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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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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 (2019) 이 영화를 한 줄로 줄여 설명하자면 뭐랄까. 정우가 석호필이 되어 혼자서 개고생하는 영화라고 해도 좋겠다. 얼떨결에 동료에게 택일되서 적군의 함정에 빠져 말살되기 직전의 부대를 구하러 가게 된 스코필드를 연기한 이 조지 맥케이라는 배우를 캡틴 판타스틱에서 비고 모텐슨의 큰아들로 나왔을때 처음 봤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이 영화에서는 전부 다 똑같이 군복을 입은 와중의 뭔가 지극히 평범하고 순수해 보이는 그 외모가 영화 '바람'에 나왔던 한국 배우 정우를 너무 닮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등을 보이고 뛰고 또 뛰며 미션을 수행하는 싱글 플레이어처럼 전장을 누빈다. 공중에서 폭파 된 비행기는 굳이 그의 발 앞에서 추락하고 화염에 불탄 도시에서 총격전을 하며 무사히 빠져나와야 하고 폭포에서도 ..
About a boy (2002) Being flynn (https://ashland11.com/877)의 감독이 생소해서 검색해보니 웬걸 아메리칸 파이와 어바웃 어 보이를 만든 감독이었다. 비잉 플랜에서 그려진 부자관계 때문이었겠지만 오래된 두 영화 속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남자와 소년의 모습이 자연스레 중첩된다. 오래전 이 영화는 뭔가 휴 그랜트로 점철된 휴 그랜트 영화의 클라이맥스라도 해도 좋았지만 돌이켜보면 기억에 깊숙하게 남은 것은 똑 부러졌던 어린 니콜라스 홀트의 연기와 엄마 토니 콜레트와 킬링 미 소프틀리를 열창하는 장면이다. 다시 향수에 젖고 싶어 진 듯 결국 또 귀한 시간을 들여 봤던 영화를 또 찾아본다.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들이 말 그대로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데 가끔 오래된 영화를 보고 있자면 조금 시간이 아깝다는..
Being Flynn (2012) 며칠간 본 영화들을 쭈욱 늘어놓고 생각에 잠겼다. 알고 있었지만 세상엔 재밌고 좋은 영화들이 정말 많구나. 그러니 재미없는 영화들이 단순히 재미없음을 넘어 괘씸하게 느껴질 수밖에. 아이리쉬 맨을 볼 날을 기다리며 로버트 드 니로의 출연작을 다시 훑어보다 듣도 보도 못한 영화가 있어서 보기 시작했다. 존 말코비치 되기도 재밌었으니 플린 되기도 재밌겠지. 로버트 드 니로와 폴 다노라니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언젠가 알 파치노와 조니 뎁,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그랬듯이. 슬픈 영화가 아니길 바랬다. 이제 슬픈 영화를 보는 것은 너무나 쓸쓸한 일이다. 영화는 꽤나 도발적인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미국에 위대한 작가 3명이 있으니 마크 트웨인과 샐린져 그리고 나, 조나단 플린이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
Beyond the hills (2012) 제목이 비슷해서 더 그랬겠지만 빛이 바랜 사진 느낌의 포스터에서 오래전 영화 비포 더 레인을 회상하며 보기 시작했다. 멀리 펼쳐진 언덕을 뒤로하고 또 다른 언덕 어딘가로 급히 오르고 있는 짐가방을 든 두 여자의 느낌도 좋았다. 언덕 너머에 뭐가 있을까. 뭐가 있을 거라고 기대에 부풀어서 오르는 언덕은 아니길 바랬다. 저런 목가적인 풍경은 역설적으로 누군가의 불행을 도드라지게 했고 세상은 또 나 몰라라 하고 그들에게 등을 돌리곤 했다. 부디 이들에게는 너무 가혹하지 않기를. 비포 더 레인에 마케도니아의 어느 높은 절벽에 홀연히 위치한 정교회가 등장했다면 이 영화는 루마니아의 궁벽한 정교 수도원이 배경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들 나라들은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어디가 시작인지도 모를 그런 산과 평원, 가까운..
커피와 메도브닉 얼마 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케익을 배달해 주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케익 한 조각을 예쁘게 잘 포장해서 배달해주는 곳이 있다면. 당연히 그런 곳은 없다. 생수와 양파 감자등 무거운 것을 집으로 주문하는김에 찾아봤더니 몇 종류의 매우 짐작가능한 맛의 저렴한 케익과 파이들이 보였다. 이 메도브닉도 그 중 하나였다.
Can you ever forgive me (2018) 많은 좋은 영화들을 보지만 저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친구가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영화를 보고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이나 천국보다 낯선의 에바, 칼리토 같은 내가 두고두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영화 캐릭터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너무나 행복했다. 누군가가 생각나면 그의 사진을 꺼내보는 것처럼 어떤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내 마음을 뺏어간 인물의 습관, 그의 유머, 말투, 그의 생활공간들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허구의 인물에 어떤 추억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나에겐 그것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매력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매일의 일상으로 채워진 우리의 삶 자체가 내일이라는 명백한 허구를 향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
워킹데드 시즌 10을 보다가 잡담 특정 드라마들을 수년에 걸쳐서 보긴 하지만 드라마 공식 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제작과정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살피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몇 시즌을 이끌어가던 주연급 배우들이 뚱딴지 같이 갑자기 사라져서 나오지 않고 그래도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검색 한 번 이면 알게 될 이야기들이겠지만 육아휴직 갔나?라는 식으로 웃고 넘어갈 뿐 사실 그다지 궁금하지가 않다. '뭐지? 왜 이러는 거야 이 드라마' 하는 물음표를 안고 영향력 있는 주연들의 공백을 메우려 급히 수혈된 또 다른 주연급 배우들의 역할에 그저 이끌려 가며 어떤 식으로든 기사회생하려고 애쓰는 드라마의 생존 방식을 지켜보는 것이 스토리 자체에서 얻는 즐거움보다 더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 드라마는 무슨 나루토나 원피스 같은 일본 만화영..
바르보라의 디저트 리투아니아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우는 역사 속 인물이 있다. 지그문트 아우구스트라는 대공주와 그의 두번째 부인 바르보라 라드빌라이테이다. 라드빌라이티스 가문은 우리나라로 치면 파평 윤씨나 풍산 홍씨처럼 그 여식을 왕궁에 들인 권세 가문이었다. 바르보라는 아우구스트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비밀 연애를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두번째 부인이 되지만 병으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죽는다. 그 죽음이 며느리를 싫어했던 이탈리아 혈통의 시어머니의 음모라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그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고 그로 인해 대가 끊긴 리투아니아에는 마치 상속자가 없는 거대한 기업에 외부 인사가 수장으로 임명되듯 다양한 유럽 출신의 귀족들을 데려와 왕으로 앉히는 연합국 시대가 열린다. 구시가의 가장 드라마틱한 거리 ..