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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Wants a Boyfriend_William Sullivan_2015 Jane wants a boyfriend_2015 남자친구가 있고 싶지 않은, 남자친구가 있지 않고 싶은, 남자친구가 없고 싶은 영화 속 여주인공은 흔하지 않은데. '배고플 땐 라면먹자' 식의 이런 제목을 당당하게 붙이면 뭐라도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다 . 사실 포스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이퍼텍 나다 같은 곳에서 상영할 것 같은 느낌. 따끈따끈한 크라이테리온 타이틀 같은 느낌. 물론 일반적인 로맨틱 영화 팬들을 흡수하기에도 잔잔한 저예산 영화 팬들을 홀리기에도 뭔가 한 방이 모자란 영화이지만 유쾌하게 공손한 마음으로 보았다. 공손한 마음이라는 것은 주인공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가짐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까 누가 제인인지를? 불투명 스타킹 위에 양말을 덧신고 방울 달린 ..
Vilnius 59_주인있는 신발 Donatas Jankauskas_Sportbatis (운동화) 빌니우스의 거리에서 버려진 신발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인 잃은 우산이나 장갑은 나 스스로도 많이 잃어버려서도 그렇지만 충분히 수긍이 가는 남겨짐이겠지만 나뒹구는 신발 한 짝, 혹은 한 짝은 이쪽 남은 한 짝은 저 쪽에 버려진 것들을 보면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궁금해진다. 누구도 여분의 신발을 들고 다니진 않을테니 신발 주인은 맨발의 상태였을텐데 잔뜩 취해서 택시를 타고 돌아가서 집에서 뒤늦게 깨닫거나 아니면 차를 타자마자 집에 돌아온 줄 알고 문을 열고 신발을 내던져 버린것일까. 어쨌든 빌니우스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뒷마당에 자리잡은 작품중에 이런 신발 작품이 있다는 것. 모든 버려진 신발들에 헌정된 듯한 느낌이다.
세이지 버터 지난번에 살팀보카 만들고 남은 세이지. (http://ashland11.com/644) 저 세이지를 요리 한 번에 다 사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어떤식으로든 남는 이 허브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세이지 버터를 만드는 것. 그래서 그 주에 만들어 먹음 리투아니아에서 파는 버터는 보통 200g 이다. 버터들이 보통 100g, 50g 이런식으로 레시피에 나오니 따로 계량하지 않아도 잘라서 쓰기 편하다. 점점 녹는 기름 덩어리들. 버터는 원래 그냥 저렇고 저런 모습이다. 기름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버터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좀 두툼한 팬에 버터를 올려 놓고 가장 약한 불에서 서서히 녹인 후에 그것을 상온에서 저절로 굳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러면 약간 팥앙금 같은 질감으로 고슬고슬해지는데 ..
리투아니아의 빵집에서 유용한 단어들 가끔 들춰보는 11년 전 나의 리투아니아어 교과서. 나의 선생님이 매일 아침 프린트해서 주신 것을 제본해서 간직하고 있다. 스승의 대학 강의가 시작되기 전 아침 7시에 1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18번의 수업. 지금 생각해도 그 수업은 굉장히 명료했고 유익하고 즐거웠다. 대학에서 어학당 선생님도 겸하고 계셔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 본 스승의 노하우도 있었겠지만 현지에 지내면서 현지어를 알파벳부터 배운다는 첫 경험은 짜릿한 일이었기에. 리투아니아어 수업이 끝나고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일 중 하나는 빌니우스 대학 근처의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일이었다. 그곳은 지금 중국식당으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이름을 몰리도 사기야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빵들에 잼이나 크림이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아서 빵 속에 무..
5 to 7_Victor Levin_2014 외교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뉴욕에 살고 있는 프랑스 여인 아리엘. 작가 지망생 미국인 브라이언. 그들은 뉴욕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브라이언이 먼 발치에서 끽연중인 아리엘에 반해 다가가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우연인듯 말을 걸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아리엘이 반대편에서 걷고 있는 브라이언을 먼저 보고 그가 건너오기를 기다린 것 같은 뉘앙스로 아리엘의 관점에서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관객인 나는 왜 그 장면에서 브라이언을 좀 덜 동정해도 된다는 것에 안도한 걸까. 그것은 먼저 반한 사람이 더 사랑하는 것이고 그가 더 많은 것을 잃는 존재라고 끊임없이 암시하던 많은 사랑 영화의 문법에 세뇌당한 까닭이다. 몹시 없어 보이는 그런 관념을 이젠 좀 떨쳐내고 싶다. 그들은 항상 같은 시간에 호텔 앞..
Walking Dead 시즌 8을 시작하며 잡담 릭 그라임즈의 카우보이 모자가 시즌 몇까지 저 형태를 유지 했었는지 모르겠다. 로스트, 프리즌 브레이크의 계보를 이으며 장황한 미국 드라마의 전형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는 워킹 데드. 언젠가 왜 꾸역꾸역 계속 만드는걸까 라는 우문에 친구가 현답을 해주었다. 너처럼 보는 사람이 있으니깐. 맞다. 나 처럼 보는 사람이 있는 이상 시즌 20이 문제랴. '우리 드라마를 봐주시는 단 한명의 시청자분이 남을때까지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의 모토로 사력을 다해 만들고 있는것이다. 이제는 지금까지 본 시즌들, 좀비 엑스트라들의 노고 때문에라도 끝까지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쨌든 재밌다. 시즌 4였는지 언제였는지 이 드라마 이거 이제 안되겠네 싶었던 지지부진하던 때가 있었지만 어쨌든 그 고비를 넘기고 여전히 살..
Wind River_Taylor Sheridan_2017 소설도 그렇지만 영화도 추운지방이 배경이면 더 보고 싶어진다. 영화가 추우면 보통은 재밌다. 그 추위를 잔혹하지만 세련되게 묘사할 수 있다면 그 영화는 또 멋있다. 그런 영화들은 또 얼마나 폐쇄적인가. 그들은 절대 추위를 남겨두고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로 날아가지 않는다. 그들은 철저하게 고립된다. 낯선 곳에서 어쩔 수 없이 흘러들어와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만 있을뿐이다. 의 알파치노나 의 카일 맥라클란 같은 사람들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사건의 심각성을 평가 절하한채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혈혈단신 파견되는 FBI 요원 엘리자베스 올슨이 그렇다. 주인공들은 그 어떤 눈보라와 폭풍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더 이상 적절할 수 없는 옷을 입고 등장한다. 추위를 일상적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방어해 낼..
커피들 이 카페에는 파묻혀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소파가 있다. 빌니우스에서 소파 감자가 아니라 소파 커피가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카페이다. 책이든 잡지든 이만큼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가면 보통은 다 읽어내게 하는 마법의 소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소파 자리를 항상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때엔 높은 의자가 놓여진 창가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 구경을 할 수 있다. 한국과 리투아니아의 시차가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어난 어제, 항상 그렇듯 온 종일 비가 내렸다. 커피 빛깔 만큼이나 익숙해진 어두컴컴한 낮의 빛깔, 어찌됐든 리투아니아의 이런 날씨를 사랑한다.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혼자서 앉기엔 좀 미안한 가장 넓은 자리에 앉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동석한 낯선 이들과 짧게 나마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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