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7) 썸네일형 리스트형 Berlin 27_Berlin cafe 09_Zucker baby 베를린의 많은 유명하고 매력적인 카페가 있겠지만 베를린을 생각할 때 가장 눈에 밟히는 곳은 어쨌든 바로 이곳이다. 머물던 집에서 불과 5분 거리의 동네 카페. 직접 볶은 콩을 갈아서 만든 신선한 커피를 파는 것도 꽃잎 흩뿌리고 온갖 슈퍼푸드로 치장된 트렌디한 브런치를 파는 것도 아니지만 난 아마 다음번에도 베를린에 가자 마자 다음 날 아침이면 이 곳에 갈거다. 오래된 수도원을 개조한 코르토나의 호스텔에서 무료 아침을 먹기 위해 힘들게 일어나 식당에 내려왔을때 보온 물병에 담겨 있던 옅게 희석된 커피와 식빵을 상처내던 딱딱한 일회용 버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 아침을 생각하며 내가 다시 그 곳에 갈 것임과 마찬가지로. 이 카페에 세 번을 갔는데 두번 서있었던 어느 항해사의 캠핑차. 일찍 일어나서 여기서 .. Vilnius 60_나의 아름다운 놀이터 가득한 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로 흥건했던 날. 군데 군데 떨어져서 썩어가는 사과들이 공기중의 빗물내음과 함께 단내를 풍겼다. 이곳은 빌니우스에서 가장 시적인 놀이터이다. 나무가 워낙에 많아서 낙옆에 파묻혀 버린 모래상자가 있고 그 곁에는 옆으로 누운 나무 한 그루.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시소와 미끄럼틀. 그 사이에 나무 벤치 하나가 놓여져 있다. 이곳에 자주 오지만 근처에 차를 주차하는 사람들말고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저 나무는 늘 말을 하고 있다. 하얗게 눈이 내리면 또 가자. 커피 매거진 두 권 지난 여름에 사서 본 커피 매거진 두 권. 시간이 얼마 흐른 것 같지 않은데 그때 잡지 읽으면서 마신 커피들이 꽤나 오래 전 녀석들처럼 아련하다. Drift 는 뉴욕에서 6개월마다 발간되는 커피 잡지이다. 한 도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최근에 6호 멕시코 시티 편이 발간됐는데 내가 산건 5번째 도시 멜버른편이었다. 딱히 멜버른편이 궁금했다기보다는 이미 그 전 호들은 거의 절판되었고 아마존에서 중고도 비싸게는 200 파운드까지 거래되고 있었다. 반면 멜버른편은 가장 최근호였기에 5파운드 남짓에 중고로 구입할 수 있었다. 아마존에서 중고로 뭔가를 구입해도 새 것인 경우가 많은데 비오는 날 우체국에서 잡지를 수령해서는 무거운 물건이 담기면 바닥에 쓸리는 유모차 바구니에 넣고 끌고 다니다가 천가방 안으로.. 빌니우스 카페_Conditus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구시가지 지점에 갔는데 리노베이션 한다고 문을 닫았다. 요즘 리투아니아는 은행 지점을 계속 줄이고 있는 추세. 구시가지에만 지점 세개가 있었는데 하나만 남았고 그나마도 갈 곳 없는 고객들을 다 받아내려니 좁은 장소가 미어터진다. 결국 좀 멀리 떨어진 더 큰 지점을 가야했는데 다른 방향에서는 자주 가던 동네였지만 구시가지에서 빙 돌아가려니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못보던 빵집을 발견하고 순식간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은행일을 보고 되돌아오면서 가 볼 생각에 힘이 났다. 약간 스산한 기운이 도는 한국의 오래된 양옥집 같은 가정집 1층에 자리 잡은 이 빵집은 케익 주문 제작을 주로 하는 빵집이었는데 그런 케익들을 팔기 위해 소박하게 만들어 놓은 카페였다. 이런 곳들은 둔.. Jane Wants a Boyfriend_William Sullivan_2015 Jane wants a boyfriend_2015 남자친구가 있고 싶지 않은, 남자친구가 있지 않고 싶은, 남자친구가 없고 싶은 영화 속 여주인공은 흔하지 않은데. '배고플 땐 라면먹자' 식의 이런 제목을 당당하게 붙이면 뭐라도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다 . 사실 포스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이퍼텍 나다 같은 곳에서 상영할 것 같은 느낌. 따끈따끈한 크라이테리온 타이틀 같은 느낌. 물론 일반적인 로맨틱 영화 팬들을 흡수하기에도 잔잔한 저예산 영화 팬들을 홀리기에도 뭔가 한 방이 모자란 영화이지만 유쾌하게 공손한 마음으로 보았다. 공손한 마음이라는 것은 주인공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가짐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까 누가 제인인지를? 불투명 스타킹 위에 양말을 덧신고 방울 달린 .. Vilnius 59_주인있는 신발 Donatas Jankauskas_Sportbatis (운동화) 빌니우스의 거리에서 버려진 신발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인 잃은 우산이나 장갑은 나 스스로도 많이 잃어버려서도 그렇지만 충분히 수긍이 가는 남겨짐이겠지만 나뒹구는 신발 한 짝, 혹은 한 짝은 이쪽 남은 한 짝은 저 쪽에 버려진 것들을 보면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궁금해진다. 누구도 여분의 신발을 들고 다니진 않을테니 신발 주인은 맨발의 상태였을텐데 잔뜩 취해서 택시를 타고 돌아가서 집에서 뒤늦게 깨닫거나 아니면 차를 타자마자 집에 돌아온 줄 알고 문을 열고 신발을 내던져 버린것일까. 어쨌든 빌니우스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뒷마당에 자리잡은 작품중에 이런 신발 작품이 있다는 것. 모든 버려진 신발들에 헌정된 듯한 느낌이다. 세이지 버터 지난번에 살팀보카 만들고 남은 세이지. (http://ashland11.com/644) 저 세이지를 요리 한 번에 다 사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어떤식으로든 남는 이 허브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세이지 버터를 만드는 것. 그래서 그 주에 만들어 먹음 리투아니아에서 파는 버터는 보통 200g 이다. 버터들이 보통 100g, 50g 이런식으로 레시피에 나오니 따로 계량하지 않아도 잘라서 쓰기 편하다. 점점 녹는 기름 덩어리들. 버터는 원래 그냥 저렇고 저런 모습이다. 기름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버터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좀 두툼한 팬에 버터를 올려 놓고 가장 약한 불에서 서서히 녹인 후에 그것을 상온에서 저절로 굳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러면 약간 팥앙금 같은 질감으로 고슬고슬해지는데 .. 리투아니아의 빵집에서 유용한 단어들 가끔 들춰보는 11년 전 나의 리투아니아어 교과서. 나의 선생님이 매일 아침 프린트해서 주신 것을 제본해서 간직하고 있다. 스승의 대학 강의가 시작되기 전 아침 7시에 1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18번의 수업. 지금 생각해도 그 수업은 굉장히 명료했고 유익하고 즐거웠다. 대학에서 어학당 선생님도 겸하고 계셔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 본 스승의 노하우도 있었겠지만 현지에 지내면서 현지어를 알파벳부터 배운다는 첫 경험은 짜릿한 일이었기에. 리투아니아어 수업이 끝나고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일 중 하나는 빌니우스 대학 근처의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일이었다. 그곳은 지금 중국식당으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이름을 몰리도 사기야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빵들에 잼이나 크림이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아서 빵 속에 무.. 이전 1 ··· 58 59 60 61 62 63 64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