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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41_불꽃놀이 Fejerverkai 여의도에서 불꽃 축제가 열렸다는데 신기하게도 빌니우스에서도 같은 날 불꽃 축제가 열렸다. 9월 30일이 세계 불꽃 축제의 날이라도 되는건가. Fejerverkai 는 '페예르베르카이' 로 읽는데 아무래도 그냥 영어의 Firework 를 비슷하게 리투아니아어로 옮긴게 아닌가 싶다. 영어의 w를 보통 v 비슷하게 발음하고 r 을 '에르' 처럼 두드러지게 발음하는 식이라 파이어보르크 에서 폐예르베르카이 가 된 것 인듯. 축제가 열리는 공원이 멀지 않아서 폭죽이 터지면 집에서 보이겠지 했는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했겠지 뭐.
리투아니아어 40_시간 Valanda 거의 4년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던 식당 은행 계좌를 다시 사용하겠다고 해서 기억이 날리 없는 코드 생성기 접근 번호를 새로 발급받기 위해 매우 오랜만에 은행에 다녀왔다. 결국은 잊고 있던 옛 번호를 그대로 받았는데 번호를 보니 너무나 익숙해서 신기했다. 앞의 네 자리만 이라도 기억했더라면 뒷자리는 기억해낼 수 있었을까. 리투아니아의 은행은 사람이 별로 없어도 오래 기다려야 할 때가 많고 사람이 많아도 창구의 절반만 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의 은행 시스템에 대해 이제는 잘 모르지만 옛 기억에 의존해서 비교하자면 리투아니아에서는 은행 내부에서 처리하면 더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할 때가 많고 현금 출입금기에 돈을 입금해도 기본 수수료와 입금 금액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저금 하는데 돈을 내야한다..
Berlin 26_Berlin cafe 08_Five Elephants 그날은 비가 내렸다. 갑작스럽고도 짧은 비로 하루 온종일 후덥지근함이 지속되었다. 왠지 모든 탓을 비로 돌려야만할 것 같은 날의 그런 가엾은 비들이 있다. 비 내리는 횡단 보도를 건너 현금 지급기가 여러 대 놓인 은행 건물로 들어섰을 때 손수 문을 열어주고는 자신의 동전통을 내미는 아저씨가 있었다. 섹스 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를 떠올리게 했던 차림의 그 아저씨, 하지만 시드 비셔스처럼 취해있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모아진 동전으로 무얼 했을까. 빌니우스에는 꽤나 알려진 거리의 여자와 남자가 한 명씩 있다. 매우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으로 매일 빌니우스 근교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빌니우스로 출근을 해서 보통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전을 부탁하거나 그녀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과 포즈를 취하..
리투아니아어 39_신발을 닦읍시다 Valome Batus '신발을 닦읍시다' 이런 문구는 보통 성당 입구에 붙어 있다.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리투아니아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이 문장에서의 폴란드어의 동사는 러시아어와 비슷하고 명사는 리투아니아어와 비슷하다. 빌니우스에는 폴란드어와 리투아니아어 미사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성당들이 많다.
Antis_Kazkas atsitiko (1985) 오랜만에 펄프의 '디스코 2000' (http://ashland11.com/631) 을 듣고 있자니 뒤를 이어 귀에 들러붙는 리투아니아 노래 한 곡. 디스코 2000 이 보컬의 개인적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 분명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자비스 코커의 생동감 있는 보컬과 그 절절한 가사로 다시금 잊고 있던 첫사랑과 청춘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 찬 변성기가 한참 지난 굵은 목소리들의 떼창으로 이어질 때 그런 많은 남성들이 혹시 품고 있을지 모를 자기 연민과 몹쓸 희망에 또 다시 찬물을 들이 부으며 정신차리라고 뒤통수를 내리치는 듯한 느낌의 이 곡. 지금은 해체된 그룹 Foje 와 함께 리투아니아의 국민 그룹이라고 해도 무리 없는, 그 연륜에도 불구하고 리투아니아의 여름 락페에는 항상 메인 스테이지에 이름을 올리는..
Pulp_Disco 2000 (1995) 오랜만에 주스를 사서 마셨다. 그리고 떠오른 추억의 노래 한 곡. 과육을 Pulp 라고 하는지 처음 알았다. 펄프...재밌다. 우리네 봉봉 쌕쌕은 정말 펄프로 가득 찬 주스 였구나. 당신은 펄프가 넘쳐나는 오렌지 주스를 마십니다. 이 정도면 이 단어 까먹지 않겠지. 사실 펄프하면 펄프 픽션도 있겠지만 더 애정을 가지고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물론 영국 밴드 펄프이다. 대개는 수트 차림이었던 내숭없는 열정의 아이콘 자비스 코커. 창백한 얼굴 위로는 머리카락이 쏟아지고 몸과 따로 노는듯 휘청거리던 그의 긴 다리. 이들은 물론 브릿팝의 황금기 훨씬 이전의 80년대 부터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전성기의 그들은 오아시스와도 블러와도 라디오 헤드와도 너무나 달랐었다. 오히려 가장 독특했고 복고적 음..
모든 방식의 커피 Milan_2010익명의 베스파, 익명의 에스프레소
누군가의 커피 어느 일요일 오후, 집을 나서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카드를 놔두고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현금 카드랑 마트 카드만 들고 마트에 갈 때가 많다 보니 쓰고 나서도 종종 다시 지갑에 집어 넣는 것을 깜박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잡아 타고 대성당 근처에 내려서 어느 상점 계산대 앞에 섰을 때에야 동전도 카드도 없어서 오늘의 나는 커피 한 잔도 사 먹을 수 없겠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동전을 탈탈 털어도 1유로가 모아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마신 이 커피 사진들은 그 날 집을 나와서 걷다가 자전거를 타기 직전 찍은 사진이다. 빌니우스의 모던 아트 뮤지엄 건설이 한창인 그 거리의 자전거 스탠드 앞에 카페 세 곳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의 이런 풍경들은 기분 좋은 질투심을 불러 일으킨다. 누군가가 마시고 간 커피 만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