병의 마지막 모습. 물을 졸졸 흘리는 와중에 여전히 열심히 벌서고 있는 아틀라스와 기념 촬영. 연극 백치 얼마전에 본 연극. 텍스트 연극이라기보단 발레 연극. 그냥 현대 무용극이라고 해야하나. 모르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대사없이 춤동작만으로 구현해낸 연극이지만 그렇다고해서 현란한 발레 동작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투아니아 안무가 안젤리카 홀리나의 또 다른 작품,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안나 카레리나를 8년전에 본 적이 있다. 과연 몸 동작 만으로 그 방대한 소설을 표현해내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한편으로 춤을 통한 은유를 극대화 하기 위해 완벽하게 절제된 색상과 소품 그리고 예민하게 배치된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구경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러시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말고도 오델로, 카르멘 같은 작품이 있지만 안나 카레리나의 영향 .. 이전 1 ··· 52 53 54 55 56 57 58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